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26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만 나이로 따지면 그렇죠. 누나는 한 해의 시작인 1월에 생일이 있고 부모님은 한 해의 중간에 생일이 있다 보니 생일을 맞이하는 감정이 조금 다릅니다.

저번 1일에는 저녁에 작은이모와 누나, 어머니와 같이 시내 식당에서 돈가스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시켜서 잘 먹었습니다. 특히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지금도 인상 깊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파스타가 까르보나라이거든요.

또한 친구들도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7명이 페이스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중에는 봄에 소개했던 미국 페이스북 친구인 윈터 씨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회신 메시지로 “미국 대륙(윈터씨는 워싱턴 DC에 있습니다.)과 태평양을 건너서 메시지를 보내줘서 고마워!”라는 내용의 영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 친구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고, 조만간 대학 동기와 동기의 스튜디오에서 만나서 또 다른 생일파티를 벌일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해의 끝 무렵에야 생일을 맞이하기 때문에, 생일이 온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올해도 그렇게 저무구나. 이제 겨울이 왔구나.” 이런 감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 짬에 장지용만의 2015년도 되돌아봅니다.

올 한 해는 지난 번 얘기한 사주카페에서 만난 ‘전담’ 역술인의 이야기대로 ‘모질었던’ 한 해였습니다. 첫 직장에서 계약 만료로 나왔고, 성장에 대한 기대를 꿈꾸고 간 직장에서는 배신이라면 배신을 맞았습니다. 결국 다시 짐을 싸들고 나왔죠.

사회적으로도 모진 투쟁 끝에야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었고 서울커리어월드 투쟁을 위해 글을 두 번 써야 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성취한 것도 나름 있습니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신용카드가 나왔습니다. 비록 신용카드가 완벽히 후불교통카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지만요.(전에 창원과 부산에 갔을 때 카드가 말을 안들었거든요.)

신용카드는 이제 제 수중에 있고, 해외여행지로 정한 대만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은 벌써 두 권이 되었으며 관련 카페도 기웃기웃 거립니다. 친구 하나 끌어들일 생각도 하고 있고요.

아, 참! 칙칙했던 주민등록증이 새로운 사진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빼먹을 수 없겠네요. 올해도 사들인 책도 좀 있었던 것은 변하지 않았고요.

갑자기 대학시절이 떠오릅니다. 2학년을 마치고 저는 1년 휴학을 했었습니다. 그때 조현병 유사증세가 찾아오기도 했었기 때문에 소속은 있건만 건강이 안좋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건강하건만 소속이 없는 것이고요.

2학년 1학기 때는 괜찮았었습니다만 2학기 때는 4년 동안 최악이었던 평점을 받아가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처럼 사회생활 초반부에 흔들림이 있었던 것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얼마 전, 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 담당자와 협의하면서 들은 이야기였는데, 이제 기업들이 내년에 함께 할 노동자를 찾기 위해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서울남부지사 담당자는 제 범용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즉 구직서류 작성 결과를 보고 준비가 잘 된 구직자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구직할 분야와 요구 조건까지 철저히 준비할 정도로 서울남부지사 담당자도 요즘 사무직 일자리에 대해 구인 업체에서 찾을 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저를 추천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의욕이 남아있다는 뜻이죠.

이제 20일 좀 지나면 2015년은 끝납니다. 이제 여러분들도 송년회에 가야할 것이고, 벌써부터 새해 달력이 오가는 분위기이며(심지어는 저도 2부 받았을 정도로), 2주만 지나면 TV 시상식이 중계되겠지요.

그렇긴 하지만 2015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2016년에도 삶을 포기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삶에 대한 의욕을 얻었지요.

다만 변수라고 있다면,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자금대출을 많이 했는데, 지금 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최근 한국장학재단에 문의해놨고, 회신을 받는 내용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의 소망은 단연 안전한 취업과 확실한 정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에서 말한 그 대학 동기가 알아채기도 했지만, 애인 만들기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대학 동기와 만났을 때 제가 애인이야기를 한 번도 안 꺼냈다는 사실에서 그것을 알아냈거든요.

대만 여행 준비도 차분히 해야겠지만, 일단 돈이 모여야겠죠. 그래서 단기적금 상품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 사는 사람으로서는 치욕적인 결말이 될 것입니다.

이제 20일 가까이만 기다리면 2016년이 찾아옵니다. 2015년의 마지막 20여 일을 잘 정리하면서 다가올 2016년을 대비를 하는 것이 하필이면 연말에 생일을 맞이하는 어느 발달장애인의 26번째 12월에 있는 생일을 보내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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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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