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중증장애인 사회복귀프로그램 ‘일상홈’의 해외연구를 위하여 16명의 단원이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8박 9일간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0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3중(중도, 중증, 중복)장애인 척수장애인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재활과정에 대한 개선을 위해 외국의 여러 곳을 다녀 보았다. 선진국부터 최빈국까지... 선진국은 더할 나위가 없지만 개발도상국가인 네팔보다도 못한 재활시스템에 실망과 분노가 크다.

네팔의 SIRC(척수손상재활센터)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선진의 재활과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실행하는 곳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렇다 할 척수장애인을 위한 전문재활센터도 없고 지원책도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사회복귀를 위한 의료재활의 전방위적인 시스템의 재설정이 필요하고 의료재활에 치중하고 있는 것을 사회적 재활과 직업재활, 가족 지원, 초기 집중적인 투자 외에는 큰 답이 없다. 이런 과정을 잘 알고 실천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진다.

스웨덴이라는 북유럽 최고의 복지국가에서 척수장애인의 재활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몇 가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른 점을 제시하고 이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첫째. 인권적 측면이 최우선

선조들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후손들에게는 배고픔을 물려주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배제하지 않았다. 모두가 행복한 국가가 되기를 원했다.

장애인으로 배제시키지 않고 함께하는 시민으로 인식을 하고 준비된 퇴원지원과 평생관리를 약속하고 지원하고 있다. 수술을 마친 병원에서조차 환자로 인지하기 보다는 사회생활을 할 국민으로 생각하고 재활과정을 지켜본다고 하니 그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는 스톡홀롬시 청사나 북유럽 최초의 대학인 웁살라대학과 웁살라 성, 타워, 교통시설, 선박 등 일정 중에 다녀 본 모든 곳에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했고 소외되지 않았다. 이는 모든 정책에 인권적인 요소가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스톡홀롬 시청사 2층에서 찍은 노벨상 시상식을 하는 곳. 시상식을 마치고 계단으로 올라오면 있는 화려한 강당에서 댄스파티를 한다고 한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사진 중앙의 복도 뒤편에 있다. ⓒ이찬우

둘째, 합리적 사고(효율 중시)

스웨덴은 이케아와 볼보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국가의 대표 브랜드인 나라이다. 도로 시스템과 호텔의 객실, 쇼핑센터의 곳곳에서 합리적인 면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톨게이트가 없는 고속도로는 시간의 지체를 허락하지 않았고, 호텔의 욕실에서 보여주기식 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보조기기 회사인 SODEXO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나눔의 미학을 함께 볼 수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Better Quality, Same Price(같은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라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일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정부는 개방된 마인드로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을 하고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서 민간에게도 과감히 위탁을 하고 철저하게 모니터링과 재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안한 척수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스피날리스재단에 스톡홀롬척수재활센터의 운영을 맡기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철저한 평가와 재계약을 반복 진행하고 있다. 누구라도 잘 운영할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이다.

또한 직접지불제를 통한 활동보조인 고용도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연구를 통한 준비된 제안에 기존의 정책을 과감히 변경시킨 것이다. 이는 제도에 대한 유연성으로 이용자들의 정책 제안의 길을 열어주고 함께 생산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셋째, 소통(공존)의 일상화

어울림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삶과 죽음, 자연과 인공,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을 중시하는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인 카롤린스카 병원 바로 앞의 공동묘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주었고, 1628년에 침몰된 전함(바사호)를 복원하여 전시하는 박물관의 신구의 조화에 감탄을 했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러웠고, 곳곳의 호수와 공원에서의 동물과 사람의 공존도 평안함을 준다.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조화를 이루고 서로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어떤 유형의 장애인도 그 사회와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1628년에 침몰한 전한 바사호를 복원하여 전시하는 박물관. ⓒ이찬우

압살라 지역의 한 마을에 흐르는 개울가를 촬영한 장면. 자연과 사람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이찬우

넷째, 책임과 의무 강조

스웨덴은 세금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개인소득세가 30%~60%라고 한다. 그리고 복지에 대한 혜택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 함께 하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게 하는 분위기이다. 수술을 마친 병원에서조차 회복하자마자 식사는 식당에 가서 해야 하고 보호자도 같이 있지 못한다. 재활센터에서 퇴소를 해도 8주간동안 주 3회씩 센터로 출퇴근하는 식의 지역사회적응을 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은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항의 장애인전용 짐 찾는 구역을 정한 것을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장애철학은 몸에 맞는 휠체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휠체어를 몸에 맞추라고 억지 부리지 않는 것이다. 장애철학은 장애인을 향한 일방적인 것도 아니다. 당사자가 가져야 할 철학과 공존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의 역할은 더 좋은 삶을 위해 개척하고 증명하고 긍정적으로 제안하면서 발전하는 또 다른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열차의 한 축 바퀴정도는 우리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드디어 스웨덴을 다녀온 지 6개월 만에 10회의 연재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10회를 연재한다는 것이 이렇게 부담이 되고 어려울 줄 알았다면 약속을 하지 말 것을 하고 후회를 많이 했다.

많이 경험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이번 스웨덴 일정에 함께 한 모든 일행들과 기회를 준 공동모금회에 감사를 드린다.

스톡홀롬 공항의 수하물 찾는 곳에 있는 장애인 마크. 스스로의 역할에 의무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찬우

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은 몸에 맞는 휠체어를 제공하듯 장애인 당사자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동용 휠체어의 모습. ⓒ이찬우

스톡홀롬 민속촌 직원과 한국 일행이 함께 한 기념사진. 어려웠던 과거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과거의 흔적들을 모아서 민속촌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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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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