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방송사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독고다이라는 오픈자막(모든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자막)이 사용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독고다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특공대를 뜻하는 말로 2차 세계대전 가미카제에서 나온 단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는 사람을 일컬어 부르는 말로 간혹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간 방송을 보면서 방송의 재미를 더하거나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오픈 자막이 의외로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느껴 왔다.

우선은 한국어가 잘못 표기되는 경우가 상당히 발견된다. 오픈자막을 제작하는 담당자의 한국어 실력 부족 탓인지 알 수는 없으나 TV는 전 국민이 가장 흔하게 오랜 시간 접하는 방송 매체로서 그 영향력을 간과하여서는 안되므로 이러한 오류가 심심치 않게 발생되는 것은 문제이다.

이제 글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나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 그리고 우리 농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한국어 맞춤법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한 학령기 학생들은 방송사에서 잘못 표기되는 오픈자막의 맞춤법을 보고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때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맞춤법이 틀린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나 이주 여성들도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오픈 자막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오픈 자막을 통해 방송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오픈자막을 사용하면서 잘못 된 표기법을 사용하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방송내용을 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인들은 그마나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들은 방송의 내용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오픈자막을 보면 어리둥절 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보다 더한 경우는 초등학생 저학년도 구분할 수준의 ‘는’, ‘을’, ‘를’ 의 조사조차 오류가 있는 오픈자막이 버젓이 송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을 학교에 간다” 이런 문장이 오픈자막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농인들은“나는 학교에 간다”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학교 이름이 나을 학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수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의 자막도 최근에는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 라는 감탄사를 오픈자막을 통해서 “Aㅏ”라고 표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닌 영어와 한글이 섞인 정체불명의 자막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경우 이 세상에는 없는 문자를 접하는 우리 농인들은 그 자막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방송의 재미도 중요하고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각 방송사들은 오픈 자막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글 맞춤법 표기에 관한 감수를 받는 과정을 포함시키고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표현이나 정체불명의 문자를 사용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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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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