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최한 기존건축물 BF인증을 위한 평가지표 개선 토론회 장면. ⓒ서인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11월 15일에서 16일 양일간 서초구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웨어러블(휴대용) 로봇, 증감현실, 전자와 스마트를 이용한 장애인 보조기기가 특히 눈에 띄었다.

총 56개 기업과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김대중 컨벤션센터, 국립재활원, 도로교통공단 등과 협약식도 진행되었다. 부대 행사로 학교 내 일자리 사업 평가회, 직업생활 상담원 보수교육, 공무원 근무지원사업 간담회, 기존 건축물 BF인증을 위한 평가지표 개선 토론회 등이 있었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을 중심으로 기존 건축물의 BF인증 평가지표 개선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복지대학교 박광재 교수가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기존 건축물은 신규나 증축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건축물의 규정을 정하면서 소급적용할 경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신축 건물에 장애인 접근 가능성을 적용하도록 한 결과, 장애인은 신규 공공건축물에는 어느 정도 접근성이 향상되었으나, 신축보다 기존건축물이 더 많으니 세상이 장벽투성이인 것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건축물은 먼저 소유주의 자산이기 전에 그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공개념적 소유로 보아야 하며, 이용 편의성은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용할 수 없는 건축물은 건축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박광재 교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장애인 다수고용 공장들은 주변 맨홀 뚜껑이 구멍이 촘촘하지 않았고, 보행안전 통로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점자표지판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 복도에 여러 가지 물건을 두어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런 현상은 시각장애인의 일반 사업장, 특히 공장의 취업률이 낮은 탓으로 보인다. 사업주들은 우리 공장에는 시각장애인이 없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복도에 놓인 자전거 등의 물건 역시 시각장애인이 아닌 경우 피해갈 수 있으니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출입구나 계단 등에서 점자블록이 미설치된 것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이유도 생산직에서의 시각장애인이 별로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입구는 점자블록을 설치할 경우,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공장의 특성상 물건을 나르는 화물차를 공장 입구에 하차시켜야 하는 이유로 점자블록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적재함으로 쓰이거나 출입문이 부적절하거나 안내설비가 미약한 곳이 있었고, 소변기는 비교적 잘 되어 있으나 대변기의 경우 휴지걸이나 세면대 위치 등이 불편한 곳이 있었다.

이는 비장애인인 건축주가 일반 화장실에서 소변기에 손잡이가 있는 것은 많이 보아 어느 정도 인식이 되었으나, 대변기는 장애인 화장실에 있어 가 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설치해야 장애인에게 편의를 줄 수 있는지 감수성을 가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장애 유형으로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 외에도 공장건물은 통 사각 건물에 복도 등이 별도로 없고 기기 설비 중간 중간에 통로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여기에 공간이 좁아 휠체어 이동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건물의 복도와 같은 규정을 정하여 공간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박광재 교수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 계단의 유효폭 등은 현재의 규정보다 좀 완화를 하여 기존 건축물이 이미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여 그래도 BF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공장 건물의 경우 주차장에서부터 출입구까지를 출입 안내 구간으로 설정하자는 의견과 일부 출입구에서의 보차분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교행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제안하였는데, 이는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도보 출근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화물차량의 공장 하차의 빈도수에 따라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애인 화장실에 간편 샤워기 설치를 인정하자는 의견과(화장실과 샤워실 겸용), 장애인 화장실의 수를 기숙사, 식당, 사무실 등 모두 설치하는 것에서 근로자의 수를 감안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완화하여 BF 인증심사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완화된 BF인증 평가지표는 건축주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자는 것은 아니다. 기존 건축물도 BF인증 심사에 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존 건축물을 편의증진법상에서는 제외시킨 것을 장애인의 접근 가능성을 보장하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사람들은 대체로 기존 건축물에서의 BF인증 심사 완화에 대하여 동의를 하였고, 완화를 하는 것은 편의증진법에서의 규정을 어겼음에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의 의무 대상이 아니므로 완화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며, 새로운 지표로 완화해서라도 강제적으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기존 건축물은 아예 편의시설 의무대상에서 제외해 버리면 그 건물은 사용 한도가 끝나기 전까지는 장애인에게 불편한 시설로 남을 것이고, 장애인들은 신축 건물 지도를 편의시설 지도라고 가지고 다녀야 할 것이다.

박광재 교수의 의견은 현재의 규정을 완화해 주자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건축물도 편의시설의 의무대상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인데, 현재 강제성을 띠기 어려우므로 BF라는 권장 정책으로 유도하면서 기존의 한계성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의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어서 토론자들은 건축물의 BF인증 심사만이 아니라 인증된 시설물의 관리 지침을 만들어 건축주에게 안내함으로써 장애인 접근성이 유지, 관리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였고, 장애인 휴게실이나 수면실 등 장애인의 복리시설을 갖출 경우 BF인증 심사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공장의 경우 시각장애인 근로자가 있다면 늘 이용하는 자이므로 점자블록의 설치에 있어 유도블록보다는 문의 위치 등을 알 수 있도록 점형블록의 표식으로 완화해도 좋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공장들은 주로 이면도로나 외곽지에 위치하고 있어 큰 도로를 접하는 것이 아니므로 보차분리가 어려운 경우 보행선을 색상이나 재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표시하여 시인성을 좋게 하는 등의 조치로 갈음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이미 허가된 건축물은 사유 재산이므로 과중한 부담을 강요할 수 없다고 하여 신축 건축물에만 적용되는 편의증진법의 한계로 인하여 편의시설 설치율과 장애인의 실제 접근성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제 기존 건축물을 강제화하지는 못하더라도 인센티브를 통하여 장애인의 편의성을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복도가 좁아 어쩔 수 없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출입구가 좁은 경우,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 외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기존 건축물 중에도 출입구의 넓이나 복도의 넓이도 충분하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조금만 손을 보면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들이 물리적으로 현재 장애인들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책적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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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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