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척수장애인 초기재활의 문제점은 빈번한 병원이동과 장기간의 입원에 비해 준비되지 않는 효율적이지 않은 재활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1~2년간 기나긴 병원생활에도 사회복귀를 두려워하여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병원을 퇴원하여 사회에 있어도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없고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형국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는 효율적인 사회복귀 재활시스템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선진국의 여러 곳을 다니고 연구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스웨덴에 16명의 원정대를 꾸려서 다녀왔다.

장애인 당사자와 척수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상홈의 코치, 일상홈 수료자, 재활병원 관계자, 연구진 등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녀왔다. 그것은 한국의 척수장애인의 재활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다.

이를 위해 3년 전에 뉴질랜드를 다녀왔는데 이번 방문한 스웨덴은 뉴질랜드가 벤치마킹을 한 나라이기도 하다. 카롤린스카병원의 척수병동, RSS(스톡홀롬 재활센터), Spinalis Clinic(척수장애 평생 사후관리팀), Spinalis Foundation(척수장애 재단), Sodexo라는 보조기기회사, STIL이라는 자립생활센터, RG라는 액티브한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를 방문했다.

이렇게 공공기관과 개인회사가 서로 유기적인 연결의 Care-Chain 형식으로 기능의 집중화(Centralization)로 효율적인 재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의 미션은 대상자의 만족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스웨덴의 간결하면서 실용적인 정신이 묻어났다.

카롤린스카 병원을 제외하고는 다 민간단체이다. 민간단체와 정기적인 계약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이케아와 볼보의 나라답게 간결성과 효율성의 국민정서가 묻어나는 듯했다.

만일 스톡홀롬에서 척수장애가 발생한다면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병원내의 척수병동에서 1~2개월간 초기재활을 받고 RSS라는 재활센터로 이전을 해서 2~4개월의 집중적인 훈련을 받는다. 이후에는 Spinalis Clinic의 도움으로 8주간의 출퇴근 훈련을 받고나서 평생 사후관리를 받는다는 간결한 구조이다.

세계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는 카롤린스카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10개의 병상을 가지고 있는 R18이라는 척수병동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부터 척수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라 사회복귀를 해야 하는 대상자로 여겨진다. 병원의 척수병동에서조차 환자복도 안 입히고 식사도 침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 모여서 한다. 보호자도 없다. RSS에서도 환자가 아닌 참가자로 부르고 있다.

RSS(스톡홀롬 재활센터)의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 ⓒ이찬우

RSS(스톡홀롬 재활센터)의 외관, 입구,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사무실과 각종 실습실, 참가자들을 위한 개인 숙소(임시시설로 현재 외부에 신축 공사 중임)과 뒤로 보이는 것이 체육관, 기존에 있었던 참자자들을 위한 숙소. ⓒ이찬우

가장 마음에 드는 시설 중에 하나인 체육관에서 모두 모여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말을 기르던 장소였다고 한다. ⓒ이찬우

RSS 재활전문센터에는 39개의 개인별 룸을 갖추고 있다. 헬스장과 다양한 운동종목을 체험할 수 있는 체육관에서 사회활동에 가장 중요한 휠체어를 다루는 방법과 농구 등의 프로그램이 있고 부엌활용과 컴퓨터 활용, 취미활동 등 일상의 삶을 찾기 위한 다양한 훈련,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소·배변훈련, 직업재활 등의 사회복귀에 꼭 필요한 것들을 당사자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프로그래밍하여 실시하고 있었다.

이후에는 퇴원을 해서 8주 동안 주 3회의 출퇴근 훈련을 받으며 사회에 완전히 정착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평생 동안 사후관리를 실시한다고 한다. 하루에 70~80명의 참가자와 연 800명이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활동적인 재활을 목표로 하는 RG라는 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캠프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고, Sodexo에서는 장애 상태에 맞는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수리와 관리를 해주고, STIL에서는 활동보조인을 활용하여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훈련과 노하우를 가르친다.

우리나라의 지자체격인 코뮨에서는 장애인이 사회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을 확인 했다. 한마디로 집중화와 고효율로 초기와 평생재활의 완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재활센터로 오는 장애인들의 긍정적인 표정에서도 그들의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RI(Rehabilitation Instructor, 재활코치)라는 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인력들이 직접적으로 훈련하고 동기부여하는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사회활동의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더하는 것이다.

스톡홀롬에 있는 동안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다. 쇼핑센터에서도 관광지, 길거리에서도… 이런 사회활동이 그들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재활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분은 척수장애인이다. Claes라는 마취과의사였는데 다이빙 사고 이후에 척수재활의 불합리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전 세계 50개의 척수병원을 다니면서 척수전문재활병원의 필요성을 확신하고 스피날리스 재단을 만들고 민간에서 운영을 하면서 정부를 설득하여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정부와 계약을 맺고 이 재활센터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당사자의 만족과 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한다는데 정부가 마다할 리가 없었겠다. 현지에서 우리의 방문 목적이 초기재활의 필요성을 증명하여 정부를 설득하려고 왔다고 하니 이런 증명들은 벌써 다 되어 있고 많은 자료들이 논문이나 학회에서 발표를 다 했는데 라며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지에서 가져온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연구 자료집을 만들고 10월중에 세미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여 재활시스템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척수협회에서는 수없이 많은 연구 활동과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체적인 활동을 했다. 재활의료 관계자들도 현 상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호간 이해관계로 개선이 안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재활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척수협회의 설립목표라고 할 수 있고 그동안 추진하여왔던 한국척수센터를 다시 재추진하는 것이다. 기존의 의료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국적 상황에는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이 연수를 다녀온 필자의 결론이다.

그간 추진 해온 일상홈의 확대라고 보면 된다. 이 또한 예산문제가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찾고 안 되면 우리 스스로가 벽돌한 장씩 마련해서 만들 것이다. 더 이상 사실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것은 직무태만이고 늦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카롤린스카병원의 척수병동의 식당. 이곳에선 침대에서 밥을 먹지 않고 이곳에 모여 식사를 한다고 한다. 환자가 아니라 사회로 나가야 할 대상자로 여겨 초기부터 이런 훈련을 한다고 했다. ⓒ이찬우

보조기기 회사인 Sodexo의 지하 창고에서 기념촬영. 여기에 보이는 것의 4배 이상의 창고와 수리센터, 상담센터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찬우

방문한 STIL(스톡홀롬 IL센터) 센터장님과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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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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