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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통해 깨달은 소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9-11 09:30:33
성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소통’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

최근 오후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운동삼아 한강 근교를 달리가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돌아와 기절한 듯이 쓰러져 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나에게 ‘따뜻함’과 ‘절박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을의 초입을 느낄 겸에 자전거를 타러 가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나는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에서 만나 남자친구는 앞장서 길잡이 역할을 하고 나는 뒤를 따라 갔다. 그 날따라 휴대폰과 지갑을 든 채 자전거를 타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과 지갑을 남자친구의 가방에 넣어버리고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것처럼 한강이 훤히 펼쳐져 있는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한 시간 정도를 달린 후 근처 편의점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반환점을 돌아가는 길에서 갈림길이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그 갈림길에서 계속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를 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쌩하고 가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보니까 어둑어둑해졌다. 어둑어둑해진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니까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여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니 출발했던 길과는 정반대였다. 도시가 아니라 드문드문하게 주택들이 보이는 것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에게 연락하려니 출발하기 직전 남자친구의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놨다는 게 생각났다.

아뿔싸!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어 밤 산책을 나서던 가족분에게 물어보려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평소라면 휴대폰에 있는 메모장에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입력해서 보여주면 되는데, 휴대폰이 없으니 깜깜한 밤에 안 보이는데도 마음이 급하여 손바닥에 써가면서 물어보았다.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거리를 알아본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니 아무래도 알려주신 길이 아닌가 싶어 다시 지나가던 커플에게 물어보았다. 그 길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다시 가야한다는 말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 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자전거 도로가 아닌 그 위의 길에 잠시 올라가 보아도 파출소이나 편의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어 몸에 힘이 턱-하고 빠져버렸다.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 하염없이 걸어가는데 반대편에 한 중년 부부가 걸어오시길래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다시 한번 여쭤보았다.

듣지 못한다는 제스쳐를 한 번 보여드리고, 손바닥에 목적지 이름을 적어드리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여쭤보았더니, 휴대폰을 꺼내들어 같이 온 일행은 없는지 한 번 문자를 보내보라 하며 선뜻 빌려주셨다. 정말 구세주 중의 구세주라 마음속으로 감사함이 차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끝까지 가기 힘들면, 전철이라도 타고 가라며 함께 때마침 근처에 있던 전철역까지 동행해주셨다. 휴대폰도, 지갑도 없어 전철을 타고 승차할 수 있을만한 것도 없어 역무원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장애인 무임승차에 대한 배려를 받게 해주셨다. 그렇게 자전거 사건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간단한 '수화'를 알고 있었다면 이보다 더 수월했을까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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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샛별 (design115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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