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법)’의 시행을 1년여 앞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검진사업, 장애인 건강관리사업, 방문진료사업, 접근성 보장사업, 건강보건연구사업, 건강보건통계사업, 건강보건정보사업, 가족건강교육사업,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건강권교육사업, 재활운동 및 체육사업, 주치의 파견사업, 의료비 지원사업 등의 12가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지정하고, 광역시도지사는 지역장애인 보건의료센터를 지정할 수 있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이하 중앙센터)의 주요 업무는 ▲장애인 건강보건 관리사업의 기획 및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전달체계의 구축 ▲장애인 건강보건 관련 정보 통계의 수집 분석 및 제공 ▲장애인 진료 및 재활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에 관한 연구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대한 지원 및 평가 ▲장애인 건강보건 관련 사항의 홍보 ▲장애인 예방 진료 재활 등에 관한 신기술 가이드라인의 개발 및 보급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교육 홍보 ▲장애인 건강보건 관련 국제협력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시 장애인 유형에 맞는 전문의료서비스 제공 ▲기타 사업 등이다.

그리고 지역장애인 보건의료센터(이하 지역센터)의 주요 업무는 ▲장애인에 대한 건강검진 진료 및 재활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 ▲해당 지역의 장애인 건강 보건의료 및 재활의료 사업에 대한 지원 ▲해당 지역의 장애인 관련 의료 종사자에 대한 교육 훈련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시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의료서비스 제공 ▲기타 사업으로 하고 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건강보건연구사업, 건강보건통계사업, 건강보건정보사업, 재활운동 및 체육사업, 재활의료기관의 지정, 중앙센터의 지정 등은 보건복지부장관이 하고, 지역센터는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것이며, 그 외 사업은 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장애인의 건강보건에 대해 연구하고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그 결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센터의 업무이므로 장관은 중앙센터에 위임하여 사업을 수행할 것이며, 재활의료기관의 지정은 복지부가 직접 행하거나 위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재활의료기관이나 재활운동과 체육시설의 지정은 장관이 수행하는데, 지역센터의 지정은 지자체장이 하고 있어 중앙센터가 지역센터를 지원하고 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자체장이 중앙센터에 업무를 위탁하도록 업무협의가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없어질 것이다.

중앙센터와 지역센터가 법이 정한 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관한 각종 사업이나 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될 것인데, 센터들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기관이기도 하고, 장애인의 각종 의료 서비스의 기관들과 장애인의 의료행정을 지원하는 지원기관이기도 하다.

센터들이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른 재활의료기관들과 연계하여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센터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역할이 되고, 재활의료기관들은 동네병원과 같은 역할이 되어 장애인들은 이왕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면 재활의료기관보다는 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높아질 것이며, 이로 인하여 장애인 이용자 집중화현상이 일어나 재활의료 기관의 활성화가 아니라 센터 권력의 확장의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일반 의료기관의 접근성은 오히려 외면되고 장애인은 센터라는 전문의료기관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라는 식의 차별이 오히려 조장될 가능성도 있다.

법에서 센터의 업무로 정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업들, 즉 주치의 지정이나 장애인 가족 건강교육, 재활운동 및 재활 서비스 기관 지정 등도 결국 센터에 사업이 위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써 실제적으로 센터가 법이 정한 장애인 건강관련 사업들의 전달체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의 운영이 잘 되어야 장애인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될 것이다. 연구나 통계, 정보사업을 중앙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전담 부서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장애관련 의료 서비스의 결과가 여기에 전산을 통해 보고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주치의의 활동이나 재활운동과 체육도 포함된다.

또한 중앙센터는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법에서는 신기술 가이드라인의 개발이라고 하였으나, 실제적으로는 건강검진과 관리를 위한 의료장비들이 장애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일들이 필요할 것이므로 장애인용 원격장비와 검진과 진료장비의 지속적 개발 부서도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센터들은 센터의 업무지원과 장애인 건강관련 업무들의 행정적 처리를 위하여 행정부서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와 교육을 하는 부서도 필요하다.

