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꽃. ⓒ이승범

앉은뱅이 꽃

이흥렬(남. 1955년생. 뇌성마비) 시인

아파도 앓아 눕지 못하는

앉은뱅이 꽃

마음을 다해 태워도

신열은 향기로만 남는

뿌리 깊은 앉은뱅이 꽃

갈대밭 세상에서

숨어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키 작은 내 모양

이흥렬_ <문학세계> 신인상, 한의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 외. 시집《앉은뱅이 꽃》 그의 삶의 이야기가 영화 <앉은뱅이 꽃>으로 제작되었고, 캐나다 토론토 주지사 감사장을 받았음.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

시평 : 시로 투쟁하다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이 시의 제목을 듣는 순간 그것이 장애인을 상징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렇게 분명한 상징은 사람들의 마음을 쉽고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시인은 <앉은뱅이 꽃> 이란 시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시집 제목으로, 영화 제목으로 대중에 다가갔다. 장애인 당사자인 시인이 장애인에게 금기처럼 되어있는 이 단어를 왜 사용하였을까?

시인은 시를 통해 장애인운동을 하는 장애인복지 실천가이다. 내가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대구에 있는 한 장애인생활시설이었다. 그런데 그는 시설 내에서 대장자리에 있었다. 중증의 뇌성마비로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의 주변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보좌하고 있었고, 동료들은 그를 추앙하는 리더였다.

시인이 다른 동료들과 똑같은 조건 속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 때문이었다. 시인은 장애인의 현실을 앉은뱅이 꽃에 비유하여 세상을 향해 장애인 문제를 고(告)하고 그 해결을 찾기 위하여 투쟁하였다.

시인은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투쟁은 신뢰를 얻었다.

이흥렬은 시인이며 장애인운동가로 장애인복지의 문화적 접근을 개발한 개척자이다.

앉은뱅이 꽃(영시)

Wild Violet

Lee Heung-ryeol

Unable to stay lying down though sick,

little wild violet ...

Deep-rooted wild violet

whose fever remains only as fragrance

once its heart has all burned up...

Concealed in this reed-bed world,

barely visible,

tiny, just like me.

Mr. Lee Heung-ryeol. Born 1955. Cerebral palsy.

Literature & Consciousness newcomer award

Korean Medicine Literature Prize - runner up for poetry

Poetry collection: Wild Violet

The story of the poet’s life was made into a film entitled Little Flower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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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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