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 집은 직장과 달리 서울에 있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줄곧 살아온 집은 아니었지만 줄곧 인천에서만 이사를 다녔습니다. 즉, 인천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인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저는 장거리 통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한국장애인개발원도 여의도에 있고 지금 직장은 여의도에서 한강을 건너면 지척인 공덕동이기 때문에, 다른 가족과 달리 서울에서 일합니다.

사실 이것은 약과인데, 대학시절에는 천안까지 왔다갔다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 5시에 깨서 송내역 앞 통학버스 승차장에 7시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

1학년과 2학년 때는 대체로 9시부터 강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강도는 더했고요. 3학년과 4학년 때는 병원 통원 문제 등으로 하루를 비우기도 하거나 오후강의만 듣는 날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니 아침에 다른 가족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아침을 준비해야 합니다. 제일 먼저 씻는 사람이 저일 정도거든요. 그리고 통근길을 나서는 것도 제가 제일 먼저 나섭니다. 일단 제 통근 길을 따라와주세요.

대체로 7시 30분인데, 일단 집을 나서면 도화역으로 먼저 걸어갑니다. 그곳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주안역으로 가야하는데, 사실 바로 서울로 달려갈 수 있겠지만 시간이라는 문제 때문에 주안역에서 용산 쪽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가야만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안역으로 다시 가서 급행열차를 기다리는데, 다행히 공덕동으로 가기 위해 바꿔타야 되는 신길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열차를 탑니다.

급행열차는 주안역을 떠나면 동암, 부평, 송내, 부천, 역곡역에 선 다음 구로역까지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그 뒤부터 종점인 용산까지는 내려야 하는 이유가 많아서 계속 섭니다. 그렇게 신길역까지 간 다음, 5호선으로 갈아타서 공덕역으로 또 갑니다. 5호선 공덕역에서 내린 다음 긴 통로를 걸어 6번 출구를 통해 출근합니다.

그렇게 오늘도 열심히 일하다보면, 18시가 되고 퇴근신고를 하고 사무실 문을 나섭니다.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게 원칙이라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퇴근길에는 용산역으로 갑니다. 사실, 용산역과 공덕역은 경의중앙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한 것이고, 아침에 탔던 급행열차의 종점이 용산역이었으니 당연히 인천으로 돌아가는 차는 용산역에서 타야겠죠?

그렇게 경의중앙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서 플랫폼을 바꿔서 급행열차를 타고 바로 인천으로 달려가는데, 재미난 법칙이 있습니다.

인천지역 역인 부평역이나 동암역에서 완행열차와 만났거나 만나기 일보 직전이라면 주안역에 오기 전이라도 갈아탑니다. 그렇게 돌아오면 19시를 지난 뒤며, 밥 먹고 정리하다보면 20시를 넘기게 됩니다.

통근전철에서는 졸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퇴근길에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근시간이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대학시절에는 통학 길에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이유는 통학 거리가 매우 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통근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일은 해야 하니, 약간 복잡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발달장애가 아닌 장애인은 15%정도만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답했지만 발달장애인은 40%에 육박하는 통계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발달장애인들은 조력자가 없기 때문에 집 밖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발달장애가 아닌 장애인들의 문제점 해결 대책과 그 투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리어 프리나 이동권 투쟁으로 볼 수 있지요.

제가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들어갈 때, 채용 공고문에는 한 가지 자격 조건을 붙였습니다. 그 것은 그때 그 공고문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출퇴근이 독립적으로 가능한 자” 였습니다. 또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베어베터도 입사 조건이 '혼자서 출퇴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발달장애인에게는 ‘당연한’ 조건이 입사조건으로 붙는 것이 현실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일을 통하여 자립을 꿈꿉니다. 자립이라는 것은 자신이 겪는 일에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아직 완전히 독립생활을 하지 못 하는 것은 식사 준비 등이 아직 부족한 원인등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비장애인들에게도 청년 주거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지만)

그 생활의 기초는 내가 갈 곳을 내가 알아서 갈 수 있어야한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슈퍼에 가서 뭐라도 사오는 것도 혼자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점점 넓어져서 직장이나 다른 도시까지 갈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의 재활 훈련 중 사회생활 훈련에서 반드시 교육시켜야 할 부분이 바로 대중교통 이용 등의 문제일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운전면허를 따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 조건입니다.(발달장애인들 중 운전면허를 취득한 분이 있으시다면 제게 알려주시기를!)

간단히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시외/고속버스나 기차 이용하기 정도를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도 있고, 기차의 경우에는 스스로 배웠습니다. 심지어는 직접 기차 승차권 정도는 이제 알아서 예매할 정도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나 스스로 살기 위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이렇게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다 못해 냉장고에서 주스 하나 꺼내 마시기 위해서 냉장고로 가는 것도 스스로 해야 겠지요.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모도 발달장애 자녀가 고등학생이 될 때에는 혼자서 웬만한 거리는 이동할 수 있도록 훈련과 교육을 시켜야한다고 봅니다. 물론 학교교육에서도 이것을 의무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죠.

이렇게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 살기 위한 첫 발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 스스로 살려면 일단 나 스스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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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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