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교통사고의 수습 현장. ⓒ방송캡처

지난 7월 31일 오후 5시 16분 경 부산 해운대 문화회관 사거리에서 7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김 모(53세)씨는 자신의 푸조 외제 승용차를 타고 문화회관 사거리 300미터 전방인 신도시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시속 15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 사거리에 도착하자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을 치고 연이어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던 차량들과 충돌하였다.

가해자 김씨(53세)는 1993년도에 2종 보통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2008년도에 1종 보통면허를 취득하였으며, 올해 7월에 수시적성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50대 초반인데 60대의 노령층의 운전이 문제라고 기사를 쓴 언론도 있다. 23년이나 운전을 한 사람인데, 운전경력이 10년 미만인 사람보다 10년 이상인 사람의 사고율이 배로 더 많다는 기사를 쓴 언론도 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사고율을 줄이려면 운전 경력이 많아지면 운전을 삼가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고 당시 김 씨는 당뇨와 혈압 약을 복용하였다고 했고, 지인이 뇌전증이 있다는 말을 경찰에게 전했다. 사고 직후에는 당뇨와 혈압이 심신미약과 연관되어 처벌을 가볍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기자들은 뇌전증을 치료하던 의사를 찾아 인터뷰를 통해 매일 두 차례 약을 복용하도록 뇌전증 약을 처방했다는 말을 인용했으며, 김 씨는 사고 당일 뇌전증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로 인하여 사고의 원인은 뇌전증으로 밝혀졌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인도로 차가 올라가는 등 뇌전증으로 인한 사고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언론에서는 운전면허 적성검사 당시 뇌전증이 있음을 속여서 통과했다고 했다.

굳이 시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리한 빌미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속인 것이 되었다.

모 언론사는 한 해 동안 뇌전증이나 치매 환자 1664명 중 적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불과 6명에 불과하다며 적성검사에 구멍이 뚫렸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 여론몰이로 인해 적성검사가 엄격해질 것을 요구하는 만들 것이다. 그러나 운전면허를 취득한 뇌전증 환자 중 사고율이 매우 높다거나 개인적 주의로 예방이 가능한 것을 무조건 운전을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낙인과 사회활동의 기회박탈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운전은 누구나 위험하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이므로 사고 가능성을 이유로 운전을 금지한다면 성질이 급한 사람, 교통안전에 의식이 부족한 사람, 주사가 있는 사람, 비도덕적인 사람 등등 모두가 운전을 금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언론은 6개월 이상 입원을 한 것이 아니면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등을 알 수가 없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고, 광란의 질주라면서 뇌전증은 시한폭탄이라고 했다. 장애 정도가 가볍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이 정도의 증세는 장애인 등록도 하지 못하는 정도라며 더 위험한 장애인의 운전면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장애인의 운전면허 시험은 적성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정신장애인이나 뇌전증의 경우 운전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 운전면허를 받기 위해 이러한 진단서를 받게 되면 장애등급에 영향을 미치거나 장애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러한 진단서를 받은 것이 전혀 인정되지 않고 의사에게 주의경고 공문이 갈 수도 있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생활의 필수인 운전을 하고 싶을 것이고, 장애인의 등급 유지와 운전면허 두 가지 모두를 누리고 싶을 것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운전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서는 후일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므로 매우 방어적이고 부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진술서를 적성검사 판정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청렴서약서와 진술서를 작성하여야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위험한 운전자를 가릴 수가 없어 고령자는 인지검사를 강화하고, 지적장애나 정신장애인 등은 병원기록을 면허시험장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어떤 블로그 운영자는 정신장애인 등록을 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치료경력이 필요한데, 장애인등록 여부만으로는 정신적 문제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자를 가려낼 수 없다고도 하였다.

이 정도면 기사거리를 먹이감으로 호들갑을 떠는 수준이다. 불똥을 아무 곳이나 튀게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나 뇌전증의 경우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생활에 문제가 없는데, 약을 복용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약을 복용하는 것을 의사 소견서에 첨부하자는 의견을 말하는 언론도 있는데, 의사가 약 복용 사실을 매일 어떻게 알고 진단을 해 줄 수가 있을까도 문제이다. 운전에 약의 복용여부가 문제가 될 정도라면 운전자 자신의 목숨도 중요하므로 스스로 약을 복용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많은 걱정이 생겼다. 첫째 뇌와 관련된 질병이면 모두 위험하거나 정신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오인하기가 쉽다. 뇌성마비도 정신질환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뇌전증 즉,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닌데 동일시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음으로 뇌전증이 운전을 하면 안 되는가이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과실일 수 있는데, 약만 잘 복용하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신장애인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약을 복용하지 않아서 문제라면 약을 잘 복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사회적으로 위험한 사람들로 취급되는 억울한 문제가 생긴다.