장애인과 가족의 건강교육은 센터의 업무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장애인단체가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체의 건강권 사업의 참여와 기여도를 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며, 비록 센터의 업무로 되어 있으나 장애인단체에 위탁하여 종사자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들이 자신들을 교육하는 모양은 장애인 감수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센터의 업무 중 하나는 ‘진료 및 재활’이라고 되어 있어 이 재활이 장애인의 모든 재활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료재활을 의미하는 것인지, 재활운동과 체육을 의미하는 것인지,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것인지, 언어치료, 물리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각종 재활치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애매한데,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법에서 어떤 곳에서는 재활의료라고 하고 어떤 곳에서는 재활이라고 하여 의료라는 단어가 누락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재활치료와 재활운동 및 체육이라는 재활체육을 포함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재활운동과 체육은 정신적인 것도 포함하고 있어 각종 재활 서비스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고자 법을 제정한 것인데, 이러한 사업들을 펼쳐놓고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설계하고 보니 장애인이 오히려 역사를 거슬러 재활모델에 다시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장애인이 서비스의 대상만으로 입장이 정리되어 의료시장의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장애인은 단지 이용자에 불과하다면 장애인의 주도성이나 자발성, 참여성은 무시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센터 운영진이나 협의회에 장애인 대표 몇 사람 앉힌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중앙센터가 지역센터를 평가하고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나 결국 그러한 지정과 평가에 장애인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중앙센터의 평가는 법에 없으나 장애인 당사자에 의해 모니터링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평가하고 지원한다면 결국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평가하는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언어재활 등 재활사들은 준의료인으로 표기된 의료법도 있고, 교육사로 볼 수도 있는 평생교육법도 있고, 재활전문가로 보는 장애인복지법도 있다. 이들은 의사의 처방전을 전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제공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되면 건강보험은 부담이고, 바우처를 하고 있는 복지부는 일반회계 예산이 절감될 수 있으나, 재활전문가가 의료인의 손아래에 귀속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언어재활이 필요한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장애인등록증이나 초기 등록시의 욕구조사의 결과를 처방전으로 갈음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활은 모두 의료의 영역이 되고, 재활서비스의 예산이 의료인의 수입이 될 것이다.

주치의는 센터에서 의사들의 신청을 받아 장애인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마음에 들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아무나에게 맡겨야 하게 되므로 인력풀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개별 계약으로 주치의를 발굴을 할 수도 있고, 소개받을 수도 있게 하되, 결과를 등록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이는 자기결정권의 인정과 더불어 사업의 주도성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주치의의 비용처리를 위해서라도 등록은 필수일 것이나. 센터에서 정하거나 소개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치의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지 주치의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센터는 대형의료기관이 맡겠지만 센터는 의료기관의 성격보다는 건강의 전반적 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활동보조기관의 종사자가 활동보조인이 될 수 없듯이, 행정기관인 이상 스스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일정 정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연계보다는 장애인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사업에 치중하여 연계와 지원의 최소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주치의나 재활병원, 운동재활과 체육시설의 지정 외에도 장애인 여성전문병원의 지정, 치과의 지정, 발달장애인의 심리재활 기관 지정 등도 필요하며, 각종 재활사의 업무도 지정을 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하여 서비스의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각종 사업의 비용은 의료와 재활 서비스 등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교육이나 홍보 등의 사업은 국가와 지자체의 부담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센터의 사업에 ‘기타 사업’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성 인지적 서비스 제공체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주치의는 센터의 재활의가 아니라 가장 장애인에 가까운 의료인이면 누구나 가능해야 하고, 방문진료 역시 센터의 사업이 아니라 주치의나 장애 특성을 고려한 모든 전문 의료인의 업무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건강법은 모든 의료기관의 이용을 접근 가능하게 하고, 필요한 이에게 충분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사업법으로 작동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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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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