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장애학 포럼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사진. ⓒ서인환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대학원 장애학과와 한국의 장애학연구회(회장 이석구)가 매년 돌아가면서 한일 장애학 포럼을 개최하여 왔는데, 벌써 5년째다.

4회째가 되는 지난 해 중국 HI(Handicap International)가 참가하였고, 올해에는 중국이 주최를 희망하여 11월 30일 북경(베이징) 장푸공 호텔에서 한중일(동아시아) 국제 장애학 포럼이 개최되었다.

중국 알렉산드로 회장, 일본 나가세 교수, 한국 이석구 회장이 나란히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였는데, 이석구 회장은 장애학은 장애인이 연구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구의 관점의 문제라며, 이번 포럼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기조연설에서 다떼이와 신야(리츠메이칸 대학) 교수는 안정적인 장애인의 삶의 보장과 권리에 기반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며, 서비스를 제공할 재원은 장애인연금으로, 국민연금과 같이 안정적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공적기금을 통한 소득보장과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발표자로서는 가또이 자키(일본)가 미국과 일본, 한국의 활동보조 서비스 기관을 통한 서비스 이용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자립생활센터들은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으며, 개인별 자립생활 설계를 지원하는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자립생활센터들은 핵심서비스로 동료상담, 자립생활훈련, 권익옹호, 정보제공을 들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방문간호, 여가생활, 여행지원 등이 있었다. 이용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나 욕구파악 등 자립생활센터의 강점과 약점을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순위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거의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하였다.

제인 루(중국)는 중증장애인 개인지원의 사례발표를 하였는데, 운남성에서의 171명의 장애인의 지원에 대한 내용이었다.

중국은 8천만의 장애인이 있으며, 70%가 농촌에 살고 있으며, 운남성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하여 농촌형 휠체어 개조, 집안에서의 편의시설 지원 등을 통하여 중증장애인이 돼지를 사육하는 등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에 대해 참가자 중에는 중국은 아직 장애인복지학과 장애학에 대해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지은(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원은 정신보건에서의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정신장애인이 보건정책으로 인하여 차별 속에 사회통합에 어려움이 많음을 피력하였다.

정희경 교수(광주대학교)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한국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으로 중증장애인의 당사자운동으로 활동보조 서비스가 도입되었으며, 과거 경증장애인 중심의 운동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욕구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

2001년 정립회관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시범사업과 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을 거쳐 제도화되기까지 역사를 열거하면서 현재의 문제점으로 유사중복의 금지로 서비스 축소 우려, 부양의무제로 인한 본인부담금의 문제, 입원에서의 중복지원금지의 문제, 노인요양으로의 전환에서의 서비스 축소문제 등을 제시하였다.

리젠(중국, 시각장애인)은 중국에서의 시각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다.

중국에서 시각장애인은 교육의 기회가 부족하여 자립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2014년에 통합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다소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고용의 기회 등 기회균등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황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사이드 이벤트로서 일본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연구한 논문들을 요약하여 포스터를 이용한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그 중에서 특히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 성년후견제의 법적 평등의 문제, 정신장애인의 빈곤에 대한 연구 등이 주목을 받았다.

2016년도에는 일본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국제 장애학 포럼을 개최하기로 하고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정신보건에서의 정신장애인 인권의 세 가지 장벽과 동료권리옹호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이지은 연구원의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여 보고자 한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한 예다.

기림이는 밥을 잘 먹지 않고 부엌에서 칼을 방에다 갖다 놓았다는 이유로 자살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강제입원되었다. 밥을 먹지 않으면 강제입원하겠다는 협박에 밥을 먹기 시작했음에도 입원된 것이다.

전도사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설득하여 퇴원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권리옹호인 셈이다.

정신의학적 병식의 개념, 정신장애인에 대한 입증되지 않은 위험성 우려, 전문가와 보호자에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사회적 풍토가 권리옹호의 걸림돌이 된다. 이것이 정신장애인 인권의 세 가지 장벽이다.

