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묵주. ⓒ 이승범

내 손 안의 묵주

최현숙(여. 1958년생. 지체장애) 시인

전쟁이 났다 한다

하늘엔 바벨탑, 바빌론의 공중정원

떠다니는 곳

꽃비처럼 터지는 공습경보 속을

달려가는 알리, 알리는 열세 살

두 볼이 통통한 이라크 소년

열화우라늄탄 쏟아지는 사막

더러는 잘리고 더러는 뒹구는

팔, 다리, 화상 입은

알리들이 운다

나는 울지 않는다. 무력하게

TV앞에서

다만 기억할 뿐이다

진흙판에 새겨진 이 세상 맨 처음 법이

검은 연기로 타오르는 장관을

역사의 강 건너는 미제 군화를

지켜 볼 뿐이다. 인류가 믿었던 마지막

질서마저 짓밟힌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줄기 눈물 사이로

밤을 새운 기도는 한갓 덧없고

버리지 못한 습관인 양 아직도 내 손 안엔

지구를 돌고 있는 바빌론의 묵주,

귓바퀴를 후려치는 때늦은 공습경보

최현숙: 구상솟대문학상 대상(2005)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동화 부문 당선(2005)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 문학 부문 대상(2010) 외.

전집 <한국의 역사> 외 5권, 창작동화 <작은 세상 상, 하> 외 5권 외.

한국장애인문학협회 대표, 장애문학연구소 소장 외.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으로 문학 석사학위.

시평 :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시인은 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였고 많은 작품을 쓴 중견 작가다운 필력을 갖고 있다. 여성의 시라고 여겨지지 않는 전쟁이라는 소재와 세상에 대한 강한 비판에서 시에서 무게가 느껴진다.

시인은 다양한 세계를 탐험한다. 사람들은 시인이 장애 때문에 탐험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시인이 하는 탐험에 장애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시인은 전쟁의 참혹함에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것이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을 ‘내 손 안의 묵주’로 정하였다.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다. 그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 때문에 손에 묵주를 들었다. 묵주를 돌리는 것을 지구를 돌리는 것에 비유하여 묵주에 큰 염원을 담았다.

시인은 장애인문학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애문인들을 교육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시인은 문학을 통해 장애인을 구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장애문인이 처한 현실이 전쟁터와 같다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애문인의 손에 묵주를 쥐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평화를 위한 묵주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 쥐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류가 믿었던 마지막 질서마저 짓밟히고 있으니 말이다.

내 손 안의 묵주(영시)

The Rosary in My Hand

Choi Hyeon-suk

They say a war has broken out

in the place where the Tower of Babel,

the Hanging Gardens of Babylon float in the sky.

Into the midst of the air raid sirens exploding like flowery rain

Ali goes running, thirteen-year-old Ali,

an Iraqi boy with chubby cheeks.

In the desert where depleted uranium shells pour down,

arms, legs, now are chopped off, now go rolling around,

and the burned Alis of this world weep.

I do not weep. Powerless

in front of the TV,

I simply remember. I simply watch

the grandeur of the very first laws in this world,

inscribed on clay tablets, burning up in black smoke,

American combat boots crossing the rivers of history.

Between two streams of tears, Tigris, Euphrates,

the very last order humanity believed in, is being trampled down.

Prayers that last the night through are all in vain

and the habit I can’t shake off, still in my hand,

is the rosary of Babylon encircling the world,

while a belated air-raid siren strikes at my ears.

Ms. Choi Hyeon-suk. Born 1958. Physical disability.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recipient (2005)

Korea Disabled People’s Literature Award - recipient for children’s literature (2005)

Collected edition: History of Korea

Children’s book: Little World - High and Low

The poet is currently the Director of the Disability Literature Research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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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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