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살피고 풀어가는 것이 위정자의 진정한 자세가 되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신문고를 설치하여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까지 찾아온 장애인부모들에게 물러가기만을 요구하고 있다. 박 시장의 방식이라면 신문고를 울린 사람들은 모두 처벌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신문고를 소리가 나지 않는 북으로 만들거나 아예 신문고를 치워버려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대표이고, 시청 공무원의 수장으로서 공무원의 행위는 시장의 행위와 같다. 박 시장은 장애인단체나 부하 직원들, 서울시교육청과 시청직원 간의 대화 등에서 부모들의 요구를 의도적으로 와전시키거나 확대시켜 이간질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모들의 요구가 너무 과하고 떼를 쓴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구 단위 지역마다 연차적으로 확대하여 설치해 달라는 요구는 당장은 매년 15억원씩 추가로 들어가며 6년이 지나 모두 설치가 되면 1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 예산만을 부각시켜 서울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가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하여 부모와 서울시가 공동 부담하는 저축을 개발하는 시범사업을 해 달라는 요구는 불과 몇 십억원 정도의 시범사업임에도 2조가 들어가는 엄청난 요구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 발달장애인 2만9천명에게 주어지는 복지 서비스를 생각하면, 또 서비스가 필요한 자에게 제대로 충분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발달장애인이 차별을 받고 있음에도 다른 장애인과의 형평성을 생각하여 서비스를 특별하게 줄 수 없다고 박 시장은 말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 유형간 이간질을 하는 말이다.

박 시장은 이러한 발언을 장애인부모들이 직접 들은 증거가 없으니 오히려 명예훼손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시청 공무원들은 박 시장 핑계를 대고 있으니 부모들은 박 시장의 말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형의 사회보장형 키움통장은 저소득층을 위하여 서울시복지재단에서도 시행한 바가 있으며, 시장이 그토록 지지하는 서민 청년들의 입장을 살려 뚝심으로 밀고 있는 청년지원에 비하면 장애인은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서민이란 이름하에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장애인부모들에게 농성에 협상을 하면 농성이 정당화되고 서울시민의 업무를 보는 곳이 농성장이 되므로 절대 농성을 풀기 전에는 대화나 협상이란 없다고 한다.

복지청구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권리가 어찌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단지 방안에 대하여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에 농성한 수많은 단체들 중에서 오직 협상을 하지 않은 곳은 장애인부모회밖에 없다. 이 말 역시 설득력이 전혀 없고, 농성을 하는 것이 요구행위인데, 농성을 하는 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며, 요구만 들어주면 자동으로 풀리는 농성을, 풀기 전에는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상대방의 입장이 아닌 지배자의 권위적 자세가 분명하다.

박 시장은 과거 시민단체를 이끌고 필요하면 농성을 통하여 시민과 위정자들에게 호소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러한 모습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감히 시청 청사를 어지럽히는 자는 용서할 수 없으며, 다른 곳은 농성장이 되어도 무방하나 시청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시청 성역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매일 삭발식을 해 가며 장애아이들과 함께 거의 한 달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부모들이 서울시를 협박을 하기 위해 장애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애아이들을 고의적으로 농성장에 데려와서 고생을 시키고 있는 비인권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학부모들은 늘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부모로서 아이들을 누구에게 맡길 수가 없어 항상 같이 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알면서도, 이러한 현실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오히려 비난의 도구로 사용하는 서울시가 비인권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지치면 부모들이 스스로 해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농성은 결국 자기학대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했으나, 날이 갈수록 전국의 부모들은 더욱 더 뭉치고 사람들은 더 많이 늘어나며 부모들의 호응은 더욱 적극적이 되어 가고, 부모들은 투사가 되어가고 있다.

저렇게 치열하게 투쟁하는 부모들이라면 신뢰가 간다고 하면서, 회원들이나 시민단체들은 더욱 지지를 보내고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박 시장이 장애인부모회의 역량과 기능을 강화시키고 더욱 강성이 되어 장애인 현안문제의 해결사가 되고, 사회적 문제의 해결전문가가 되도록 키워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장애인부모회 단체가 장애인운동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박 시장의 박해로 인하여 그렇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으며 이는 엄청난 희생을 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하지 않는 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부모들이 지치고 다쳐서 119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장애인들의 건강은 날로 쇠약해져가고 있다. 서울시는 부모들이 서울시청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막대한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부모들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한 모습에 불과해 보인다.

서울시는 시청 출입구를 차지한 엄마들은 지독한 강성주의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강성이 아니라 악밖에 남지 않은 최대의 약자이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농성장에는 박 시장에게 대화에 응하라는 요구의 문구들이 잔뜩 도배되어 있다. 귀를 막고 있는 박 시장은 관리자나 감독자가 아니라 시민의 고통을 함께 하고, 요구를 살피는 자로서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선거 때면 어린 시절 서민으로 살았다고 주장하는 선거후보자들이 실제로는 과거를 까맣게 잊고 어린 시절 서민의 경험은 오히려 서민들의 심리를 통치에 이용하기 좋은 경험으로만 사용될 뿐인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박 시장의 시민단체 활동과 인권주의적 정체성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박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만 돌볼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들어주고, 함께 시정을 하고 그들도 시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진정 훌륭한 리더는 자신이 통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통치에 참여하도록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는 자일 것이다. 같은 편이라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라서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권위를 내세우고, 상대방에게 편견으로 고정관념을 스스로 만들고,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언론몰이를 하고, 찾아온 사람들을 배척하는 시장은 이제 서울시에 없었으면 한다. 선거는 권력의 기회를 잡는 거저 절차일 뿐, 복권을 사야 당선되듯이 그저 당선을 위한 필수절차가 선거는 아니니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진정한 방임이며 업무태만인 것이다. 힘이 들어간 어깨에 그저 권력자의 무게만이 보여서는 안 된다. 목숨을 걸고 아이들의 복지권을 지켜주려는 그 애절한 부모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를 짓밟아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정치인은 정치적이지 않을 때에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정치인은 지배계급이 아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대화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듯, 아이의 풀어진 신발 끈을 메어주기 위해 무릎을 꿇듯, 시장실의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농성장에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살찐 공무원들을 통해 가공된 소리를 듣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직접 소리를 듣는 것이 시장의 호흡이 되어야 시민도 살고 시장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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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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