알코프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하는 것에 대한 문제’라는 글에서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지위가 진실성과 의미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타인에 대해 말하는 이가 특권층일 때에 압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권리옹호는 정신보건과 독립적이어야 하고, 오직 옹호하는 사람의 욕구에 응답하여야 하고, 자기옹호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요청받을 때에만 행동하고, 경청될 권리에 믿음이 있어야 하고, 의료인과 필요 이상으로 대립하지 말아야 하고, 상담자의 관점에 판단하지 말아야 하며, 권리에 대한 정보제공에 충실해야 한다.

권리옹호자의 짐으로는 권리옹호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학자의 생각과 불충분한 이해이다.

영국의 피터 베레스포드는 대변자가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복잡하고, 스스로 자신을 말하기가 힘든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제입원과 같은 극한을 경험한 사람으로 자유박탈과 무력감을 가지고 낙인과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정신장애인들은 권리옹호자가 필요하다.

말할 수 있지만 들리지 않을 수 있고, 망상으로 취급될 수 있는 정신장애인은 고용에서 거부되어 빈곤하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되어 감금되고, 결혼생활까지도 부정된다.

정신장애도 의학적으로 재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때에는 절단된 다리에 비유하여 신체장애인과 동일시하지만, 정신의 문제는 신체와 달라 자유의 박탈은 불가피하다는 모순성을 보인다.

감시의 대상이 되고, 사생활은 무시되고 거부할 수 없는 약물복용과 도전적 행동의 잠재성이 있어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무비판적 논리로 비개인화와 무력감을 조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율은 86%로, 평균 입원일수는 233일이다. 환자 1인당 정부지원이 100만원 정도이므로 자의적 입원도 비자의적 입원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의 재량권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보호자의 신고에 의해 정신병자로 몰아 재산을 빼앗거나 노숙자를 정신장애인으로 몰아 입원환자를 늘리는 등의 행위가 아직도 자주 보도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말하면 오히려 보호자와 종사자의 인권을 외치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상처 입은 치유자의 권리옹호가 더욱 필요하다.

전문의가 동료들로부터 지위를 고립시키고 의심받으며, 모니터링조차 전문의로 구성된 학회에서 맡아 정신장애인은 탈출구가 없다.

동료옹호제도를 막고 있는 요인은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는 위험한 생각이다. 추측과 확률적 문제를 일어날 일처럼 믿는다. 전문의가 환자를 과소평가하면 처벌을 받지만 과대평가하면 처벌이 없다는 것이 제도적 모순이기도 하다. 정신장애와 폭력성의 연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전문의의 판단은 오판이 적중한 판단의 두 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레몬은 삶 자체가 위험과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라 하였는데, 횡단보도가 통제권 밖의 위험요소가 존재하는데도 이용하면서, 정신장애인에게는 실패를 경험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감금하는 것은 비인권적이다.

흉악범을 정신장애로 연결하는 언론의 태도를 시정하고, 오히려 정신장애인의 피해가 더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인 판단이 아닌 주관과 상황적 요소가 개입됨을 인정해야 한다.

정신과 진단편람위원회 의장이었던 알란 프란시스가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저서에서 "정상과 비정상은 모호하며, 뇌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행동에 대해 주관적 해석을 한다"고 말한 양심적 선언을 기억해야 한다.

정신과 병식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해밀턴과 로퍼의 말처럼 상대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권력관계에서의 상대의 해석은 상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 사람의 진단이 타인의 진단에서도 동일할 것이라는 부적절한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다양한 것임에도 말이다.

정신장애인이 가족이나 목격자, 전문의 등에 의해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일지라도 낙인을 찍히게 되면 사람들은 무조건 비판 없이 그 낙인을 수용해 버린다.

존 맥나이트는 ‘문제로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라고 하였다.

강제치료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법과 제도를 이해하고, 그들의 권리를 알려주고, 의사표현을 하기가 어려울 때 전문의와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권익옹호시스템이 손닿는 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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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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