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폭염이 이어지며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요즘, 필자는 전 직장동료로부터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식을 들었다. ‘탈시설-자립생활 꽃님 기금 전달식’을 한다고... 이 소식을 들은 후 필자는 18일, 기금 전달식을 보러 혜화동 노들야학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달식이 시작되자 꽃님 기금마련 관련 사연이 카드뉴스 형식으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노들야학,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공동 제작한 꽃님 기금마련 사연 관련내용은 다음과 같다.

꽃님씨가 살던 시설의 원장은 꽃님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꽃님씨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꽃님씨는 시설에서 300년 산 기분이었다 한다. 십여 년 전 당시 시설인권조사를 나왔던 활동가에게 꽃님씨는 ‘나를 지역사회로 데리고 가면 안 되겠나?’고 전화로 얘기했다고 한다.

꽃님씨를 지원할 활동보조인도, 꽃님씨의 몸을 누일 집도 없던 때였지만, 꽃님씨가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했기에 시설인권조사를 하던 활동가는 일단 부딪치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 야학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꽃님씨를 살게 하고, 활동보조는 두 단체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꽃님씨의 탈시설 삶은 기적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탈시설을 한 후 꽃님씨는 자기만의 방을 갖고 야학에서 공부하고, 자신의 의사가 존중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이 없어 밥은 하루에 한 끼였고,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으로 생활했지만 월세가 35만원이라 탈시설의 자유를 택한 대가는 혹독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버티지 못하면 다시 시설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꽃님씨는 지금까지 10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힘들게 살았지만 그 속에서 얻은 자유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유를 꽃님씨만 누리기에는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에게 미안하다며, 꽃님씨와 같이 탈시설을 바라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꽃님씨는 돈을 아끼고 아껴, 매월 20만원 씩 10년 동안 모으며 2천만원을 만들었고, 자신이 시설에서 나온 지 10년째인 올해, 그 돈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노들야학에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다. 탈시설을 하려는 장애인을 위해 써달라고..

꽃님 기금 전달식 전경 ⓒ노들장애인야학

여기까지가 꽃님 기금마련 사연 관련 내용이다. 이 내용을 들으며 필자는 특히 꽃님씨가 전해준 다음의 내용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을 공동 제작한 꽃님 기금마련 사연에서 다시 인용해 보겠다.

‘이 곳(지역사회)에서 버티지 못하면 다시 시설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말을 들으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국가차원의 중장기적 계획이 미비하고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꽃님씨 말처럼 장애인은 시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또한 시설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시설 측에서 정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하는 것, 시설에서 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 나만의 사적인 공간을 갖지 못하는 등, 시설 입소 장애인들은 자유가 박탈됨은 물론 자기결정권, 선택권도 없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발달장애인 가족을 지원해 장애인 부양부담을 경감하는 장애인가족지원제도는 서비스 양도 턱없이 부족하고 가난을 증명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 상당히 열악한 현실에 있다. 국가의 지원이 부족해 부양부담이 상당한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보내게 된다.

그리고 폭력적인 일부 발달장애인 사례를 마치 발달장애인 전체의 특성인 것처럼 일반화해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어야 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에 있다. 이런 논리가 득세하는 현실까지 더해져 시설에 수용된 발달장애인들은 격리되고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성폭력, 물리적 폭력 속에 인간의 존엄성마저 박탈당하는 장면들을 언론 등을 통해 보고 있다.

이런 시설의 현실을 느끼고 알기에, 꽃님씨는 지역사회의 삶이 힘들어도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자유를 누리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꽃님씨를 10년 동안 지역사회에 살게 한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같이 들어왔다.

또한 ‘노들야학 사람들은 열심히 데모하며 탈시설-자립생활 투쟁을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탈시설을 하려는 사람에게 의미 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돈을 모았다.’고 꽃님씨는 기금 전달식 토크쇼에서 얘기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쓸모없고 잘 못하는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남아있다. 하지만 꽃님씨는 그런 현실과 당당히 맞서며 장애인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고 쓸모 있는 주체적 존재임을 꽃님 기금 전달식으로 알리고 싶었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겪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꽃님씨의 고백을 기금관련 사연에서 보았다. 그 고백을 보며,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서로 어울리며 교감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픈 간절하고도 꿈같은 그녀의 바람이 꽃님 기금을 마련한 배경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꽃님씨의 이런 당당한 행동에 서울시장은 축사를 보내며 서울시도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가수 ‘이란’과 ‘솔가’가 기금 전달식 축하공연을 통해 같이 잘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를 통해 필자로서는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도 가졌다.

꽃님 기금 전달식 토크쇼 장면. 좌측에서부터 인권중심‘사람’ 정욜 활동가, 인권연구소 ‘창’ 유해정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임소연 활동가, 꽃님씨, 노들장애인야학 홍은전 교사, 노들장애인야학 임영희 교사(마이크를 들며 이야기하고 있음) ⓒ이원무

꽃님 기금 전달식 토크쇼에서 꽃님 기금 마련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정욜 활동가(좌측)와 꽃님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홍은전 교사(우측) ⓒ이원무, 노들장애인야학

꽃님 기금 전달식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이란’(좌측)과 ‘솔가’(우측) ⓒ이원무

꽃님 기금 전달식 직전 축하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좌측)와 메시지를 듣고 있는 꽃님씨(우측) ⓒ이원무

꽃님 기금 전달식 장면 ⓒ이원무

꽃님 기금 전달식과 같은 사례는 ‘Nothing about us, without us(내가 관련됨이 없이는 나에 대한 결정을 하지 말라.)’는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당사자 스스로가 몸소 실천하는 힘을 보여주기에, 이런 사례들이 모이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고, 장애인들의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주체적 의지를 정부, 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필자는 꽃님씨의 이런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

올해 4월 19일,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증진 및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에서의 토론자, 발제자 모습(좌측), 장차법에서 앞으로 탈시설-자립생활이 강조되어야 함을 말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우측) ⓒ이원무

그리고 4개월 전 장차법 개정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발달장애인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분리하고 차별하는 대표적 주거환경이 시설이라 (장차법에서) 탈시설을 재조망하고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 궁극적 방향으로 장차법에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와 이와 관련된 국가차원의 지원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장애인 당사자들이 요구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서 당사자의 힘을 통해 법상에 탈시설-자립생활을 명시하는 것, 정부가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것을 진짜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 이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각 장애유형별로 세우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지역사회에서 서로 어울리며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당당한 삶을 살아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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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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