이번 사고가 과연 뇌전증으로 인한 것인가도 의문이다. 과거 판례를 살펴보면 운전자가 뇌전증이 있는 줄 몰랐으나 뇌전증이 와서 사고를 내었으며 사고 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음을 참작하여 자동차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험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재판과정에서 교통사고의 경우 죄를 물을 수 있는가는 사고 당시 심신미약상태였는가가 관건인데, 또 다른 한 판례에서는 심신상태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사전에 뇌전증이 있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고, 사고 당시 뇌전증으로 인하였다는 증거도 없다며 유죄를 인정하였다.

경찰은 해운대 사건의 원인을 뇌전증이라고 하는 것은 사고자가 사건 원인을 뇌전증으로 주장하고 있고 재판과정에서도 그렇게 주장할 것이므로, 그렇게 발표한 것이지 사고 당시 뇌전증 증세가 나타났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블랙박스에서 발작의 시점이 검증되었다거나, 사고 직후 발작증상이 있었다고는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발작증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발작이 사고를 내었는지 사고가 발작을 일으켰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다만 병력이 있으니 사고의 원인이고 사전에 약을 복용하지 않았으므로 과실로 인정하여 유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것 같다.

차량 충돌의 현장 CCTV 장면. ⓒ방송캡처

어쩌면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사거리에 도달하자 중앙선을 넘어 무리하게 도주하려 하였고, 오히려 더 큰 사고를 내자 발작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뇌전증은 발작이 온 후 진정되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러나 발작은 망상이나 몽유병처럼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작과 실신이 오는 것이다. 발작으로 경련을 일으키거나 실신을 하여 가속기 페달을 밟은 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은 몸무게가 실린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경우이다. 발작으로 가속페달을 밟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특히 의식불명 상태라면 사거리에서 도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지는 않는다.

사고 당시 발작의 증거가 되는 증세가 증명되어야 하고, 300미터 이상 질주하는 과정에서 몸무게가 실린 상태에서 발을 가속기에서 뗄 수 없는 상태인가가 판단기준이 될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일이다.

뇌전증을 정신장애인과 동일시하는 언론도 문제이거니와 시한폭탄 등의 표현으로 매도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사회적 위험인자로 비춰질 가능성도 경계한다. 뇌전증으로 인해 약을 처방받은 자이지 장애인도 아니며, 중증이라면 약을 반드시 복용했을 것인데, 아주 약한 증세로 경계선에 있기에 약을 복용하는 것을 게을리 했을 수 있다. 장애인이었다면 결코 약을 소홀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자칫 장애인에게 매우 불리한 인권침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경계한다. 특히 의료기록을 본인의 동의 절차 없이 열람하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시적으로 순간적인 인지착각이나 뇌경색, 심장마비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행기 조종사의 경우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키면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부조종사를 둔다. 이는 사전 검사만으로는 원천적인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처음에는 당뇨와 혈압약을 복용하는 자라고 하였다가 나중에 뇌전증 환자라고 하고 있다. 건강의 문제가 있는 모든 사람이나 졸음이 오는 감기약 등 복용자 등 모든 약의 복용자를 위험하다고 운전을 금할 수는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전면허 제도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인정하지만, 접촉사고를 내고 곧바로 뇌전증이 와서 무의식적으로 도주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것은 뇌전증의 문제가 아니라 뺑소니한 양심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도로 주행 도중에 갑자기 정지를 했다거나 한 번의 추돌사고를 내었다면 심장마비나 건강이상 또는 뇌전증이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전증이 광란의 질주를 하는 시한폭탄이 되지는 않는다.

이번 사고가 인권의 문제냐, 안전의 문제냐로 대립되어 안전이라는 공익이 우선한다며 판정위원회의 보수적 판단이 강해질 경우 사실을 왜곡하고 엉뚱한 희생자를 생산하는 결과가 올 것이다.

안전은 건강의 문제이기 전에 안전교육의 문제이다. 비상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안전거리 확보나, 방어운전 등의 의식이 더 중요할 것이다.

차라리 국내에서는 150킬로미터로 달리는 구간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질주를 할 경우 과속을 할 수 없도록 장치를 하거나 경고음을 보행자가 듣도록 하여 피하도록 하는 것이 운전면허의 강화나 고령자, 건강문제로 인한 운전 여부의 제도 강화보다 나은 처방이 될 수 있다.

노령이라 운전을 제한하고 장애가 있어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상실감을 주고 기회를 박탈하고 낙인을 찍는 일이다.

사고가 났다고 하여 마구잡이로 강화하야 한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고, 교육이나 기술 등 보완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노령의 사고가 증가라고 하기 전에 노령 인구의 증가비율을 알아야 한다. 지금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16세 이상이 가지는 원동력 면허는 나이를 상향해야 할 것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성격이 포악한 사람, 사회에 한이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정신장애나 질병을 원인으로 몰아버리는 사회가 더 위험하다. 원천적인 해결을 하지 못하고 오류로 왜곡된 결과만 만들기 때문에 예방에 실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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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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