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9일 우리 아이 유치원에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감사축제’가 열렸다. 보다 일반적인 유치원 행사명으로 이야기 하자면, 아마도 가족 운동회(?) 쯤 될 것이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서울시 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어서 가톨릭의 가르침이 아이들 교육 과정에 많이 녹아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족 운동회도 단순히 부모와 아이가 체육행사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나바다 나눔장터와 아이들이 평소 쓰는 감사통장을 모티브로 한 100감사 미술 작품 전시도 함께 진행되었다.

아이는 생애 첫 운동회를 무척이나 기쁜 마음으로 즐겼으며, 만 3세반 대표 계주 선수로 발탁되고, 인생의 첫 우승의 감동까지 맛보며 엄청 달콤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과연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활동인 미술과 체육이 혼재된 이 거대 행사에 1급 시각장애 엄마인 나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을까? 당신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감사 통장을 쓰게하고 있다.ⓒ은진슬

사실 100감사 작품 만들기 과제는 9월 초 교육계획안에 떡하니 나타나 시각장애 엄마인 나를 그야말로 멘붕의 경지에 빠뜨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여기서 지금 내가 논하고 있는 유치원 과제의 정확한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

아이와 함께 쓰고 있는 감사 통장을 토대로 100가지 감사 내용을 활용한 미술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라는 과제로, 예시로는 감사나무, 감사족자 등이 제시되어 있었다.

Oh, my God! 다섯 살 유아와 함께 하기에는 너무 큰 스케일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건 나 혼자 뿐이었을까?

100감사 작품? 인터넷에 ‘100감사작품’, ‘100감사미술작품’ 등등으로 검색을 하면?

이건 뭐,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자료도 거의 없다.

사람들이 100감사 편지, 메모, 족자 같은 건 좀 쓰는 것 같은데, 이걸 활용한 미술작품 사례는 간단 검색 수준에서는 나오는 게 없었다. 작품의 모티브를 떠올리기도 힘든데 거기에다 나는 그림도 그릴 수 없고, 공작도 전혀 되지 않는 1급 시각장애 엄마이니,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기가 저어어어언혀 안 되는 상황. 그렇다고 내 성격상 아이와 함께 하며 뭔가 교육적 효과를 얻어 보라고 내준 이 과제를 전적으로 남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난 평생 그렇게 살지 않았으니까…

이 때부터 몇 날 며칠, 일을 하다가도, 아이를 제우고 난 밤 시간에도 끊임 없이 생각을 했다. 1급 시각장애 엄마가 타인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아이와 함께 최대한의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보기에도 그럴싸해 보여 유치원에 가져갔을 때도 엄마의 시각장애로 인한 결핍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100 개의 감사 메시지들을 담을 수 있는 물체이면서 함께 있을 때 조화롭고, 만들거나 그리기 쉬운 그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감사나무?

흠, 그건 예시에도 나와 있으니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감사의 사과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 그래도 나름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나인데, 남들과 똑 같은 걸 만들기는 싫은데…

감사의 꽃밭?

열매들이나 잎들 보다는 좀 더 독창성을 끌어낼 수 있는 모티브가 꽃이긴 하지만, 이 역시 감사 메시지들을 담기에 좋은 모티브이니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꽃이라는 것이 잘 못 모아 놓으면 너무 어수선하지 않을까? 감사 메시지 자체도 작품의 중요한 요소인데, 꽃의 특성상 메시지의 가독성이 좀 떨어질 것 같은데…

이렇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몇 날 며칠 전혀 진척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 던 어느 날…

글을 쓸 때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지만, 예술적 영감(?^^)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늘 그렇듯 너무도 뜽금 없이 불쑥 찾아왔다.

그래. 감사 물고기야.

물고기는 종류도 많고, 함께 모아 놓아도 알록달록 아쿠아아리움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감사의 바다에 감사물고기가 차고 넘치는 것. ‘물바다, 울음바다’ 처럼 뭔가가 차고 넘치고 많은 걸 ‘바다’라는 어휘를 이용해 표현하기도 하니까 감사가 차고 넘치는 감사의 바다, 의미도 좋은데…

이리하여 나는 100감사 작품으로 ‘감사의 바다’를 만들기로 결정. 하지만, 여기서 내 고민이 끝날리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감사의 바다 속 100감사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100 마리의 감사 물고기들은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 1급 시각장애 엄마가 물고기 100 마리를 그릴 수도 없고, 절세명필(?)인 내가 그 간 작성했던 감사 메시지들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을 수도 없다.

우선, 알록달록 예쁘고 다양한 물고기들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다행히 내 약점이 뭔지를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서 인지 대안도 생각 보다 빨리 떠올랐다.

그 대안은 바로…

감사 물고기를 만들기 위해, 나의 약점을 보안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라는 대안을 사용하게 되었다. ⓒ은진슬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것.

