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200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UN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을 통해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한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선포했다.

올해는 CRPD가 선포 된지 1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열린 ‘제9차 UN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의 참여는 매우 그 의미가 크다.

CRPD가 만들어질 당시 한국의 당사자들은 머나먼 이곳을 수차례 왕래하며 장애여성과 자립생활에 관련된 조항을 주도적으로 만들었었다. 그러나 이후 UN국제무대에서 활동을 너무 소홀히 한 경향이 있다.

작년에 당사국 회의참가를 계기로 국제교류 지속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UN장애인권리협약NGO포럼’을 연대하였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이어 연속하여 참여한 회의라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주UN한국대표부의 오준 대사께서 지난 2년간 당사국회의 의장을 맡았고, 이번 회의가 마지막으로 주제하는 회의여서 준비를 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더 비장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작년보다는 훨씬 주도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를 하였다. 다양한 장애인 단체의 실무진, 고등학생을 비롯한 자원봉사자, 미국 현지에서 합류한 장애인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NGO 참가자들은 미국으로 가기 두 달 전부터 TFT들을 구성하여 사이드이벤트의 주제와 해외 연사들을 섭외하고 역할분담을 하는 등의 자주적인 모습으로 일관을 하였다.

경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였고, 다행히 많은 참가자들이 자부담으로 참가를 하였으며 사전에 여러 차례 모여서 발표 리허설도 하였고, CRPD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등 모든 참가자들이 적극적인 동참을 하였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에서는 이념을 달리하는 장애단체들이 함께 참여하였고 신생단체들도 과감히 함께하는 모습은 미래지향적이었으며, UN을 처음 방문하는 참가자들도 많이 있어 국제교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현지에서는 장애인 단체는 물론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 보건복지부, 미래과학부 담당공무원들도 함께 참여하여 규모면으로는 최대였고, 장애여성과 접근성의 주제로 주최한 사이드 이벤트도 전 세계에서 온 장애인들의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CRPD 10주년을 기념하여 주UN한국대표부에서 축하파티가 열렸다. UN당사국회의 한국측 참여자들과 오준 대사와 함께 기념촬영. ⓒ이찬우

공항에 가면 수많은 색상과 모양의 여행 가방들을 보게 된다. 어쩌면 장애라는 것이 이처럼 다양하고 개성이 있는 것이고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하나의 목적으로 귀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UN회의에 참여하면서 느꼈었다.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과 장애유형으로 각종 보조기기를 이용하여 온 전 세계에서 참가자들은 장애인의 인권향상을 위하여 각국의 문제해결을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올 것이다. 70여개의 사이드 이벤트에서 열리는 다양한 주제들은 우리가 UN국제 교류를 소홀히 할 수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CRPD와 함께 SDG가 주류를 이루고 이러한 주제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우리 장애계 쪽으로 끌고 오느냐는 고민은 국제교류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잘 모르는 일이다. 장애의 패러다임은 늘 생물처럼 변화해 왔고 그 거대하고 변화하는 물줄기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핵심을 집어내고 국내의 장애운동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남들은 국제교류하면 관광이나 하고 놀고 오는 줄 알지만 필자가 참여했던 모든 국제교류는 그러지 아니 하였다. 늘 새로운 화두를 고민하게 되고, 현지에서 참가자들과 마음을 터놓는 논의의 장이 벌어져서 오히려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의 방향을 찾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뉴욕까지 왕복 28시간이 걸리는 비행시간은 중증의 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장애문제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장애인들이 함께 고민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 국제교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UN국제무대에서 느꼈던 자부심과 책임감을 어떻게 국내의 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할 것인지 늘 고민을 해야 한다.

CRPD를 제정한 것도 장애의 문제를 지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이다. 이제 우리는 국내에서 CRPD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치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CRPD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SDG의 이행 모니터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우리 장애계도 적극적으로 SDG의 실행에도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국제교류, 공짜 점심은 없다. 쉽게 얻어 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만큼 얻어지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진취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장애계의 또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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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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