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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선진 강국을 꿈꾸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8-04 08:24:00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대학 3학년 시절, 내 생에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해외 자원봉사라는 명목하에 머나먼 이국 땅 캄보디아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더 좋은 학교로의 진학을 위해, 더 좋은 직장으로의 취업을 위해. 이유야 어떠한들 각종 외국어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이름조차 생소한 각종 자격증 취득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씁쓸한 현상이 아닐 수 없지만 어느덧 ‘본인의 하고 싶은 일’보다도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점점 더 넓은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 시대 청년들의 발버둥, 이른바 ‘스펙전쟁’

그리고 그 스펙 전쟁을 위해 손꼽히는 수많은 항목들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자원봉사 활동이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지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력으로 자연스러운 트렌드가 되어버린 해외 자원봉사 활동.

하지만 스펙을 위한 활동은 고사하고, 백 퍼센트 자의(自意)로 우러나온 진심이라 할지라도 차마 그 트렌드 반열에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저 부러움을 가득 담은 마음 한 켠의 소망으로 고이 간직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수많은 비장애학생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학업에 정진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장애 학생들, 장애 청년들이다.

사실 장애학생들에게 자원봉사활동, 그것도 국내가 아닌 낯선 해외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단 며칠이든, 누군가에게는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자신의 신체적인 제약에서 오는 어려움과 한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장애인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의 특성 상 여러 동기 동창들이, 또는 선․후배들이 자랑하듯 늘어놓는 해외자원봉사활동의 무용담을 그저 부러움으로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나였기에, 벌써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우연한 계기로 경험하게 된 해외자원봉사활동의 추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와~ 멋지다!”
“야, 야, 야 저것 봐봐. 되게 신기하지 않냐?”
“크윽. 벌써부터 더운 공기가 확 올라오네.”

5시간이 넘는 기나긴 비행 끝에 캄보디아에 도착하던 날.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낯선 환경, 낯선 풍경에 함께 온 다른 단원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 땅에 발을 딛기가 무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갖은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체 1급의 장애인인 나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 다른 생각으로 낯선 나라 캄보디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9박 11일의 봉사활동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른 새벽, 혹은 늦은 밤 조금씩 주어진 여유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마음이 애석하게도 입구에서부터 나의 행보를 가로막는 높은 턱과 수많은 계단은 물론, 한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울퉁불퉁 들쭉날쭉한 도로까지.

아무리 일상 대부분의 일들을 무리 없이 해낼 정도의 독립성이 길러진 나일지라도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 신세가 되어 버리는 나의 모습에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또 한 가지, 1급 지체 장애인인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전에 약속을 하고 방문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의 유일한 곳이라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뵈었던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9박 11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거나 불편한 몸으로 거리를 거니는 장애인들을 한 사람도 만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머물렀던 곳은 캄보디아 그 중에서도 봉사활동이 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작은 마을과 그 인근이었다는 한계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

“선생님, 캄보디아에는 장애인들이 비교적 없는 편인가요? 며칠 동안 나름대로 유심히 지켜봤는데 며칠 전 갔던 프놈펜 자립생활센터를 제외히고는 길에 다니는 장애인들을 한 사람도 못 본 것 같아요.”

“왜 없어. 많지. 캄보디아가 원래 전쟁국가였기 때문에 지금도 군데군데 지뢰가 숨겨져 있기도 하고 과거에 그 지뢰 때문에 팔이나 다리 등 신체의 일부가 절단 된 장애인들이 많아. 하지만 너도 느꼈다시피 워낙 척박하고 환경 구축이 되어 있지 않아서 불편한 몸으로 혼자 거리를 다니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직 캄보디아라는 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그리 개방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집에서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현지에서의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동안 간직했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한 내게 한 인솔자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대답이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비롯, 다양한 책들을 참고해 추가적으로 얻게 된 정보들에 의하면 캄보디아를 포함한 인도, 라오스 등의 동양권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장애가 여전히 부끄러운 존재로, 장애인을 여전히 천박한 사람으로 보는 개념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같은 장애인으로써는 참으로 씁쓸하고도 슬픈, 또한 마음 아픈 세계 각국의 현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고, 조금은 더디긴 하지만 소수의 장애인들이 뭉쳐 단체가 결성되고, 그 단체가 또 다시 뭉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그 목소리들이 씨앗이 되어 법안이 발의되고, 환경이 개선되고, 그렇게 반경이 넓어지고.

확실히 과거에 비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이 많이 발전되었고, 또 발전되어가고 있는 단계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미국, 유럽 등 선진사회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도 그러할까?

아무리 작은 식당, 아무리 작은 공공시설에도 서슴없이 휠체어가 드나들고 장애인들이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당연시 여기는 그들에게 복잡하고 분주하다고, 또는 제 갈 길이 바쁘다는 이유로 신경질내고, 목소리 높이고, 심지어 우리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보란 듯이 밀치고 지나다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가히 비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옛 속담이 있다.

결국엔 점점 좋아지고 있지 않느냐고, 지하철역마다 놓인 엘리베이터로, 관공서나 공공시설 등 건물 입구마다 놓인 경사로로 당신들이 좀 더 편하게 다니고 있지 않느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연스레 놓여지는 편의시설들로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겉치레에서만 끝날 것이 아닌 캄보디아와 같은 국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아 하루빨리 남부럽지 않은 인권 선진 강국으로 우뚝 서는 우리나라가 되길.

그렇게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장애라는 그늘 막을 걷어 내고 함빡 웃음을 담아낼 수 있는 선진사회로 이루어진 지구촌의 모습을 오늘도 마음 속 한 폭에 고이 그려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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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소나 (dlthsk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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