나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들을 많이 만들곤 한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픽 베이스의 파워포인트의 특성상 화면읽기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지 않는 관계로 편집 작업은 할 수 없어 내가 원하는 컨셉으로 파워포인트 작성용 스크립트를 만들어 보내면 그에 맞게 나 대신 PPT 자료 만들기를 도와주는 파워포인트의 달인 친구가 있다.

혹자는 내가 PPT 편집을 못한다고 해서 프로그램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컨셉의 효과적인 PPT 자료를 만들도록 요청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잘 알아야만 한다.

어쨌든, 100 마리 감사물고기 이미지들을 파워포인트로 작업하고, 감사통장의 감사 메시지들은 타이핑을 해서 물고기에 입히면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제법 괜찮은 잔머리 아닌가 싶다.

사실 내가 직접 그리거나 공작을 한 게 아니고, 물고기 이미지들을 인터넷 여기 저기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로 아웃소싱(?^^)하여 제작한 것이라 이게 진짜 진지한 의미에서의 미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여기까지이기에, PPT 제작을 돕는 친구와 카톡과 전화 통화로 열심히 의견 교환을 해 가며 물고기 이미지들을 헌팅하고, 감사메시지들을 타이핑하여 가독성까지 고려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100 마리 감사 물고기들을 만들었다.

강의 준비도 아닌, 아이 숙제 때문에 하는 일인데도 정말이지 내 일처럼 좀 더 예쁘면서도 가독성도 좋았으면 하는 내 생각을 잘도 반영하여 열심히 작업해 준 친구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마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3, 4 일을 작업한 끝에 드디어 100 마리의 감사 물고기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어마무시한 작업이 더 남아 있었으니… 그건 바로 프린트한 100 마리 감사물고기들을 오리는 것. 이 과정은 아이를 돌봐 주시는 이모께서 온 가족을 동원하여 오려 오시는 걸로 해결되었다. 어찌나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오리셨는지 깜짝 놀랐다.

새우 수염 한 가닥 한 가닥, 문어 다리 하나 하나를 다 파서 오리신 것이 아닌가?

헐!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이 정도 퀄리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평소 본인도 디테일에 워낙 집착하시는 분이라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이와 함께 만드는 감사 물고기 과제는 아이의 인성 형성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은진슬

이렇게 하여 나는 브레인만 사용해 디자인과 컨셉트만 잡고, 눈으로 하는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참여한 100 마리의 감사 물고기들이 우리 집에 입성했다. 물고기들이 집에 도착하니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던 물풀들과 물방울들까지 들어 있었다. 우리 센스쟁이 PPT 어시스턴트 친구가 알아서 작업해 보낸 것.

아이는 지퍼벡에 담긴 알록달록 물고기들을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아이와 함께 참여하며 100감사 작품을 만들면서 생기게 되는 교육적 효과를 경험시킬(?^^) 시점이다.

‘이응아! 우리 계속 쓰고 있는 감사 통장 있지? 거기에 이응이랑 아빠랑 엄마가 썼던 감사한 일들을 100 개 뽑아서 예쁜 물고기 몸에 세긴 감사 물고기를 만들었거든. 우리 같이 보면서 여기 있는 파란 감사의 바다에 붙여서 꾸며 볼까?’

워낙 다양한 물고기들이 알록달록 예뻤고, 글씨를 읽을 줄 알기도 해서인지 이 물고기에는 엄마가 쓴 감사가 있고, 저 물고기에는 내가 쓴 게 있다면서, 나름 발견하는 기쁨까지 누리며 즐겁게 파란색 우드락에 열심히 감사 물고기들을 붙여 갔다.

솔직히 처음 이번 유치원 숙제를 받았을 땐, 웬만하면 유치원 교육 과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성실히 따르고자 노력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5세 아이들에게는 너무 난이도가 높다, 완전 엄마 숙제 아닌가 하며 처음으로 회의적인 마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 물고기에는 엄마 감사, 저 물고기에는 아빠 감사가 써있다면서 신나게 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 이런 경험이 아이의 인성 형성에 참 유의미하고 좋은 밑거름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에 근 일주일 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 싶어 뿌듯했다.

짜잔!! 시각장애 엄마의 잔머리와 주변인들, 그리고 아이의 참여로 완성된 작품. ⓒ은진슬

짜잔!

이것이 시각장애엄마의 고도의 잔머리와 주변인들의 노고, 아이의 약간의 참여(^^)로 완성된 ‘감사의 바다’다.

내 나름의 작품평을 좀 해 보자면…

우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 하며 작품을 만들고, 감사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매우 성공한 작품이었다고 자평해 본다. 모티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고기들이었고, 색감도 알록달록 예뻐서 시선을 확 잡아 끄는 효과도 있었던 듯 하다.

실제로 유치원에 과제를 제출했던 날, 몇몇 아이들이 이응이는 물고기가 100 마리 있었다고, 우리도 그렇게 멋있게 만들자고 엄마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 주었다는 후문을 숙제 제출 다음 날, 하원 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우리 반 엄마에게 들었다.

