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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와 시민정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6-24 13:58:17
수년전, 지금은 고인이 된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오길승 교수와 유럽지역의 복지시설을 돌아 볼 기회가 있었다.

마침 오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독일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참여하는 1차산업 분야를 포함한 직업재활 관련 시설들을 돌아보며 관련 연구와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필자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위한 녹색사업협의회를 만들어서 함께 활동하던 터라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부모,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독일을 비롯해서 스위스 등 인접국가의 발달장애관련 시설과 복지프로그램을 견학하며 선진복지국가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본 시설들은 하나같이 장애인들의 작은 권리도 소중히 여기는 종사자들의 마음가짐 을 깊이 읽을 수 있었는데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과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정신이 오늘의 선진국가를 만든 기초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함께 사는 장애인들의 삶에 필요한 보조원으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어느 캠프힐 하우스페어런트의 이야기는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100여 년 전에 설립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현대사회의 복지 패러다임에 맞추어서 리모델링하여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울타리도 허물고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웃으로 함께하는 모습이 퍽이나 부러웠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길에나 집에 가는 길에 시설의 곳곳을 거닐며 구경하고 동네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하려고 하는 사회통합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새로운 시설을 짓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을 재구성하여 활용하면서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순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나라의 일부 장애인부모들 중심으로, 장애인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런 작업은 돈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공동의 목표와 정신이 바탕에 있어야 하며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와 과정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이를 생략한 채 정략적으로 급하게 만들려한다면 그것은 모래위에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도 흔히 외국의 좋은 제도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러나 그런 제도와 모델은 그들 선진국가의 수백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민들의 정신과 경험에서 비롯된 산물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수준에 올라 있는 북유럽 국가들을 지나치면서 휠체어를 탄 오교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은 결코 동정이 아니라 당당한 지구촌의 한 시민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의 말씨와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교수가 거주하는 도시의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에도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도시의 관광안내소에는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3,600미터 높이에 있는 융프라우를 방문하는 장애인을 위해서도 친절히 편의시설을 갖추어둔 세심함은 배려가 아니라 생활의 기본으로 정신세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이 선진국으로 불리우는 것은 완벽한 제도와 훌륭한 시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사는 사회’라는 평범한 시민의식이 살아 있는 사회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칼럼니스트 이종길님은 현재 RI KOREA 사회분과 위원이며, 경기복지재단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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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종길 (rikorea20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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