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타인과 대화할 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고, 한 번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확인 차원에서 물어보거나 확인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을 반복해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이 짜증을 내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필자의 한 마디로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화를 내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때로는 미안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말 반복 횟수를 줄이는 등 필자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면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훨씬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 필자가 다녔던 직장은 그나마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직원들이 있어 좋았지만 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에는 근로지원인 지원에 대해 ‘직장생활에서 장애인이 수행하는 직무 중 핵심 업무를 제외한 부수적인 업무를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나와 있다.

부수적 업무에는 의사소통, 물건이동/운반, 출퇴근준비, 문서작성 등이 포함되는데 발달장애인의 경우 대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관계로 전화업무에서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또한 문서작성을 할 때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근로지원인은 이런 부분에서 전문적이고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보고서로 내놓은 「장애인 근로지원인제도 도입과 효과적 운용방안」(2007)에서 언급된 장애유형별 필요한 근로지원 서비스 영역에서도 지적장애, 자폐성장애의 경우가 나와 있다.

지적장애의 경우 서류정리/대필, 물건이동/운반, 출퇴근준비, 문서작성/자료입력 등의 지원, 자폐성 장애의 경우에는 츨퇴근 이동, 회의 등의 의사소통, 전화업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나온다.

발달장애(지적장애, 자폐성장애 통칭)인에게 이런 부분들을 근로지원인이 지원한다면 직장생활에서 발달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통합고용이며, 근로지원인은 발달장애인에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냄복지회 김재익 상임이사가 토론회 축사로 장애인 근로지원인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모습. ⓒ이원무

지난 11월 25일 사단법인 해냄복지회가 주최하고 굿잡자립생활센터가 주관하는 「장애인근로자 근로지원인 서비스 정책모니터 및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가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에서 했던 내용 중 기억에 남았던 내용을 나누고 싶다.

먼저 발제를 맡은 사단법인 해냄복지회의 강현욱 사무처장은 2016년 근로지원인의 시급이 6000원에서 6300원으로 인상되었지만 시급을 최저시급보다 20%수준 인상 등 근로지원인 처우개선 및 이를 위한 예산확대가 필요함을 말했다.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근로지원인의 정당한 요구이기에 이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발표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남용현 정책연구팀장은 근로지원서비스 확대를 위해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기업 등에서 내는 부담금이 쌓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이 조성되는데 이 기금에서 근로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금은 장애인고용이 잘 되면 기금이 줄어드는 구조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보험 가입이 없었던 장애인의 직업훈련비용을 과거에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장애인도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장애인 근로지원서비스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 부분만큼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 사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관계로 생기는 고용부담금이 쌓인 것을 가지고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고용이 잘 되면 의무고용률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지니 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용이 잘 되는 상태에서 근로지원서비스를 이 기금에서 지원하면 기금은 더 빨리 줄어든다.

그런데 국민들의 고용보험료 지불을 통해 조성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장애인 고용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장애인 고용 부분에 돈을 쓰는 부분을 늘리고 국가의 일반회계에서 장애인 고용을 충당하도록 한다면 재정의 안정성 면에서는 고용부담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장애인고용부담금을 평균 71만 원에서 140~150만 원으로 올려 삼성, LG등의 대기업이 장애인고용을 유도하게끔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장애인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재원이 고용부담금이라 장애인고용 및 근로지원서비스 활성화에 한계를 가진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30대 재벌기업(삼성, LG, 현대 등 포함)의 장애인 의무고용 준수를 위한 투쟁선포 기자회견’ 장면. ⓒ에이블뉴스 DB

고용부담금보다는 고용보험과 국가의 일반회계를 통한 지원으로 장애인 고용과 근로지원서비스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용부담금을 통한 고용 및 근로지원서비스 제공은 필자로선 국가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직접 책임을 회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장애인고용공단 측에서 고용보험을 통한 장애인 고용활성화 및 근로지원을 얘기했으니 앞으로 장애인고용공단 및 고용노동부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하자.

