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국립재활원 나래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공공재활의료포럼. ⓒ서인환

지난해 연말에 국회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법’이라 함)이 제정되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3시에 국립재활원 나래관 3층 세미나실에서는 이 법의 내용을 소개하고 공공재활의료포럼을 출범하는 세미나가 개최 되었다.

이 세미나 발제를 맡은 보건복지부 양종수 장애인정책과장은 법의 내용과 의의를 발표했다.

양 과장은 장애인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법과 제도의 체계를 교육분야, 생계분야, 사회분야, 임파워먼트로 추진해 왔는데 보건 분야가 빠져 있었다고 지적하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행 전략으로 5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보건 분야도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하였다.

양 과장은 장애인의 70%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국민의 비만 유병률 31.9%에 비해 장애인의 비만 유병률은 39.4%로 더 높으며, 주관적 건강상태 역시 국민은 34.6%에 비해 장애인은 14.8%이고, 국민 전체의 우울감 경험률 10.3%, 자살생각률 4.2%에 비해 장애인은 각각 24.5%, 19.9%로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장애인의 건강문제의 원인으로 진료비 부담의 여유가 없음, 교통편 없음, 교통요금 부담 못함, 의료서비스 장비 부적합, 의료인의 능력 부적합, 나쁜 대우를 받은 경험, 시간적 여유 없음, 어디를 가야할지 모름, 의료서비스 거부 등을 꼽았다.

그 결과 건강검진에서 접근성 부족과 인식과 정보부족이 있으며, 2012년 63.3%로 건강검진률이 증가하였으나 아직도 격차가 심하고, 중증장애인은 이동성의 문제로 50.1%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2011년 기준으로 의료기관 내원 일수가 50.1일로 국민 전체의 평균의 2.7배에 달하며, 재활치료 역시 효과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세계보건기구의 장애인 건강문제 7대 과제를 소개하였다. 양질의 건강정보 제공, 의사소통이 수월할 수 있는 환경제공, 이동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고려, 근교에 양질의 의료기관 배치, 환자결정권 제고, 의료비 지원, 장애인 건강문제에 대한 의료진 교육 등이 그것이다.

장애인건강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장애인건강법의 목적은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원, 보건관리체계 확립, 의료접근성 보장이다. 법 적용의 대상으로는 장애인만이 아니라 장애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포함하였다.

그리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건관리사업으로 건강검진사업, 건강관리사업, 방문진료사업, 편의제공, 건강보건연구사업, 건강보건통계사업, 장애인·가족·의료인의 건강권 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보건관리 전달체계로는 건강주치의제도 도입, 재활의료기관 지정,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지역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운영을 하도록 하고, 재원은 건강증진기금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시행은 공포 2년 후로 하였다.

정부는 시행 이전에 1차 년도에는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2차 년도에는 하위법령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국립재활원에서는 포럼을 구성하여 법 시행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 법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의 의무로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법의 서술어 역시 ‘~하여야 한다’이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 각종 사업에서는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은 선언은 권리로서 의무이지만 시행에 있어서는 임의규정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편의증진법이나 차별금지법상에서 의무로 되어 있는 접근성의 문제까지도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물론 시행에 있어 구체적 내용들은 하위법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 교육에 있어 전문 의료인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장애인 건강권을 위한 서비스 전문교육이 아니라 건강권 인식 향상을 위한 교육으로 장애인 인식교육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종합계획과 중앙센터의 업무 중에 전문가 교육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별도의 조문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법은 장애인 재활치료와 건강의 문제를 모두 망라하여 재활치료가 건강관리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건강과 보건, 의료와 재활 등의 용어가 두루 사용되어 있다.

건강센터가 아닌 보건의료센터이며, 모든 서비스에 보건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물론 의료나 보건의 영역이 건강의 영역이라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건강의 문제를 법으로 제정하면서 재활을 더 강화한 것은 분명 문제인 것 같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재활체육을 재활운동·체육이라 하여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은 환영할 일이나 아쉬움이 있다. 체육시설과 의료기관은 분리하여 서비스를 체육시설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고 프로그램을 복지부가 개발·보급하도록 한 것은 임의규정으로서 한계도 있지만 의료 영역이 아닌 체육 영역으로 다룬 것은 또 다른 한계를 가지며, 전문가 양성이 빠져 있어 재활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과 지역별 서비스 기관이 있고, 주지치의 제도나 방문서비스가 있는데, 온라인 상담이나 원격상담 등은 언급이 없어 장애인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도 싶다.

그리고 의료비란 병원에 지불하는 금액인지 아니면 건강관련 보조기구의 구입비나 건강식품과 같은 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건강을 체크하는 가정용 보조기구나 식품은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장애인의 건강문제는 사후 집중이 아닌 초기 집중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장애 수용과정의 건강문제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지원이 필요하다. 적절한 편의제공이라 하여 편의시설 외에 의사소통이나 정보제공도 포함된 듯하지만, 편의를 위하여 방문서비스를 정함으로써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의제공은 방문서비스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재활치료 중에 사회복귀가 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 사회적응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병원과 재활 서비스의 연계도 법에는 없다.

우리가 보통 희귀병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드물어서 귀한 것이 아니므로 희소병이 맞다. 희소병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법에는 없다.

세계보건기구의 7대 전략에 나와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조항이 이 법에는 없어 정신장애인의 의료 서비스를 보건법에서 이관해 올 수도 없고, 중증와상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이 법으로는 보장할 수 없다.

전달체계를 갖추고 나서 하위법을 정하면 하위법은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여 서비스 지원이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하위법에 위임된 사항을 법의 목표에 맞게 미리 정하여 그에 걸 맞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달체계 마련 후 하위법 제정이 아니라 하위법 제정 후 전달체계구축으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

모든 의료기관이 편의시설을 갖추고 적절한 서비스를 하도록 접근성을 갖추도록 하였다. 이는 임의규정인데다가 별도의 서비스 기관을 지정하여 전달체계를 구축하면 일반 의료기관 접근성 격차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법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장애인들이 3차 진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현재 허용할 만큼 접근성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1차·2차·3차 의료기관으로 업무를 나누어서 설계한다면 이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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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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