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제1회 비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자격시험으로 출발한 수화통역사 자격제도를 통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693명의 비공인 민간 수화통역사가 배출되었고 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자격증으로 전환된 이후 현재까지 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1387명이 배출되었다. 이로서 비공인 민간 자격증과 공인 민간 자격증을 포함하여 국내에 자격증을 취득한 수화통역사는 1650명에 이른다.

오는 10월 8일에는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응시생들이 2차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어 공인 12기 수화통역사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농사회에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농인 자녀를 둔 청인 부모님들이 수어를 배우고, 수화통역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수화통역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 그 변화의 폭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필자가 수어를 배우기 시작하던 30여년 전만 해도 청인 부모님들은 농인 자녀들이 수어를 자신의 모어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였고 행여 자녀들이 수어를 배우거나 사용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야단을 치며 수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농사회를 둘러싼 환경에 작지만 서서히 변화들이 일었고 그러한 변화 가운데 농인 자녀를 둔 청인 부모님들에게도 작은 물결처럼 일렁이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수어를 전혀 모르는 농인 자녀를 직접 데리고 수어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부모님들도 계시고 농인 자녀와 원활한 소통을 나누고 싶어 수어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부모님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이와 같은 청인 부모님들의 변화가 참으로 반갑고도 반갑다. 그동안 필자가 만나 온 수많은 농인들이 수어를 하지 못하는 청인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기도 하고 가족안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을 하소연 하기도 하였다.

해외의 경우에는 농인 자녀를 둔 청인 부모님들이 수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자녀가 농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선 수어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수어가 가능한 부모님을 통해 농인 자녀들은 청인들이 귀동냥을 통해 얻는 정보들을 부모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많은 정보들을 청인과 같이 동등한 수준으로 공유하며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청인 부모님들을 통해 농사회의 또 다른 변화를 희망하며 대한민국의 농인 자녀를 둔 청인 부모님들이 모두 농인 자녀들과 수어로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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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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