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단체장을 모시고 다니는 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필자가 농인단체장을 수행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다. 바로 농인단체장의 자리와 수화통역사의 위치를 조정하는 일이다.

농인단체장이 참석하는 행사나 회의를 준비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농인단체장의 자리를 어디로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농인단체장이 참석하는 경우 수화통역사의 위치, 수행직원의 위치 등의 고민이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농인단체장 자리가 후미진 자리로 배치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앞서 기고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수화통역사는 화자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통역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일반적인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사 옆에 수화통역사가 있는 것은 잘못된 의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인지 주최기관에서는 수화통역사를 단상의 가장자리나 회의석 말미에 위치하게 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이에 따라 수어를 봐야 하는 농인단체장 자리도 수화통역사의 위치에 마주하는 자리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화통역사의 위치를 의자와 의자 사이 중간 뒤쪽으로 해놓는 경우도 있다. 수화통역사가 주요 인사들과 나란히 앉는 것은 안 되기 때문에 의자를 뒤로 좀 빼야 한다는 것이다.

수화통역사의 자리를 논하기에 앞서 수화통역사가 주요 인사 옆에 앉는 것은 잘못 된 의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수화통역사는 행사의 들러리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농인의 정당한 의사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회의인 경우에는 이러한 점을 이야기하고 수화통역사의 위치와 농인단체장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나 행사장에서는 잘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럴 경우 다른 내빈들의 위치까지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행사를 준비하는 기관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수화통역사는 농인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화통역사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는 청인 내빈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농인단체장을 고려하여 위치를 정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수화통역사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농인이 청인과 동등한 수준의 정보 취득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의 위치를 정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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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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