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척수손상 원숭이의 치료와 관련된 설명. ⓒ이찬우

최근 언론을 통해 과학자들이 척수가 손상돼 다리가 마비된 원숭이가 새로운 ‘뇌신경 인터페이스(Neural Interface)’ 기술을 통해 6일 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와는 다른 형태의 척수손상의 치료법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르면 2020년 이번 실험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척수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업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척수손상으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기를 희망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장애를 가진 모든 이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특히 삶의 중도에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다양한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증장애인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희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관련 장애유형은 술렁이기 마련이다. 걷지 못하면 사람구실을 못한다는 그런 잘못된 인식이 걷는 것에 열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함과 우수한 것에만 열광하는 우생학의 잔재가 장애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본능을 호시탐탐 자극하는 지도 모른다.

늘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때마다 허황된 무지개를 쫒듯 치료에만 몰두하고 재활과 사회활동에 등한시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다. 언제 어떤 치료법이 나오던 간에 본인에게 제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이야기이다.

척수장애는 근육이 마비되어 퇴화하기도 하고 관절이 굳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경이 이어지는 것은 걸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통증으로 오히려 천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스트레칭을 하고 관절운동과 기립운동을 통해 신기술이 내 차례가 왔을 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모든 척수장애인에게 다 적용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손상이나 질병 등 원인이 다르고 경수와 흉수 등 손상부위도 다르고 막 다친 사람과 수 십 년이 된 경우 등 다 다르다. 이렇듯 다양한 경우가 있어 하나의 치료법이 모두에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척수협회가 줄기세포 치료나 신기술에 냉정하게 대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난리를 쳐도 아직까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원상태로 회복된 척수장애인의 사례를 보지 못했다. 그 과정에 돈도 잃고 사회복귀의 시기를 놓치는 많은 경우를 봐왔다.

오히려 담담히 자기 삶에 열중하는 그런 모습들이 과학자와 연구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가 아니면 그 다음 세대의 누군가가 척수장애가 치료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여유와 기다림과 양보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

과거 황우석 박사 때는 줄기세포라는 때 이른 과도한 희망으로 인해 과도한 절망이 되기는 했지만 불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게 한 것은 분명하다. 당시의 사건으로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많이 성숙해졌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 척수장애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걷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소변과 대변문제 해결, 성기능회복, 통증완화 이런 것들이다.

그러한 것들이 걷는 것으로 다 회복된다면 다행이지만 어느 연구기사를 봐도 그런 이야기는 없다. 걷는 것만으로 그 모든 것을 회복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척수장애인들이 시급해하는 것부터 연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보조기기 개발과 보급도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것도 보행의 가능성을 가지게 했고, 꿈의 휠체어라는 아이봇 등으로 계단과 험지를 갈 수 있는 보조기기 또한 희망을 가지게 한다.

이로 인해 사회활동이 강화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은 계속되어야 한다. 과학의 진보는 환영하지만 그로 인해 일상의 삶이 후순위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애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속으로 동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장애임을 인지해야 한다. 어쩌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 사회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제도일지도 모르겠다.

무지개를 쫓아가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30년이 되어가는 척수장애인인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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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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