역시 토론자로 나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교육센터의 최혜영 센터장은 ‘활동보조의 경우 40시간 이수와 실습이 정해져 있다. 근로지원인도 이수와 관련해 몇 번의 교육을 받지만 교육을 받지 않아도 근로지원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에 근로지원 관련 교육이 근로지원인에게 필요하다. 교육 중에서도 장애유형과 특성에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장에 있는 비장애인 사원들도 근로지원인 혹은 직원으로 혼동해 근로지원인을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당사자도 근로지원인을 존중하고 근로지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야 하기에 장애인, 직장 내의 장애인 동료에게도 교육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개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의사소통과 전화업무, 문서작성 등의 어려움이 있어 근로지원인이 발달장애인 특성을 알아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섬세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을 근로지원인이 만날 때도 장애유형, 특성을 알고 지원하는 것은 장애인과 근로지원인 간 관계에 도움이 된다. 그러기에 근로지원인의 전문성 향상까지 고려하면 근로지원인의 근로지원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 본다.

그리고 직장 내의 장애인 동료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근로지원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똑같은 인간이고 소중한 존재이며 권리의 주체로 인식할 때 근로지원제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직장 내에서 서로가 어울려 지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게 된다.

그래서 근로지원인, 장애인, 직장 내의 장애인 동료 등에 대해서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근로지원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시간도 늘리고 여기에 대한 예산지원도 했으면 좋겠다.

또한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정식 소장은 ‘근로지원인을 통해 장애인의 생산성이 낮은 것을 만회할 수 있는 등 고용주에게는 심적부담이 완화되는 제도다.’라며 ‘근로지원과 관련해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돈을 주어 장애인 근로자가 근로지원인을 직접 고용하는 것을 제안해봅니다. 직접지불제도가 대세잖아요.’라고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이 근로지원인을 직접 고용하는 식의 제안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느껴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당사자, 근로지원인, 직장동료들의 근로지원 관련 교육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해냄복지회 강현욱 사무처장이 장애인 근로지원인서비스 추진경과 및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이원무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11월 25일 해냄복지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근로자 근로지원인 서비스 정책모니터 및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의 토론 모습. ⓒ이원무

이외에도 장애인근로자들의 적은 급여를 고려한 근로지원 관련 본인부담금 없애기, 비영리민간장애인단체장도 근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근로지원 대상제한 폐지, 연중에 근로지원 신청 시 대기기간이 길어 가족도 근로지원을 할 수 있는 등의 대안을 고려할 것, 의학적 손상만이 아닌 일상생활능력장애, 근로능력장애, 사회적차별장애 등을 고려한 객관적 근로능력평가체계 확립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근로지원과 활동보조, 자립지원 등의 서비스는 성격이 비슷하지만 근로지원인서비스는 장애인고용공단, 활동보조는 보건복지부 등이 소관이고 부처, 기관 간 구분이 강하다. 이로 인해 서비스 간 연계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연계될 수 있도록 근로지원, 활동보조 등의 서비스를 통합해 재정비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의견의 경우 근로지원인도 활동보조 교육을 받은 상태에서 근로장애인을 지원하는 식으로 제도 재정비가 가게 된다면 근로지원, 활동보조를 장애인이 함께 지원받아 직장 내에서 장애인이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견은 반드시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다만 발제자가 서울시의 근로지원인서비스 현황을 업체 근로지원인 이용 현황, 근로지원인, 장애인 당사자 등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을 때 발달장애에 대한 현황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으로 근로지원서비스의 종합적 실태와 현황 조사를 실시할 때 전국적 차원에서 할 것을 발제자가 제안했고 장애인고용공단에서도 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것 역시도 장애인고용공단, 고용노동부의 행보를 지켜보자. 그리고 실태, 현황 조사 시 발달장애가 반드시 들어갔으면 한다.

또한 일부에서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은 근로지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근로지원인보다 자립지원인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냐고 얘기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

다시 말하지만 근로능력이 있으나 의사소통 어려움 등으로 인해 직장생활이 쉽지 않은 발달장애인이야말로 근로지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근로지원인, 자립지원인 등이 다 필요하다 말하고 싶고 근로지원, 자립지원 등에 대한 서비스 연계와 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근로지원을 통해 직장 내에서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이 일하면서 능력발휘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고 비장애인과 같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길 필자는 바란다. 그래서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근로와 고용에서 추구하는 목적인 통합고용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도록 장애인, 근로지원인, 사업주, 직원, 정부, 전문가 등이 합심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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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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