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는 국내에 척수장애와 관련된 통계와 자료가 너무 없는 현실을 인지하고 설립이후 다양한 자료를 발표하였다.

2007, 2012, 2015년에 걸쳐서 척수장애인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고, ‘일상의 삶으로’라는 슬로건아래 척수장애 기본안내서, 직업소개서, 상담자료집, 각종 세미나 자료집과 단행본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출간을 해왔다.

또한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등과 연구에도 공동 참여하여 관련 연구서를 발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척수관련 보고서인 ‘척수손상의국제적 관점(International Perspective on Spinal Cord Injury)’을 출간했다. 척수손상과 척수장애에 대해 알리고 예방과 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서술한 이 책은 척수장애인에 대해 소홀했던 각 나라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척수장애의 이해, 척수손상의 국제적 추세와 통계, 예방조치, 건강관리와 재활, 관계개선, 환경 증진, 교육과 고용과 권고사항 등을 서술한 척수와 관련한 종합자료이다.

척수장애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자료를 출간하는 등의 기초자료가 있어야 정책과 제도로 결실을 맺게 된다. 관계부처에게 무엇인가를 요구 할 때 늘 듣는 말이 자료와 근거가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전 세계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에 대한 통계와 연구를 위해 내년에 각 나라별로 일괄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제척수손상학회와 함께 주관하는 이 조사는 한국에서도 관련 자문위원을 구성하여 활동 중이다. 2019년 발표예정인 이 연구를 통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척수장애에 대한 경각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한다.

척수장애와 관련된 이렇다 할 통계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반성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세미나가 서울에서 열린다. 올해 10월 20일 백범기념관에서 척수협회가 주최하여 미국 척수손상센터의 책임자와 세계보건기구의 척수통계 담당자를 초빙하여 척수관련 통계에 대한 주제로 매우 의미있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척수장애라는 용어가 무척 생소했었다. 이제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기관에서도 척수장애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내보내고 있어 과거와는 달라진 척수장애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한 척수장애 리포트와 척수협회에서 발행한 척수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 ⓒ이찬우

국제기념일들은 인류생애와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기리기 위해 기념되고 있다. 이 날은 그 주제를 기념하고 관련된 현재의 상태를 증진시키고 행동을 결집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10월 10일 국제 정신 건강의 날, 10월 24일 유엔의 날,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 12월 3일 국제 장애인의 날 등이 있겠다.

국제척수손상학회(ISCoS)는 산하 예방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일반 대중에 척수손상에 대한 인식을 증대시키고자 매년 9월 5일을 ‘척수손상의 날’로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인식개선을 통해 장애인들의 포괄적인 생활을 촉진시키고,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들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를 환영한다.

국제척수손상학회는 의료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을 통해 세계 전역의 척수 손상 환자들을 위한 최상의 관리 기준을 증진하는 일을 하는 단체이다. 국제척수손상학회에는 87개국 약 1,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또한 산하의 예방위원회를 통하여 척수 손상 예방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관장하고 있다. 향후에 국제척수손상학회는 9월 5일을 세계척수손상의 날로 선언하기 위해 WHO, UN, UNICEF 등과 같은 세계적인 조직들과도 협력 중이다.

SCI day(척수손상의 날)을 홍보하는 홈페이지(http://worldsciday.org/).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이보다 앞선 2006년부터 매년 10월 1일을 척수장애인의 날로 기념하여 왔고 올해 11회의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사회에서 척수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척수장애인들의 공적을 치하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행사이다.

10월 1일은 숫자로 나열하면 1001을 의미한다. 1은 팔을 의미하고 0은 휠체어를 의미하여 양팔로 두 바퀴를 미는 장면이 연상되어 이 날을 척수장애인의 날로 기념하였다.

척수손상과 그로 인한 신체의 마비는 환자의 신체, 정신, 사회, 성, 그리고 직업 등 여러 부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척수장애인을 부양하는 사람과 그 주변의 다양한 관계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부상을 당한 후 첫 1년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부상의 정도에 따라 33만 달러(3억 7,400만원)에서 100만 달러(11억 3,400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4만 1천 달러(4,650만원)에서 17만 8천 달러(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2년 이상 병원에서 치료하는 동안 경제적인 손실과 사회적인 손실이 적을 수는 없다. 퇴원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의료비, 보장구 비용과 생활비용 등 척수장애는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장애유형이다.

척수손상은 반드시 운이 없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부주의, 무모함, 무지 또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척수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사고현장에서 조치를 잘못하여 2차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이 있다.

척수손상환자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완전 손상 시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예방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흔히 예방이 치료 보다 중요하다 말하지만 척수손상에 있어서 예방은 곧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척수장애인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것’과 ‘실제 가능한 것’ 사이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척수 장애인들이 실제로는 가능했었을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박탈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들은 미비한 실정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일이 가능해지고,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정말로 기쁜 소식인 세계척수장애인의 날이 진정한 세계적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척수협회는 매년 10월 1일을 척수장애인 날로 선언하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작년 제10회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척수장애인상’을 받은 수상자와 구근회 협회장님.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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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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