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화재시 피난대책에 관한 연구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2년도 강원대학교 이흥교의 석사논문은 장애인이 아닌 노인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연구한 것이다. 노인이면서 복지시설에서 생활할 정도면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이 교수의 논문 제목은 ‘피난약자시설 화재안전성 및 피난안전도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인데, 여기서 피난약자란 자력으로 피난하기 어렵거나 피난에서 불리한 사람으로 노인과 장애인 등이라 정의하고 있다.

화재는 빛과 열, 연기를 동반하며, 연소로 인하여 정전, 공간 폐쇄, 붕괴, 폭발 등이 일어나고, 연기는 산소결핍, 빛 흡수, 유독가스를 발생하는 현상이 있으며 유동성이 확산성이 빠르게 일어난다.

건축법이나 소방법, 편의증진법 등에서 피난설비에 대해 언급은 되어 있으나, 장애특성을 고려한 그 어떤 구조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노유자시설(복지시설)을 통칭하여 좀 더 강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강당 등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피난이 용이한 위치에 장애인석을 마련하고, 건물 내 경보장치는 점멸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정도가 장애인 피난 대책의 전부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흥분과 패닉상태에서 빛을 보고 돌진하는 지광본능, 한 사람을 따라가는 추종본능,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는 귀소본능, 왼쪽으로만 돌아가는 좌회본능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하여는 연구된 바가 없으며, 패닉상태에서 정지본능과 우왕좌왕하는 정도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장애인시설에서의 화재를 사례로 살펴보면, 장애인은 친숙하게 다니던 길로 가려다가 길이 막히면 정지하거나, 발코니로 향하다가 턱에 막혀 포기하거나, 누군가에게 알리려고만 애쓰는 노력, 현재 위치에서 최대한 버티기 위해 대피장소로 만들려는 노력(수건 물 적시기, 문 닫기 등)과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조기에 쉽게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든 문 앞까지는 가서 급기야 대피를 포기하고 마는 행동 등을 보인다.

장애인은 이동의 어려움, 인지의 어려움, 정보 습득의 어려움, 근력의 부족, 의지와 판단의 부족과 평상심 지족성의 부족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위험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행동하고, 패닉상태는 훨씬 빨리 오면서 회복은 오히려 늦다. 장애인은 위급 상황이 오면 시간이 늦으면 대피하기 어렵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신고보다 대피하는 것이 우선으로 하여 신고가 늦어지거나 희생 후 발견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 안마시술소의 화재 사고에서 평소 다니던 길에 열기가 느껴지자 바로 창밖으로 몸을 던진 시각장애인, 작은 불을 스스로 소화하지 못하여 결국 대형화재가 되었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문 앞까지 왔으나 연기가 차자 호흡곤란으로 문을 열 힘을 내지 못한 휠체어장애인 화재사건 등에서 이러한 추론을 내릴 수 있다.

장애인은 방화문에는 대부분 턱이 있어 이동을 할 수 없고, 방화문은 무거워 열고 나가지 못할 수 있어 오히려 장애인에게는 방화문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철문보다 강화유리로 된 무단차 방화문이 좋다.

장애인의 등급별 형평을 이야기하면서 의사들이 모여 어떤 장애인이 더 화재시 어려운지를 논의하면서 장애인 등급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웃지 못 할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KAMS(장애판정기준) 개발위원회 의장이 누가 더 힘들까요? 라고 질문하자, 한 사람은 시각장애인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니 불쌍하다고 했고, 한 의사는 ‘불이야!’라는 소리를 못 들으니 청각장애인이 더 불쌍하다고 했으며, 또 한 의사는 소리도 듣고 탈출구도 보면서 눈 뜨고 화마에 휩싸이는 지체장애인이 가장 불쌍하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장애인들은 유머의 소재가 된 것에 자존심을 상해야 했다. 하지만 화재에서 모든 장애인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는 복지시설에서 화재에 대비하여 특별한 예방과 대피시설과 기구를 마련하고 있지 못하고 건축법상 준공허가를 위한 비장애인 중심의 기본적 조건만 충족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재시 장애인의 피해는 비장애인의 두 배라는 외국 연구 자료나 통계도 있는데, 적은 연기에도 대피 속도가 느려 심각한 피해를 보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시설은 출입관리가 용이하도록 복도식의 상당히 밀폐된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고, 복도는 연기의 통로가 되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장애인시설은 안전관리를 위해 출입구 외에 비상구가 있지만 평소 폐쇄되어 있거나 장애인들이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비상시 그 출입구를 사용하지 못한다.

화재의 조기진압도 어렵고, 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어 속보기를 통한 조기구조 요청도 어려우며, 대피 인력도 부족하고, 사무실과 거주시설이 연결되어 있고 별도의 구조대기 장소가 없다. 그리고 집기나 가구, 용품들은 후원에 의해 마련되어 방염이 되어 있지 않아 매우 화재에 종합적 취약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장애인복지시설의 화재시 피난대책으로 시설별 특성을 고려한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하여야 한다. 장애유형과 이용자의 연령, 이용자수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초기 소화설비와 호흡보조기구 비치를 강화해야 한다. 소화기는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투척용은 장애인이 발화지점에 정확하게 투척하기 어렵고 터져서 효과를 보게 할 근력도 부족하다. 장애인시설에서는 스프레이식 소화기도 있어야 한다.

화기를 사용하는 시설물들에는 더욱 소화설비와 감지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주방과 보일러실 등에는 자동소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보일러실에는 기름을 사용하므로 물로 소화하는 것은 안 된다. 스프링클러는 기존건물이라 하더라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배연설비와 방화구역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최근 이중강화유리로 된 연기를 차단하는 설비가 개발되어 있다. 그리고 시설 내의 물품에는 방염처리하여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직통계단의 거리기준을 보다 짧게 하여야 하고, 막다른 복도나 계단은 없애야 한다. 어느 방향이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옥외 경사로를 설치하여야 하고, 최소 한 층마다 턱이 없이 하강할 수 있는 무전력 피난승강기가 설치되어야 한다. 정기적 대피훈련도 실시하여야 한다. 훈련 미비시에는 벌칙금도 물게 하고 결과보고나 현장실사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재난약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제안하고 있다. 국내외 여러 화재 사건의 사례와 이 교수의 논문을 중심으로 장애인에 맞추어 추론해 본 장애인복지시설 화재 피난대책은 단순히 운영상 대피 매뉴얼을 만들거나 무각본 대피훈련을 해 보는 정보만이 아니라 시설이나 기구, 인력, 훈련 등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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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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