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입소 위한 동의서. ⓒ서인환

장애인 가족들, 특히 부모들은 장애아를 돌보고 있어 여러 가지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일가친척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하기도 어렵고,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어렵다. 특히 소득을 갖기 위하여 일하기란 너무나 제약이 많다.

특히 발달장애 아동이나 성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가족 중 한 사람은 한시도 장애인에게도 눈을 뗄 수 없고, 누군가는 보호자로 장애인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정이나 할 일은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항시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서비스 제공 기관이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이다. 그런데 이 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 중 공격성이 있거나 자해행위를 하는 장애인이 있어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리고 작은 상해문제가 발생하기만 하여도 책임성 문제로 시달리기 쉽다.

장애인을 보호하는 센터이니 보호의 책임이 있는 것이고,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요구 때문에 늘 통제 불가능한 것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고민에 시달리게 된다.

발달장애인 중에는 간질 증세를 가진 사람도 있어 발작을 하다가 기도가 막히거나 다른 장애인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기도 하고, 간질 발작 중 다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욕구불만이 있어서 정서적 문제가 돼 든, 아니면 자폐성으로 인하여 자해행위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경우도 있고, 공격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 끝에 마련한 것이 입소를 위한 동의서인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자와 보호자는 주소와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를 적는다.

둘째, 이용자 권리지침을 숙지하였음을 이 문서로 확인한다.

셋째, 타인을 학대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한다.

넷째, 타인을 학대하거나 괴롭힌 횟수가 3회 이상이면 사례회의의 결정을 수용한다.

다섯째, 자해, 폭력, 공격성, 불안정한 행동에 대하여 신체적 제한을 동의한다. 여기서 신체적 제한이란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 격리, 식사제한 등이다.

여섯째, 부당하게 종사자가 신체적 제한을 했을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일곱째,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변상한다.

여덟째, 상해를 입은 원인이 간질 발작 등 질병에 의한 경우 시설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아홉째, 위의 동의를 위반한 경우 이용자권리지침의 조치를 감수한다.

시설에서 안전을 위하여 장애인을 가려 받지 않고 고민 끝에 시설 이용자 보호자가 이러한 동의서라는 것을 작성하도록 선택한 것에 대해 정말 고심이 많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먼저 주민등록번호를 적는 것은 위법이다.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다음으로 권리지침이라는 것을 숙지한 것을 확인하는 것은 이 동의서가 아니라 별도의 확인서가 필요하다. 충분히 설명을 해 주었는지, 복사본을 제공받았는지, 그 내용에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없었는지, 누구에게서 설명을 들었는지, 쉽게 설명을 하였는지, 충분히 이해를 하였는지 등의 확인은 별도의 확인서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권리지침은 이용자의 권리를 알려주기 위한 것일 터인데, 아홉째에 가서 이 지침에 의거 조치를 감수한다는 것으로 보아 권리지침이 아니라 이용자의 준수사항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행동에 대하여 보호자가 장애인을 주간보호센터에 서비스 제공을 의뢰하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시설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와 같은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심정을 생각하면 이 동의서는 매우 부당하다.

식사를 체벌수단으로 허용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발작의 경우 원인이 질병으로 인한 것이므로 조치나 안전에 문제가 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리고 자해나 공격성이 없는 장애인 즉, 학습 장애나 단순 지적장애의 경우에도 이러한 동의서를 모두 작성하여야 하는 것도 문제이다.

공격성의 경우 타인의 위해를 제지하기 위한 신체 제한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격리를 허용할 경우 이것이 감금 수준까지 허용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고, 개별적인 상담으로 동의를 받을 것을 일괄적으로 모두에게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다. 권리지침은 결국 권리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공격성은 의도나 감정을 가진 반사회적 행동이 아니라 단지 질병에 불과하다. 그러한 문제행동을 징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공격성 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낙인과 격리의 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전문가를 배치하고 행동 장애인은 개별화하여 지원하거나 개별 보조인력을 두도록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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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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