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의 자폐성 장애학생들이 ‘문제 행동’, ‘부적응 행동’을 보인다고 하는데, 특수교사인 나는 아이들을 나무랄 수 없다고 적극 주장한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던 초여름 어느 날, 점심을 맛있게 먹고 돌아서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어린 아이의 소리다. 순간적으로 몸은 어느 사이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뛰고 있었으며, 단시간에 소리 나는 곳에 멈추었다. 초등 5한년의 기훈이는 2학년 여경이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를 어쩌나’라고 말 할 겨를도 없이 옆에 있는 자전거를 발로 차고 또 무엇이 있는가를 찾는다. 옆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바닥에 구르기 시작한다. ‘억 억’ 큰 소리를 내며 울부짖으며 이리 저리 구르다가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옷을 잡아 뜯고, 얇은 옷은 기훈이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졌다.

기훈이는 초등임에도 180cm 정도로 키가 크고 힘이 세서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녀석이다. 너무나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 온 전신은 떨리고, 말리려고 하였으나 입이 얼어붙어 말도 나오지 않고 발이 자석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달려 온 담임교사의 손을 잡고 기훈이는 일어섰고, 선생님은 기훈이의 손을 잡고 아무런 말없이 걸었다. 화가 날대로 났으니 무슨 말이 소용 있을까?

기훈이의 몸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폭풍이 지나 간 후의 잔재를 보는 것 같았다. 얼굴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온몸을 가만히 꼬옥 안아주는 선생님!

선생님의 생각을 나는 읽었다. ‘기훈아, 네가 바라는 것을 선생님이 알아주고 해결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집어던지고 때리고, 뒹굴고 할 때 너는 얼마나 답답하겠니?’ ‘말은 해야 하겠는데 말은 못하고 말로 할 줄 모르고 표현하기 어려워서 던지고 때린 것 잘 안단다.’ ‘선생님이 네 생각을 읽지 못하고 못 알아듣고 네 행동을 얼른 알아채지 못하고 한 점 미안하구나.’ ‘왜 그랬는지 알아보고 네가 원하는 것 알아내고 해결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다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부적절한 행동에 대하여 누구도 나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 아이들은 판단과 행동을 하고 말로 또렷하게 요구를 하고 들어달라고 한다. 또한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하다가 안 되면 말로 표현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한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 장애학생들은 언어장애를 동반하면서 말로 표현이 안 되고 인지기능에 어려움이 있어 사고가 원만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바라는 바도 없을까? 생각도 못하는 아이들일까? 아니다.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좋아서 따르고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전할 줄 안다. 세상의 어둠에 조금도 물들지 않은 예쁜 아이들이다. 욕구가 있으나 표현하지 못하고 그 답답함을 행동으로 표시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부적절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과연 그들의 잘못일까? 나는 우리 아이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 주변인들의 잘못, 표현할 수 있도록, 대체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주어진 환경을 재구성해서, 아니면 맨 처음부터 아이들의 특성과 능력에 맞도록 구성하여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최소로 해 줄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 1학기에 가장 부적응 행동이 심한 학생 6명을 대상으로 해결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노력을 했다. 행동치료 전문가를 알아냈고 부모님과 함께 전문가를 찾았다.

전문가는 1학기 동안 학교를 방문해서 3차례의 행동관찰을 실시했고, 2학기에는 담임교사의 관찰일지와 전문가 관찰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한다.

처음에는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일정에 대한 연수를 시작해서 3주에 한 번씩 총 6회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전문가와 부모의 상담, 전문가와 담임교사와 상담, 전문가와 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상담을 통하여 고민하고 연구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법을 알아내고 교육현장에 접목할 계획이다.

나는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전문가와 담임교사, 부모님은 잘 공부해서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번 기회에 성공 사례가 나오도록 우리 모두 힘을 내어 아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이다. 전국으로 확대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에서 헤쳐고 나와야 한다고.

그 동안 담임교사와 부모는 각 자의 맡은 바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세심한 주변 환경을 동반한 상황과 행동에 대한 관찰과 빈도 정도, 행동관련 체크리스트 작성, 동영상 촬영을 했다. 2학기 시작하여 해결 방안을 만날 수 있다니 큰 희망을 갖고 기다릴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예쁜 미소로 바뀔 것을 간절하게 소원한다. 우리 어머니들과 선생님들의 가슴도 쓸어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다음은 아이들의 강점을 찾는데 매진할 것이다.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일을 하는 즐거움을 찾아주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훈아 조금만 기다려다오. 너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하면서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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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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