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중증장애인 사회복귀프로그램 ‘일상홈’의 해외연구를 위하여 16명의 단원이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8박 9일간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0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북유럽 최고의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1810년 설립된 공립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단일 단과대학의 수준을 넘어서는 의생명과학을 총괄하는 종합의과대학이다. 1810년 스웨덴 국왕 칼 13세가 군의관을 양성하기 위해 카롤린스카 의학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5명의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카롤린스카 연구소(KIㆍKarolinska Institutet)는 KI 교수 50명으로 구성된 KI 노벨회의(Nobel Assembly at KI)가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선정, 수여한다. 이런 유수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방문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웠다.

병원입구 반대 방향에 있는 공동묘지가 스산해 보이지 않았고 오래된 대학 캠퍼스와 같은 붉은 색 벽돌이 많은 건물들은 오히려 친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병원을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 기간 10년, 건설비용만 2조원에 가까운 대형 프로젝트가 2018년을 최종 목표로 진행 중이다.

정문에서 본 병원 전경. 이런 건물들이 가득했다. 다른 장소에 2018년을 목표로 최신의 병원을 짓고 있다고 한다. ⓒ이찬우

카롤린스카 병원과 R18척수병동에 대하 설명을 하고 있는 수석 간호사 토마스씨. ⓒ이찬우

고서로 가득한 회의실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찬우

어렸을 때 아버지의 한국근무로 3년간 한국에서 살았었다며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를 하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준 토마스(Tomas)라는 분은 척수병동 수석 간호사로 척수병동의 전부를 관리하는 분이었고 자세한 설명과 시설소개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을 유머러스하게 받아 주었다.

스톡홀롬의 시민은 약 200만 명인데 해마다 40~50명의 척수손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1년에 50명 정도의 척수손상을 치료하여야 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국제척수손상학회의 통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관리 노하우와 생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의 3차병원은 1년에 몇 명의 척수손상에 대한 수술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세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이 되면, 10개의 병상을 가지고 있는 R18이라는 척수병동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부터 척수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라 사회복귀를 해야 하는 대상자로 여겨진다.

척수장애인의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척수병동부터 환자복도 안 입히고 식사도 침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마련된 식당에 모여서 한다. 보호자도 없다. 사회복귀를 가정한 기본적인 훈련의 시작이다. 병원과 지역사회의 간극을 줄이려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병동에서는 6주에서 8주 정도 입원을 한다. 초기부터 아주 치밀한 계획 하에 훈련이 시작되는데 환자의 의지와 욕구가 반영된 프로그램(IVP, initial value problem)을 구성한다고 한다.

이 한 사람의 초기 환자를 위해 간호사와 PT(물리치료사), OT(작업치료사, 직업재활도 담당), 트라우마 담당, 감염담당자가 배치된다. 또한 RG라는 액티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민간회사도 연결이 되고 QM(Quality Manager)라는 환자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를 해주는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인력도 배치가 된다. 초기부터 완벽한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병실에 도착하는 첫 주에는 의사, 사회복지사와 손상자와 미팅을 갖는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반복적인 설명을 한다고 한다. 환자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둘째 주부터 퇴원까지 현실적인 목표에 대한 논의와 치료가 재활센터로 가기까지 반복된다.

우리 일행 중에 ‘언제 척수손상자에 못 걷는다는 사실을 알리냐?’라는 질문에 단정하기 보다는 현재 상태에서도 가능한 것(긍정적인 것)들을 조심스럽게 설명한다고 했다. 이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빨리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라는 일행들의 중론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척수병동은 RSS(스톡홀롬 재활센터)등과 계약을 맺고 퇴원이후에는 재활센터로 이전을 시키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다양한 실제적인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즉 R18병동은 급성기 환자의 초기재활을 담당하고 RSS는 릴레이 형식으로 초기 환자를 참가자로 이어받아 훈련을 하는 것이다.

심리치료사는 동일한 사람이 지정되어 병동과 센터의 환경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병원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한국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이 바뀌는 손상초기의 극심한 심리적 불안을 누구도 돌보지 않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다.

또 특이한 것 중에 하나는 물리치료를 병실에서 받는 다는 것이다. 박테리아의 내성문제로 환자간의 접촉보다는 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방식이라고 했다. 새로 이전할 병동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더 철저히 지키게 된다고 한다.

척수 손상환자들에게 트랜스퍼(이동)를 훈련시키기 위해 병실 밖에 승용차의 앞부분 반을 자른 장비가 얼마나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의 연계성을 볼 수 있었다.

입원 및 내원 환자를 위한 물리치료실. 규모는 코지 않았지만 천정의 레일 및 첨단의 장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이찬우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모든 환자들이 침대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 식당에 모여서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이찬우

병동 복도에 있는 반토막짜리 차량. 트랜스퍼(이동) 훈련을 위한 시설이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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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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