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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에서 만난 '캠프힐' 사람들

정신적 가치와 공동체의식에서 새롭게 익힌 장애인복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9-28 16:25:16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역사가 있고 문화가 숨쉬며, 복지의 품격이 갖추어진 나라들이다. 느닷없는 변화와 시끄러운 발전의 모습은 엿볼 수 없었지만, 멋과 자유 그리고 사람의 소중함이 선명하게 읽혀지는 곳들이다.

최근 수많은 난민들을 다른 핑계 없이 맞아주는 그 아량에서 보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차별과 차이가 매우 적은 나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캠프힐'이라는 테마로 발달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일, 나무를 깎고 다듬어 가구를 생산하는 일, 빵도 굽고 장신구와 생활용품도 정성스럽게 제작하는 다섯 곳을 6박 8일이라는 여정 속에 넣어 잠깐씩이나마 둘러 볼 수 있었다.

건물의 형태나 내부 구조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시설보다 현대화 되지는 않았어도 거기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대상자가 아닌 주인이었으며, 우리를 맞이하는 낯빛은 '밝음' 그 자체였다.

큰 거실을 중심으로 1인 1실의 주거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여럿 꾸며져 있었으며, 담당하는 코워커가 교대로 근무하며 식사와 일상생활을 챙기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방 열쇠를 자기가 지니고 다니다가 찾아온 손님에게 직접 열어 보여주는 풍경은 한국 장애인복지 실천가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모두가 넓은 강당에 모여 짧은 예배를 드리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오늘 있어질 일을 충분히 이야기한 후에 각자가 일하는 곳으로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짜증스럽다거나 지루하다는 모습은 전혀 없었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나름의 긍지와 자존심이 강하게 나타났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캠프힐'은 아직도 속해 있는 공동체 사람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자급자족하며 살림을 일구어 가는데, 소유라는 개념보다는 나눔의 정신이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찾은 서유럽 3개국 다섯 곳의 운영 체계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어 유급 직원의 고용과 경상비 지원으로 공동체들이 살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캠프힐'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가 높아 상당 부분 독자성을 가지고 자유로운 운영을 하고 있었으며, 이렇게 저렇게 장애인들이 주인의 입장에서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직업재활은 근로능력, 생산 기여도, 직업적응상태 등에 의해 참여하는 장애인들을 직업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 행위를 더 중요 시 여기지만, '캠프힐'은 장애인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 보다 잘할 수 있는 일, 스스로 선택하는 기쁨이 바탕이 되어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이라는 영역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

'캠프힐'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은 구성원 모두이다. 그 주권이 머리가 좋고 건강한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유무나 근로능력의 차이와 관계없이 그 속에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인의 몫이 골고루 나누어지고 있었다.

이제야 발달장애인들에게 법률로 눈길을 주는 우리나라와는 정신의 크기와 움직임의 격이 달라 보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지극히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시작한 '캠프힐'의 생각이 아우성과 몸싸움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정책과 제도들 보다 훨씬 세련되게 느껴졌다.

지독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발달장애인들이 '캠프힐'이라는 거울로 비춰보았을 때, 몹시 작고 힘겨운 몸짓으로 필자의 가슴에 다가왔다.

오늘은 여러분께 시작하는 의미에서 '캠프힐'을 넓게 펼쳐 그 정신의 내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풍습으로 보나, 삶의 형태로 보나 우리나라만큼 잘 다듬어진 공동체 문화와 나눔의 정신이 풍부한 곳은 없었을 텐데......

공동체의 장점과 나눔의 모형을 멀리 서유럽에서 보고 와, 이렇게 글을 이어 간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타산지석이라 하였으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살펴본 '캠프힐'의 정신과 가치를 여기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며, 잔잔하게 장애인복지의 미래를 조망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못하고 그들은 잘한다."는 의미를 부각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존중과 배려가 허약한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현장에 산소처럼 맑은 공동체 정신이 스며들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들이 환하게 웃는 매일 매일이 되도록, 보고 들은 것들을 꼼꼼히 서술해 볼까 한다. 앞으로 세 번에 걸쳐 글을 써 내려가며 서유럽에서 만난 장애인복지 이야기를 스케치할 생각이므로, 필자가 틀리게 말하거나 반대되는 내용이 있을 경우에는 머뭇거리지 말고 돌직구를 던져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사는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들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주권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디딤돌을 여러분과 함께 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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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유석영 (binson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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