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지우개’의 만화의 한 장면.ⓒ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심현지 소장은 척수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장애인들은 모두 국가의 지원으로 먹고 산다고 알고 있었단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은 모두 거주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단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스포츠광이었던 심 소장은 마음껏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 사표를 내고 스키를 타러 가서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의 남편인 당시의 남자 친구와 마음이 잘 맞지 않아 자주 다투며 헤어질 결심까지 했지만, 사고는 장애만 안겨준 것이 아니라 겸손과 남편의 사랑, 장애인으로서의 할 사업을 선물해 주었다.

심 소장이 장애인이 되어 가장 두려웠던 것이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였다. 심 소장은 충주장애인부모회 오혜자 회장을 만나 장애인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가족들의 응원이 자립의 힘을 얻게 했다고 말한다.

심 소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무언가 장애인 당사자로서 해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많은 도전을 해 본다며, 중청북도장애인복지기금에서 350만원을 지원 받아 인권만화 동영상과 만화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아야 했는데, 허윤희 선생님이 더빙을 도와 주셨고, 장세원 선생님은 녹음실을 기꺼이 빌려 주셨다고 한다.

이 동영상 자료를 아동센터와 초등학교에 무상 배포를 하였는데, 반응이 뜨겁다. 원작은 심상미(작품 발표연도인 2005년 당시 신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쓴 글이다.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각, 청각, 지체, 뇌병변,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유형들이 모두 모여 컴퓨터로 만화를 직접 그렸다. 그리고 만화의 캐릭터들은 센터의 활동가들의 모습을 모델로 그렸다.

이 만화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3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한다.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사랑이의 토끼지우개를 던지며 장난을 친다. 토끼지우개는 장애인 친구인 희망이의 자리 밑에 떨어진다. 그러자 사랑이는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여 돌려받기를 포기한다.

희망이에게 너에게 선물을 주려고 한 토기지우개라고 거짓말을 한다. 희망이는 그 말을 그대로 믿으며 기뻐한다. 그리고 토끼지우개를 소중하게 여긴다. 희망이와 아무도 짝이 되기를 원하지 않아 담임선생님은 돌아가면서 희망이의 짝이 되도록 하셨다. 일종의 고통분담과 같이 말이다.

희망이는 몸을 비틀고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침을 흘리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희망이가 선물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지우개를 화장실 변기에 빠뜨리게 된다. 희망이는 지우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변기에 손을 담그고 아쉬워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기에 손을 담그고 명상에 잠겨 있다.

반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변기에 손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몰라 만류하였으나,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아 설득을 포기하고 만다. 그냥 희망이는 이상한 아이가 되어 버린다.

비가 오는 날, 희망이의 짝이 된 사랑이는 장애인 친구를 도와 하교를 같이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지만, 몹시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도 희망이는 우산을 사랑이에게 자꾸 씌워준다. 사랑이는 폐쇄공포증인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파트에 같이 올라가 달라고 부탁한다.

현관문에 사랑이가 다다랐을 때, 학교에 열쇠를 두고 온 것을 알고는 부모가 귀가하기를 기다리게 되는데, 혼자 있기가 싫었지만, 희망이에게 그만 집에 가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희망이는 같이 기다려 준다.

늦도록 집에 오지 않는 희망이가 걱정되어 희망이의 어머니가 찾아오게 되고, 희망이와 사랑이는 같이 희망이 집으로 가서 놀게 된다. 친숙해진 사랑이는 희망이의 집에 그 이후로 자주 놀러 가고, 귀여운 희망이 동생과도 즐겁게 보내게 된다.

어느 날, 수돗가에서 목에 걸어 두었던 열쇠가 하수구 구멍에 빠지게 되었으나, 누구도 하수구 구멍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도록 도와주지를 않는다. 손을 더럽히기가 싫어서이다. 희망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손을 넣는 것을 보고 사랑이는 희망이가 왜 변기에 손을 넣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희망이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소통의 방법을 알게 된 사랑이는 하수구 구멍에 손을 넣어 같이 열쇠를 찾으며 희망이와 손을 잡게 된다.

장애 친구와 소통하거나 친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간단한 만화 동영상으로 잘 그려내고 있어 작품성이 매우 우수하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화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멀리 하고 있는 사회도 잘 표현하고 있다. 희망이는 나름 이유가 있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희망이에게는 친구가 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할 뿐이다. 사람들은 비장애인들은 마음을 열고 있으나 장애인들이 마음을 닫고 있다고 믿고 있다.

희망이가 너무 착하게 묘사되었고, 지저분한 것을 거리낌 없이 만져도 되는 인물로 묘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외골수적 비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이 아니라 친구의 어려운 사정을 묘사한 것이고, 장애인과 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트릭일 뿐이다. 우리가 더럽다거나 피하는 것, 그것이 장애인의 현주소라면 사실 그 속에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승화된 사랑이 있다.

아이들의 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통합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감동과 따스한 온기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희망이와 어울리면서 컴퓨터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것을 보면서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보조기기를 이용하면 무엇이든 잘 하는 장점을 가진 아이임을 알게 된다. 장애만을 보지 않으면 강점을 가진 인간임을 발견하는 대목이다.

특별히 훈시적으로 강요하지도 않고, 문제의식으로 돌진하지도 않으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작품으로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동영상을 원하는 사람은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전화 043-845-4544)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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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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