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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이의 특별한 독서활동 이야기

부모 장애유형 따른 섬세하고 다양한 육아지원 서비스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0-14 16:56:20
세상 모든 엄마들은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사랑하기를 무척이나 바란다. 오죽하면 몇 년 전부터 ‘책 육아’라는 조금은 웃지 못 할 이름의 육아법까지 한국의 강력한 육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겠는가?

시각장애 부모들이라고 그 마음 다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의 특성상, 부모가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으니,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다른 부모들만큼이라도 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우리 시각장애부모들 사이의 가장 커다란 이슈이다.

사실,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그 외에도 고민해야 할 것이 또 있는데, 그건 바로 독후활동이다.

요즘 유아/어린이 책들 뒤편을 보면, 책의 주제에 맞추어 요리활동에서 미술활동, 과학실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후활동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함께 책을 읽다가 이것을 보며 재미있어 보인다며 하고 싶어 하는데, 시각장애엄마인 나에게는 너무 힘든 활동도 있고, 불가능한 것들도 제법 있다. 책 자체를 읽는 것도, 그 외의 다채로운 독후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시각장애부모들에게는 여간 부담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잘 아는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동화책을 점역하여 대여하기도 하고, 독서도우미를 파견하여 아이들이 시각장애부모와 함께 하기 어려운 독서활동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간 이응이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장애부모의 자녀양육 역량강화프로그램인 ‘맘파워프로젝트-맘(Mom) 편한 세상-’에서 파견해 주신 독서활동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무척 특별한 독서활동을 경험했다.

맘파워 프로젝트에서는 이 밖에도 아이들에게 문화센터처럼 정기적으로 오감만족 책놀이 수업도 진행하고, 부모들에게 독서지도 노하우 및 책을 매개로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모독서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이번에 이응이와 함께 해 주신 독서도우미선생님은 훤칠한 훈남 스타일에 태권도사범자격까지 갖추고 계신 교육대학원 재학생이셨다.!
(꺄악! 아들 엄마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프로필의 소유자!)


앞으로의 독서활동 계획을 의논하고, 아이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집으로 방문하시던 첫 날, 선생님 손에는 작고 예쁜 생크림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아이와 촛불을 불어 끄고 앞으로 함께 잘 해 보자며 하이파이브도 해 주시던 그 날의 선생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머! 센스 백만점! 혹시 연애의 고수?^^)

평소에 내가 이응이와 책을 읽으며 느끼는 불편함은 책 자체를 읽어 주는 것 보다는,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적용하고 해석하며 직접 경험하는 활동에 대한 목마름이기에, 독서 자체보다는 다양한 독후활동부분을 중심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첫 날, 이런 말씀을 나누고 선생님과 나와 이 오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응이와 독서선생님과의 신나는 독서활동이 시작되었다.

올 초부터 역사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응이와 함께 좋아하는 역사책을 읽고, 직접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삼국시대에 관련된 어린이 역사뮤지컬을 보러 가셨다.

(박물관 전시물 앞의 문자정보도 읽을 수 없는 엄마는 여섯 살 역사박사 아이와의 박물관 나들이가 점점 힘에 부친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머릿속 지식이 가득해도 눈 앞의 전시물 정보가 안 보이면 무슨 소용인가?)

선생님과 경복궁에 가서 조선시대의 궁궐에 대해 알아보고, 궁을 지키던 수문장의 순찰을 재현하는 의식도 보았다.

태권도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던 이응이에게 직접 태권도를 가르쳐 주시기도 하고, 국기원에도 데려가 주셨다.

(자전거로 씽씽, 킥보드로 쌩쌩! 6세 남아의 왕성한 활동성을 감당하기가 점점 벅차다. 장애 특성상 체육활동을 함께 하거나 돕기 힘든 부분이 점점 늘어간다.)


그 덕분에(?) 지금껏 사교육 청정지역에서 살아오던 이응이가 결국, 얼마 전부터 태권도학원에 다니게 되기도 했다.

때로 이응이가 책 읽기를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활동성 높은 이응이와 집 근처 타임스퀘어 교보문고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함께 책을 읽으셨다.

