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15년 2월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에는 이미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건강권법)이 제정된 이후였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건강보험 강화계획에 당연히 장애인 건강법의 이행을 염두에 둔 계획이 수립되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고 의료정책과 장애인정책이 따로따로였음을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은 수정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강화 계획은 대통령 집권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4대 중증질환의 급여 확대’가 주 관심사다.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고 하나 장애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이다. 연구진에 장애인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단지 보험적용 확대에 대한 요구사항을 일부 담았을 뿐이다.

먼저 이 계획에서 제시한 통계자료가 신뢰하기 어렵다.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전체 건강보험 증액된 지출은 5조4천억원인데 비해, 장애인 관련 건강보험은 보장구 급여 27억원을 포함하여 44억원의 증가에 그치고 있다. 전체가 10% 늘어났음에도 장애인은 0.4%의 증가에 그쳤으니 장애인의 보장성은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립재활원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장애인 건강관련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이 건강보험료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약 10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1인당 평균 연간 보험급여액은 390만원으로 국민의 7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국민 평균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 평균 급여량은 낮아 급여 확대의 여유가 있거나 흑자 운영을 하거나 행정경비가 매우 많이 들어감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5년 7월부터 호스피스 비용을 건강보험 급여로 확대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대형 병원이나 호스피스 병원들은 시설 투자도 새롭게 하고, 호스피스 환자들에 대한 급여에 맞추어 투약, 상담 등의 서비스도 확충했다.

호스피스 환자의 월간 최대 자부담이 44만원으로 줄어든 결과가 오긴 했지만, 환자보다는 의료기관의 혜택이 더 많아 건강보험의 확대는 국민보다는 의료기관의 수익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환자 입장에서 더 쾌적한 입원실을 이용하게 되었다거나 서비스가 늘어난 것은 혜택이나,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자원봉사를 하던 목욕봉사나 상담봉사자들은 그대로 봉사자로 남아 있다. 오히려 상담은 의료기관 전용으로 회수되고 목욕봉사만 하고 있다.

봉사자로 하던 것이 보험 적용으로 어느 정도 대가가 지급되어 서비스 질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 국민으로서는 오히려 급여가 되는 상담은 이제 봉사자에게 맡기지 않고 의료기관이 직접하고 유자격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훨씬 고된 노력봉사로 전환되었다.

전문가가 하니 더 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으나 신뢰와 안정을 할 수 있는 적임자 선택권이 사라졌고, 서비스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호스피스 환자들에게는 죽기 전까지 수익성 고객으로서 서비스의 큰 차이가 없이 봉사자도 줄어 오히려 외롭게 되었다.

호스피스를 예로 드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의료급여 확대가 오히려 의료 시장에서의 영원한 고객으로 전락할 수 있고, 서비스가 일부 확대되기는 하나 시원하게 서비스가 전면적으로 혜택을 주지는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건강보험 강화 계획의 기본 원칙은 생애주기별 서비스의 확충과 고액비급여 해소, 사회적 약자의 지원 강화이다. ‘장애인 건강보험 강화정책’은 사회적 약자로서 보장구 확대에 그치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장애인 관련을 모두 모아보면 크게 4가지의 정책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언어재활사의 재활서비스를 건강보험 적용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언어치료사라고 하지 않고 재활사라고 한 것은 의료계에서 치료는 의료 서비스이므로 치료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여 재활사라고 하였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 장애인복지법에서 국가자격으로 한 것인데,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의료 서비스 밑에 두어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수익금을 의사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자격은 언어재활사만 해당되므로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언어장애인에게 언어재활은 꾸준히 필요한 서비스이고, 의료의 간섭과 제한을 벗어나 지속적인 훈련을 받고자 한 것을 다시 의료권력 밑에 두겠다는 것은 장애인정책과 의료정책이 따로따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언어재활사협회에서 세미나를 하는 자리에 여당 당대표가 인사말을 하면서 “언어치료를 건강보험에 적용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발언하여 참석자들은 “우리는 의료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 반대합니다.”라고 외친 일이 있었다. 급여를 적용하려면 의사의 소견이나 지시를 벗어나 독립된 준의료 서비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수장애인 고액자부담 급여 제외의 해소이다. 화상장애인은 국내 50만명이 있으며, 9세 이하가 18.8%를 차지하며 치료기간 9개월, 치료비 1500만원, 피부이식수술 평균 4회가 필요하다.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보험적용을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물리치료는 장애인보다는 노인성이나 외상환자를 대상으로 MRI를 보험 적용하겠다고 하였는데, 물리치료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하루에 한 부위만 적용하는 것은 개선할 계획이 없다.

셋째, 보장구 급여 확대이다. 보장구는 보청기의 경우 34만원 급여가 현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상향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현금지원은 공급자들의 가격 인상을 조장하고, 고가의 품목이 새로이 개발되고 있어 보험적용 확대는 필요하나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현재 품목 확대를 통하여 280억원에서 371억원 정도로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품목의 보험적용 기준의 협소함을 해소하여 보청기, 의안, 발목보조기는 인상하되, 다른 품목은 연구를 통해 반영하겠다고 단서를 달아 180억원을 더 배정하고, 자부담을 20%에서 10%로 낮추어 40억원을 더 추계하였다.

공급자의 가격인상을 관리하기 위하여 고가품은 가격고시를 하거나 보험적용에서 제외하고, 수리보다는 교체를 택하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수리비용 39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하였다. 고가자부담 해소가 아니라 보험 적용시 공급자의 가격인상을 초래하여 적용 제외한다니 어느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넷째, 재가치료 확대를 위하여 호흡기나 소모품 등에 211억원을 증액하였다. 기기 월 대여료 60만원 침유입기 18만원, 필터나 튜브는 10만원의 기준에는 변함이 없다.

앞에서 호스피스를 예를 들어 말한 것처럼 슬로건은 보장구 확대와 휘귀난치성 환자의 보험 적용 확대를 지향하고 있으나, 일부의 증액이지 원천적인 문제해결이나 획기적인 서비스의 확충은 아니며 또 다른 사각지대와 보험 적용 제외자를 만들어 억울해 하는 장애인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강보험은 수요자중심 정책이어야 한다. 공급자 입장의 정책은 국민의 보험료 나눠먹기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새로이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법’의 시행을 위해 재활건강의료센터의 운영, 주치의 제도 실시 비용, 방문의료 비용, 장애인 건강검진과 건강관리 비용, 재활훈련 비용(운동치료와 각종 신체적 정신적 재활 서비스 포함), 여성장애인 건강지원 비용, 보조기기법에 의한 비용 등을 포함하여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계획’은 발표 1년 만에 대대적으로 수정하여 보완하여야 하며, 이러한 작업에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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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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