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 덧 8년이 되었다. 장차법 시행 이전보다 이후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진정한 사례들이 10배 이상 증가해 장애인의 권리의식 증가 등의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염전노예사건, 장애인성폭력 등 아직도 장애인차별이 비일비재하고, 사회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장애인의 요구들에 장차법이 부응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장애계는 장차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요구해왔다.

장차법 개정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 장애계의 의견을 담아내고자 최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인권위, 보건복지부 공동주최로 장차법 이행제고 및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가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개최되었다.

장차법 이행 제고 및 장애인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 전경 ⓒ이원무

이 토론회에서 장차법 개정 제안과 관련해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의 발제를 들었다. 발제의 여러 제안 중 읽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 및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구의 제공을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법 개정 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제안이 가장 반가웠다.

발달장애 관련 종사자들, 전문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필자도 바라던 것이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그랬다. 보건복지부 측도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 부분에 공감하며 발달장애인법과 모순되지 않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분이 장차법 개정 시 꼭 반영되었으면 한다.

장차법 제26조 6항의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 조항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발제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법절차 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명시했듯 행정절차에서도 그러한 내용이 명시되어야 한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 판단기준 연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동등하게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미흡하거나 발달장애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등의 차별적 인식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 등의 지원서비스가 미비하기도 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이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제자가 말한 내용을 법으로 명시하면 동사무소 등의 행정기관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 행정서비스를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므로, 이 부분도 발달장애인에게는 고무적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행정서비스 이용 시 무조건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없애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권위의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제공 판단기준 연구에서 ‘사법·행정절차와 관련된 장차법 시행령 17조 1항에 행정서비스 시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되어야 할 정당한 편의로 읽기 쉬운 서식, 인지통역을 추가하고 행정서비스에서의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의 기준 및 원칙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한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장애인 권리구제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받은 기초생활 수급비룰 발달장애인 가족(형, 누나, 부모 등)이 몰래 가져다 쓰는 등 가족이 경제적 착취를 하는 식의 친족상도례는 형법으로 처벌이 안 된다고 한다. 장차법을 적용해도 악의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친족상도례 등 장애인 대상 재산범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장차법의 악의성 요건을 완화하자고 발제자는 제안했다. 한 토론자도 장차법 49조 2항의 ‘전부’라는 말을 삭제해 차별의 악의성 요건을 완화하자고 했다.

악의성 요건 완화를 장차법 개정 시 반영하면 발달장애인 가족에게서 일어나는 재산범죄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보호받게 되어 발달장애인에게 희망의 빛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장차법의 악의성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정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가해자가 피해를 입은 발달장애인 등의 장애인에게 심각하게 보복하거나 협박하지만 한두 번에 그쳐 차별 지속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요건 때문에 장차법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벌칙이 너무 협소하게 적용되는 것이 악의성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인지, 아니면 인권위와 법무부를 통한 행정 구제조치로 많은 부분이 해소되는 것인지,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의 보건복지부의 행보를 지켜보자.

이외에도 장차법의 장애 정의가 의료적이라 사회적 모델에 기반한 장애의 정의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모바일 접근권을 장차법에서 새로이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 등등 장차법 개정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어떤 의견들이 오고 갔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인권위 사이트에 들어가 장차법 토론회 pdf파일을 다운로드받아서 보시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제도 보게 되고 아쉬운 점도 느껴졌다.

알기 쉬운 정보가 발달장애인에게 정말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알기 쉽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칫 유아적인 표현, 언어, 그림 등으로 갈 위험성을 안게 되고 이는 성인발달장애인에게 차별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정보 등 각 분야에 있어 생활연령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알기 쉽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논의의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정부, 지자체, 장애계 종사자, 학계,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당사자가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상임이사의 영화관람권 관련 장차법 개정 요구 발표장면(좌측),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요구 팻말(우측) ⓒ 이원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의 문화향유권과 관련해서는 발제자가 ‘장차법 제21조 5항에서 출판물 발행사업자와 영상물 제작·배급업자에게 장애인 관련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해 이를 의무규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당사자 현장발표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의 김세식 상임이사도 지적했던 부분이다.

그러면서 발제자는 동등하게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출판물 또는 영상물을 접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영화상영관 경영자에게도 한글자막 또는 화면해설이 제공된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은 영화를 볼 때 자막도 어렵고 자막 간의 간격도 짧아 영화를 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알기 쉬운 자막을 제공하고 자막 간의 간격도 너무 짧지 않게 하면서도 이것이 비장애인 및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게 영화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개발 방법을 고민하는 등 발달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장차법 제21조 5항에 도서자료의 형태에 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 등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향유권에서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빠져서 조금은 아쉬웠다.

알기 쉬운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서 '우리 모두 소중해' 표지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법무법인 지평, 한국장애인재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장차법 개정방안 모색 토론회를 통해 장애인 인권증진에 대한 장애계의 간절한 열망을 볼 수 있었고, 발달장애인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을 본 것 같아서 좋았다. 앞으로 장차법이 정신적 장애인에게도 차별의 근거로 실효성 있게 작용되어 모든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 살아나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인권법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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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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