나중에서야 왜 그러셨는지도 듣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원래 서점에 가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응이가 책 읽기를 별로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일 때면 그렇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아 그러신 거라고 말씀하셨다.

(아! 세심한 아이마음 읽어주기까지… 좋은 아빠 자격증은 따 놓은 당상!^^)


수업 종결이 다가올수록, 이응이도, 선생님도, 나도 서운함과 아쉬움이 점점 커져갔다.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며, 선생님께서 이응이에게 마지막 시간에 선생님과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으셨는데, 그 질문에 우리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제가 모든 기차를 다 타봤는데, 누리로만 못 타봤거든요. 선생님이랑 누리로 타고 싶어요.’

그 말을 아들에게 전해들은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이응아! 기차를 타면 대부분 멀리 가게 되잖아? 그런데, 선생님은 이응이와 멀리는 갈 수 없고, 누리로는 자주 다니는 기차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혹시 선생님과 누리로 못 타더라도 서운해 하지는 마.’

아이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열심히 알아보신 티가 역력한 메시지. 이응이와 아침 일찍 누리로 기차를 타고 수원성에 다녀오시겠단다.
(아! 선생님 마음 씀씀이에 폭.풍.감.동!)

수원성에 다녀와서 선생님과 헤어지던 날, 이응이는 선생님께 감사의 표시로 직접 클레이로 감사메시지를 만들어 드렸다. 선생님과의 수업 종결이 다가오면서 서운해 하던 이응이에게 내가 한 마디 시크하게 던졌다.

“우리, 지난 번 외할머니 생신 때 만들었던 생일축하 클레이 메시지를 독서선생님께도 만들어 드리면 어떨까? 선생님은 아무런 조건 없이 이응이와 책 읽고 싶어서 공부할 것도 많으신데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와 주셨잖아?”

아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고, 나는 재료와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만 인화해 주었다. 아이는 며칠간 하원 후에 짬짬이 한 글자, 두 글자 조물조물 글씨를 만들더니, 어느 새 뚝딱 클레이로 색상에 패턴까지 더해 우드락에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다.

나는, 내 아이가 부모의 장애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나 도우미 선생님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이응이에게 감사 메시지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때로 놀고 싶어서 하기 싫다고 말하는 날에는 함께 격려하고 독려하며 완성했다.

비록 아이가 만든 작은 것이지만, 엄마인 내가 돈을 주고 사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것이라는 걸, 진정성을 갖고 봉사를 하시는 선생님들이라면 아실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에 있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은 우리 장애 부모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받은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쳐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응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책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기쁨을 알게 해 주시고…키도 크고, 운동도 엄청 잘 하셔서 이응이에게 멋진 남자의 롤모델이 되어 주신 장진혁 선생님.

연구 프로젝트도 많고, 논문 준비로 바쁘셨는데도 그 귀한 시간을 기꺼이 듬뿍 이응이에게 내어 주신 선생님의 귀한 마음과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다.

선생님 덕분에 요즘도 주말이면 가끔씩 책 읽으러 교보문고 가자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가곤 한다. 사실, 선생님이 이응이와 함께 책을 읽기로 정해져 있던 시간은 일주일에 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매주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까지 이응이와 즐겁고 다채로운 독서활동을 해주셨기에, 엄마 입장에서 그 진정성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장애유형에 따라 육아상황에서 생기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시각장애 부모들은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미술활동, 박물관 등의 체험형 나들이 등을 함께 하기가 힘들다.

지체장애 부모들은 영아기 아이를 안고 업으며 돌보는 일, 아이와 놀이터에서 몸놀이하며 놀아주기 등이 힘들다.

청각장애 부모들은 아이와 책 읽어주기나 말놀이 같은 걸 함께 하기 힘들다.

이렇듯 장애부모의 장애유형에 따른 육아상황에서의 어려움과 고민은 다양한데 비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사회서비스 등은 아직 그 다양한 어려움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모쪼록, 앞으로 장애부모의 육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관련 기관 및 복지관 등이 좀 더 섬세하고 개별적인 적절한 관련 서비스를 고민하고, 구상하고, 시행해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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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은진슬 (glassd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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