그 때 엄마들의 분위기는 ‘왜 그렇게까지 유난하게 해서 부담스럽게 만드느냐’는 식이었는데, 정말이지 그림을 그릴 수도, 공작을 할 수도, 글씨를 제대로 쓸 수도 없는 나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항변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와 아주 가깝게 지내지 않고서는 내 눈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도 없으니 그저 내가 뭐든지 잘 해서 눈에 띄려는 유난한 엄마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어떤 땐, 도시락 하나를 싸도, 유치원에 과제 하나를 내도 늘 시각장애 엄마로서 내 아이가 나 때문에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사소한 육아의 루틴들조차도 치열하며 전투적으로 하게 되는 내가 나조차도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미 그런 편견에 의한 내상은 벌써 아이가 세 돌도 되지 않은 시점에 겪어 봤고, 그 트라우마는 결코 완벽히 치유되지 않는 것 같다.

그 때 내가 결심한 한 가지는, 아이가 적어도 스스로 타인의 편견에 맞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전까지는 아이가 자신의 문제가 안닌 엄마의 장애로 인해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었다.

자꾸 이야기의 흐름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아 그렇지만, 이에 관해 좀 더 논하자면… 얼마 전, 장애 부모에 관한 글을 쓰려고 자료 조사를 하다가 이제는 딸아이를 10 대 소녀로 키우신 한 시각장애 여성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가슴 아프고 미안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4, 5세 때 자신이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아이가 아침 식사를 하고 유치원에 가면서 옷에 뭐가 묻은 걸 모르고 그대로 입혀 보내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아 가슴이 아팠다는 언급을 했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같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엄마의 미안함과 가슴 아픔에 공감이 되기 보다는 엄마의 민감하지 못한 처신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어린 아이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갔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무신경한 엄마의 태도에 화가 났다. 나도 장애인이지만, 내 아이가 내 장애로 인해 상처 받는 건 원치 않는다. 자신이 보이지 않아 아이 옷에 무엇이 묻었는지 확인할 수 없거든, 아이가 아침 식사를 할 때는 외출복을 입히지 않고 식사를 하면 될 것이고, 설령 그럴 수 밖에 없다 해도 그런 부분이 걱정되면 아예 한 번 더 옷을 갈아 입혀 보내면 되는 일 아닌가?

혹자는 내 잣대나 기준이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건 사람이 널널하고 팍팍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가 달린 문제라고… 장애를 가지고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정도의 수고와 긴장과 힘듦은 감수해야 하는 거라고… 장애를 가진 부모라는 점이 결코 아이의 마음을 세심히 돌보지 못하는 나태함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조금은 유난하다 싶게 이토록 고생고생하며 생쇼 같은 미술 숙제를 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이응이도 감사의 바다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주목을 받고, 부러워하니 어깨가 으쓱으쓱해져서 집에 왔으니까. 아이가 어릴 때 일수록 엄마가 사소하게 빠뜨린 준비물 하나, 잘 준비해 준 과제 하나가 아이의 자존감에 크나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새삼 해 보았다. 그렇게 믿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그 날까지 이 생쇼 같은 엄마노릇을 계속 할 것이다.

물고기 100마리가 작은 공간 안에 자리잡아 여백의 미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아세테이트지를 활용하니 더욱 물 속 같아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은진슬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내가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음악이든 미술이든 여백의 미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도무지 물고기 100 마리를 붙이려다 보니 여백의 미를 살릴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우드락을 두 개 붙여 만들까도 했지만, 우드락 두 개를 효과적으로 안 떨어지게 잘 붙여 전시하고 보관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았고, 그렇게 되면 면적이 너무 넓어져 여백을 꾸며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것까지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도 없기에 욕심을 내려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감사의 바다에 감사의 물고기의 어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한편, 물고기들을 다 붙여 놓으니 너무 선명한 컬러감에 뭔가 물 속 같은 효과를 내야겠다 싶어 아세테이트지로 포장을 했는데, 맑은 날 실외에서 보니 물 속 같은 효과가 나서 정말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이 거작(?^^)이 유치원에 입성한 날, 담임선생님께 전화도 받았고(아마 내 사정을 아시니 고생 꾀나 했겠다 싶어 감동하신 듯…), 실제 감사 축제 날에는 원장수녀님이 오셔서는 하느님은 이 수고를 다 아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물고기 과정 샷과 완성품을 카톡으로 공유해 가며 동생의 커멘트를 구했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인 동생이 물고기에서의 글씨의 위치 등등에 대해 커멘트도 해 주고, 무척 좋은 평가도 해 주어서 기뻤다.

주위에 엄청난 미술 전문가가 있음에도, 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수한 내 아이디어로 이 정도(?^^)의 작품을 구상하고 구현할 수 있었던 나 자신의 잔머리와 노력에 아이가 좋아하는 ‘딩동댕 유치원’의 ‘뚜앙의 칭찬배찌’라도 달아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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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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