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 김영빈

솟대

김미선(여, 1972년생, 지체장애) 시인

해를 품어 안고서

달을 받아 안고서

날마다 키우는

해를 품어 안고서

달을 받아 안고서

날마다 커가는

모진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 꿈이 있어서

우리가 산다

김미선_여. 1972년생. 지체장애. 솟대문학 추천완료(2009. 시)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가작(2011. 동시) 외.

시평 : 솟대별곡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오늘은 25년 전 <솟대문학> 탄생을 위하여 한국장애인문인협회가 창립된 날이다. 25년 전이지만 그날 누가 오셨고, 어떤 얘기들을 나누었는지 너무나도 뚜렷이 기억된다. 창립 당시 회원은 전국에서 가입 신청서를 보내주었던 100여 명이었는데 장애가 심하다보니 회원의 참석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모인 장애문인들은 결의에 차 있었다. 장애인문학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 가치를 담아내기 위하여 <솟대문학> 창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우리들은 <솟대문학>만 발간하면 문단에서도 우리를 인정해주고, 대중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사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였다.

어렵게 문인주소록을 구해 1천여 명의 문인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놓고 한국 문단을 빛내는 기라성 같은 문인들이 찾아와 주실 것이라며 그분들을 맞이할 의전을 논의하며 그분들로 인해 <솟대문학>은 어렵지 않게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였기에 더욱 행복하였다.

하지만 우리 예상은 다 빗나갔다. 창립 행사에 찾아주신 분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故 구상 선생님 한 분이셨고, <솟대문학>을 서점에서 구입하는 독자는 단 3명이었다.

그날의 참패가 25년을 이끌어온 힘이 되었다. 솟대문학 100호의 기적은 스타 문인들의 관심이나 독자들의 구매가 아닌 글을 발표할 기회를 간절히 원하는 1천여 명의 장애인작가들이 일구어냈다.

우리 작가들에게 솟대문학은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에 대해 가장 간결하면서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김미선 시인의 시 「솟대」이다.

솟대문학은 장애인문인들의 꿈이었다. 꿈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여 그 느낌이 기계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꿈이 있어서 우리가 산다’고 한 마지막 연에서 존재감 없이 존재하던 장애문인들이 살아야 할 이유가 솟대문학이었다는 사실이 확 다가올 것이다. 김미선 시인의 솟대별곡은 솟대문학 가족 모두의 사모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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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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