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광화문으로 이동하기 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트윗을 이미 접한 터라, 사실, 걱정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곳에 가니 어떤 문화제나 축제 같은 곳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기애애하고 즐거우면서도 절제된 분위기에 놀랐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촛불에 불을 부쳐주었고, 마치 모두 아는 사람들인 양 친절한 눈길과 손길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시작되자 짜릿짜릿한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내 생애를 통틀어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과 공존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진심을 다 해 ‘
박근혜 퇴진’, ‘
박근혜 하야’를 외쳤습니다. 음악을 전공했던 제게는 그 외침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하고 웅장한 사운드 그 자체였습니다. 그 곳의 20만 개의 악기가 ‘
박근혜 하야’를 외치면, 동시에 울린 그 악기 소리는 마치 메아리처럼 반복과 긴 울림을 일으키며 멋진 민주교향곡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 시간 그 자리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전주곡을 연주한 것입니다.
저도 그 시간 그 자리의 일원일 수 있음에 벅차고 감사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또 얼마나 질서 있고 평화롭고 즐거웠던지요.
다들 촛불을 들고 흥얼흥얼 ‘
박근혜는
퇴진하라!’, ‘
박근혜는 물러나라!’를 노래처럼 읊조리며 기쁘고 즐겁게 시청역으로,
광화문역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고 큰 집회를 마치고 막
광화문광장을 나서려는데, 그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서 남편 회사 동료와 딱 마주쳤다는 거 아니겠어요? 심지어 그 분은 혼자 오신 듯 했어요. 남편 회사는 매우 규모가 큰 공기업이라 이렇게 만나지기는 정말로 힘든 회사임을 감안할 때, 현재 국민들의 민심을 극적으로 대변해 주는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시청역까지 걸어가는데, 거리에는 쓰레기 하나 없고, 너무나도 안전하고 질서정연하고 흥겨운 분위기였어요. 역에는 퇴근시간만큼 사람이 북적북적거렸지만, 모두 질서를 지켜 아무 문제 없이 지하철을 타고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저녁을 먹지 못한 우리는 마트에 들러 스파클링와인 한 병과 연어회를 사 들고 들어와 시민축제의 벅찬 여운을 즐겼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집회는 계속 될거라고 하죠? 저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이들 때문에 몸이 가볍고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혹시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SNS에서 관련 기사를 공유한다거나,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그 뜻을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정도라면,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가서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조금 한산한 집회 날을 골라 이응이와 함께 가서 더 많은 걸 보여주고 들려줄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위해, 우리 엄마 아빠들도 모두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 함께 촛불을 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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