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짙어가고 여기저기서 축제의 바람이 불어온다.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잎은 사람들을 설레임으로 들뜨게 한다. 잔치집의 음식 냄새처럼 가을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축제의 땅으로 모여든다.

그렇게 계절은 나뭇잎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놓고 가을을 춤추게 한다. 곧 들이닥칠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무는 고왔던 잎들을 모두 떨구어내고 빈가지로 윙윙 거릴 것이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11월 21일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이 된다.

발달장애인부모들은 막연한 기대에 들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막상 시행이 되면 공격성행동(도전적행동) 및 과잉행동을 하는 자폐성장애인들한테는 한파같은 찬바람이 몰아칠거라는 건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주단기보호센터에서는 그동안도 평가라든가 다른 방법으로 그런 자폐성 장애인을 외면해 왔다. 앞으로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런 자폐성장애인들이 외면당한다 해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단기보호센터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조항이 있다.

"불필요한 신체적 제한이나 고립, 과도한 약물치료, 학대, 방치 등의 위해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안 제4조)"

"발달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 배제, 분리, 거부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없이 발달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발달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안 제5조)"

발달장애인들한테는 아주 중요한 조항이다. 특히 자폐성장애인한테는 꼭 필요한 조항이고 사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조항 때문에 자폐성장애인들이 더 내 몰릴 판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 조항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위의 조항들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시설확충 및 인력이 지원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원없이 시행되는 발달장애인법은 공격성 및 과잉행동이 따르는 발달장애인들한테는 오히려 악법이 될 소지가 크다. 장애인권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격성이 있는 자폐성장애인들은 주간보호센터의 이용이 어려워졌듯이 말이다.

성인중증발달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단기보호센터에서는 그 조항에 해당되는 발달장애인들을 차라리 외면해서 골치 아픈 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른 이용자들 및 복지사들의 인권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고 보호받을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11월 21이면 가을 잔치는 끝날 것이다. 잔치가 끝난 마당에는 쓰레기만 나뒹굴지, 고운 단풍잎 떨어진 아름다운 길이 될지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11월 21일 이후부터는 고운 단풍잎 떨구어내고 추운바람에 빈가지로 윙윙 거리는 한겨울의 나목처럼, 부디 주간보호센터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고 덜덜 떠는 발달장애인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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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명 칼럼리스트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인식개선 사업 차원으로 시내 고등학생, 거주시설장애인, 종사자들한테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당사자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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