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은 그 뿌리가 너무나 깊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생교 교주였던 최태민이 육영수 여사가 꿈에 나타났다며 만나자고 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인연을 맺었다. 최태민은 불광동 단칸방에 살고 있었는데, 새마을봉사단, 새마음운동본부, 구국선교단 등을 조직하여 종교와 국가관을 연결하는 명분으로 날개를 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재산을 헌납받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최태민은 정치와 종교를 혼합하면서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수천억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과 딸의 만남을 경계하며, 단체 해산을 명하기도 하였으나 딸은 다시 최태민을 살려내었고, 횡령 14건, 사기 1건, 변호사법 위반 11건, 권력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등 전과 44범 최태민은 불교, 가톨릭, 기독교, 천도교 등을 전전하였고, 사업, 교육, 시민단체 등 엄청난 사회활동을 하였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삼청교육대에 끌려갔으며, 다시 돌아와 육영재단과 영남대에 깊이 관여하다가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무수한 그의 염문과 사회활동을 보면 그는 너무나 에너지가 넘치고 술수가 능한 죵교인이자 정치인, 사업가였다.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면, 오로지 종교인으로 순수하게 한 우물을 팠다면 90년대 초 영생교 사건에 주범으로 감옥에서 병사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바타라는 말을 최태민이 하고 다녔다는 풍문이 있었으나 그가 죽고 박근혜 대통령도 적극 부정을 하여 세상에서 이러한 말들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태민은 다섯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최순실을 박근혜 대통령과 연을 맺게 하였고,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가 최순실보다 더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게 되자 최순실은 이혼을 하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육 여사의 사망 이후 영부인 역을 하다가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청와대에서 나와 일곱 난장이가 백설공주를 돌보듯 자신을 돌본 최순실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였고, 대통령이 되자 그 주변인물들에게 보은의 뜻으로 국가의 요직을 주었고, 그들은 그 요직을 최순실 일가의 축제를 위해 국가를 경영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많은 정치인과 문화인, 언론인, 경제인들이 등장한다.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 변호인 최유정과 정운호의 롯데면세점 로비사건, 롯데부사장의 자살, 대기업 어음사기와 탈세를 변호한 홍만표 변호사의 불법 변호, 조선일보의 홍만표와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연계설과 넥슨과 우병우의 부동산 의혹 제기,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부패기득권 세력이라 공격하자 K스포츠와 미르재단 의혹 제기, 김진태 의원이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 접대 폭로로 사임, 이화여대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 제기, 한겨레의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교정, JTBC의 연설문과 기밀문서 파일이 들어있는 태블릿PC 폭로, 문고리 3인방 퇴진, 심상시설, 카게무샤설, 최순실 일가의 체육사업과 예산개입 등 너무나 복잡하다. 수사와 차은택과 삼촌 장관을 필두로 관련인사 청산 돌입 등.

일국의 대통령이 어찌 한 사람에게 국가정치를 의존하여 시키는 대로 인사들을 발령하여 장관도, 차관도 되게 하고, 없던 조직도 만들어 자리를 만들어 주고, 예산도 만들어 주고 국가 예산도 모자라 기업후원도 하도록 하였는지 놀랍다. 공권력과 국가 주권이 한 집단 내지 개인의 손에 놀아났다는 것과 가장 큰 공로자가 바로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 최순실이 시키는 대로 했고, 그가 추천한 인사들이 저질렀을 뿐이라고 해도 국가를 대표하는 자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비선을 둔 것이 비선이 국정을 농단하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병우의 여러 비리들과 인연설에 대해 조사를 하게하고, 그 조사를 하게 한 지휘자가 우병우였고, 대통령의 관계자 비리 관리를 맡은 우병우가 바로 그 중심인물이었다는 것도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실세가 시키는 대로 작동하도록 둘러싸여 있었음을 말해 준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 박관천이 작성한 십상시 보고문서가 유출되고, 이로 인해 최경장이 자살하였으며, 박관천은 무덤까지 입을 다물겠다고 하나 국민들은 국가기밀이 아니라 국정농단의 진실을 위해 그 문건에도 진실의 잣대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호스트바 출신 고영태도 무덤까지 입을 다물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헌법이 유린되었다고 믿고 있으며, 국가와 국민들을 세월호에 타게 하여 좌초 직전의 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야를 하거나 집권 권력 포기 선언을 하지 않고 친박당을 통한 거국내각의 제안은 그래도 권력을 유지해야 살아남는다는 처세술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이념이 아니라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친박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아바타를 의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 국가와 국민이 가슴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먼저 정의에 대해 말해보자. 정의란 밥그릇이 없는 사람에게 밥그릇을 주는 것이다. 즉 몫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몫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박근혜가 어머니 상실의 아픔을 겪을 때에 밥그릇을 제대로 주지 못해서 최테민은 그냥 따뜻함이 밥그릇으로 생각하게 했다. 이용하는 것을 은혜로 착각하게 한 것이다.

