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접했다.

건물주가 청각장애를 이유로 주택임대를 거부하여 특별인권교육을 권고 받았다는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 모(남·32)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 이전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부동산 직거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세 임대를 공지하였고, 청각장애인으로부터 임차를 희망한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조씨는 건물주와 협의하여 지난해 9월 17일 부동산에서 피해자를 임차인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났으나, 건물주가 계약서를 작성하던 중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건물주는 조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택 임대 거부를 통보했다. 주택임대 거부 사유는 단지 ‘청각장애인이 입주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6조는 ‘토지 및 건물의 매매·임대 등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주택임대를 하는 건물주가 청각장애를 이유로 임차인에게 임대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이에 건물주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

1980년대 말 필자가 처음 농아인협회에 입사하여 수화통역을 할 때도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

당시만 해도 지방에 아파트가 많이 없던 시절이어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농인들은 대개 집 주인의 옆집에 딸린 주택을 전셋집이나 전월세집으로 구해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집을 구하려고 농인들과 함께 다녀보면 수도세, 전기세 등의 계량기가 가구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집주인이 매월 고지서에 기재된 금액을 가구별, 가족수별로 계산하여 가구마다 갹출하여 납부하던 시대라서 매월 농인 입주자와 이런 일을 필담으로 하는 것이 번거롭다며 거부하기가 일쑤였다.

힘들게 설득을 하여 입주를 하여도 집주인들의 성화에 견디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전세가구가 연탄을 사용하며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시간을 정하여 쓰레기 수거물을 정해진 곳에 내놓던 시대가 아니었다.

새벽에 환경미화원들이 종을 치며 돌아다니면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연탄재를 버리는 방식이었으므로 종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들은 연탄재를 버리지 못하여 연탄재가 집 앞에 쌓이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그것을 본 집주인들은 농인의 사정은 알지 못한 채 농인이 게으르다며 전세보증금에 이사비용을 얹어 줄 것이니 당장 집을 빼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다행이 아파트가 주 거주시설로 자리 잡으며 농인들이 임대주택 등에 입주하게 되어 이런 일들이 사라지게 되었는데 삼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농인이 입주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임대를 거부하는 건물주가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말문이 막힐 뿐이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인 농인과 딸이 함께 동행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황당한 이 상황을 딸 앞에서 겪어야 했던 농인 아버지가 느꼈을 전세살이의 설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특별인권교육은 국가인권위원회 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피진정인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의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인권 교육 전문 강사에 의해 이뤄지는데 과연 농인을 의사소통이 불편한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건물주가 인권교육 수강을 통해 앞으로 농인 입주자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 있을것인가 의구심이 생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8주년을 맞아 이행상황을 종합 적으로 점검하고 법 규정의 미비로 인한 장애인 권리구제의 한계 등 법 개정 소요를 파악하기 위한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하였다고 하는데 위 사례와 같은 차별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개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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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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