우리 장애인에게도 제대로 된 밥그릇이 필요하다. 그냥 예산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장애자란 용어를 장애인으로 바꾸는 것이나 수급자에서 탈출하려면 혜택을 포기하고 맨 몸으로 나가라는 빈민구제책이나, 장애인은 어려우니 도와준다는 헌법이나, 국가 예산은 경제개발에 바쁘니 공기업이나 민간이 장애인 할인이나 해 주라는 식의 복지는 제대로 된 밥그릇이 아니다.

종교와 정치가 결합되는 것에는 성공과 지배라는 한풀이가 들어가 있다. 장애인은 르상띠망이라는 한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데, 재활은 이 한을 극대화한다. 자립은 한을 절제하고 적응하는 대에 목적이 있다.

일본 오음교의 교주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사회에 대한 막연한 악을 품고 살인을 위해 독가스를 제조하여 지하철에 뿌렸다. 최태민은 월남하여 기업인, 종교인, 정치인의 자리를 두루 거치면서 몸을 곤하게 하여 한을 이겨내고자 하였고, 때로는 여색 속에서 한을 풀고자 하였다. 그런데 정치와의 결탁이나 구국이라는 탈이 가장 돈 벌고 출세하기 편한 속임수임을 44범을 통해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를 잃은 정치의 무상함 앞에 선 한 여인을 르상띠망을 풀게 함으로써 의존적 존재로 만든다.

우리 장애인복지 역시 정치인들이 권리의 보장이 아니라 문화향수와 꿈, 재활의 희망으로 르상띠망을 누르며 복지 대상화하고 더 성장하지 않고 만족하도록 조정하고 절제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인 서비스는 제공해 주되, 절대 1조가 넘는 예산시대가 오는 꼴은 볼 수가 없단다. 배가 고프면 먹여 주어야 조용하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주면 딴 생각을 하고 품에서 떠난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문화, 외교, 국방 등 국가 정책에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고, 특히 인사권을 행사하여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막은 역할도 했다고 본다. 이 정도의 인사개입이라면 의원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져 국회도 아바타들이 있다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은 자신이 정책보좌관을 지명할 수 있는데, 장관을 추천한 사람이 보좌관을 청탁하면 그 보좌관은 실세 장관 역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을 행사하고 공무원을 잡는다. 이것이 문고리 행정부이다. 청와대만이 아니라 행정부처, 정당도 이러한 방법으로 사유화가 시도되었고, 비례대표의 명단의 하달로 인해 장애인 추천은 좌절되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애기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불행이다. 대통령 임기 말년에 서로 많이 먹으려 다투다가 분열이 생겨 내부고발이나 언론제보가 있어 겨우 알려지기 시작한 이 사건은 그래도 묻힌 것보다는 덜 불행하다.

그리고 대통령 집권 중이어서 사실 완전한 전모를 밝힐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1년을 앞두고 밝혀진 것이 천만 다행이다. 선거 말년에 다시 뒤를 약속한 조정된 정권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말년 선심성 예산 증액의 틈을 타서 차은택과 최순실 일가의 곳간비우기를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정윤회의 말 사업, 딸과 조카의 체육사업과 문화사업, 최순실 언니인 최순덕의 꽃가게는 각자 수천억의 자산가들이 하는 사업치고는 너무나 소담스럽다. 무속에 의한 태극의 변형 바로잡기, 국정논단 바로 잡기 등에 이어 이러한 방만한 국가 예산 빼먹기로 인해 타격을 받은 장애인복지 예산의 증액이 역사를 거슬리지 않도록 함께 추진되기를 바란다.

장애라는 한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국가가 차후에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은 국정농단에 못지 않게 국민들을 힘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태민처럼 사기와 횡령으로 재산을 모을 수 없는 장애인이 살만한 세상을 우리는 만들어야 국민 모두가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부정으로 대대손손 잘 살고, 능력 부족을 다시 부정을 통해 만회하는 세상에서는 장애인은 살 수가 없다.

최순실 일가는 타는 말은 이제 그만하고, 진실한 말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공약한 법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은 어디에 갔을까. 세상을 바꾸겠다는 공약은 무속적 의미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대통령의 체조발표회에서의 체조동작은 눈물이 나게 한다.

그래도 최순실을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으로 직접 자가 추천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랬다면 비선이 직선이 되어 분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열 가지를 가진 자에게 주려고 하나 가진 장애인 예산마저 축소시킨 것은 원상회복하여 장애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오염된 정치에 줄 선 행정가와 정치인의 마지막 양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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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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