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 방식에 대해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 방식은 단순히 서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하는지에 대한 논의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장애 서비스 구조를 총체적으로 개편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 방식은 개별화 서비스 제공 및 장애등급제 폐지와도 직결되어 있고, 장애인이 등급이 아닌 본인의 욕구와 환경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받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시스템 개편이 필수적이다.

장애인 서비스 제공 방식 중 영국식 개별예산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개별예산제를 도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도입한다면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영국식 개별예산제는 현금지급 방식인 영국의 현금지급 제도와 개인예산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예산제에 의하면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와 필요를 스스로 정의하고 스스로 평가하고, 자신에게 주어질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서를 지방의회에 제출하며, 평가를 통해 개인에게 예산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지급받은 예산으로 학원수강, 취미활동 등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현금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 제공 방식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대한 사항이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이 지급받은 현금을 취미활동에 사용할 때 제공 기간, 범위, 예산의 양을 결정하는데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즉, 취미활동에도 예산을 사용할 때 예산 제공을 위한 평가 기준을 어떠한 방법에 의해서 선정할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체장애인의 취미가 기타연주, 그림 그리기, 목공예, 등산하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경우, 이러한 모든 활동을 위해 예산을 지급할 것인지, 장애인이 사망할 때까지 현금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다른 장애인과 비교해 현금 지급이 적은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은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여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면 일종의 시혜적 무료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게다가 취미활동과 같은 부분까지 현금을 제공한다면 현금 지급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추가적인 무료·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현금 지급 방식이 무료·할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울러, 현대 여러 국가가 무료·할인과 같은 시혜적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장애인의 역동적이며 자립적인 삶을 위한 생산적인 복지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금 지급 방식이 시혜적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미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 역시 경제 악화로 공공서비스 예산을 삭감하고 있으며, 긴축재정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지급에 재정적인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이용하여 본인의 예산을 직접 결정하고 구성한다는 개념은 바람직하지만 장애인이 개별예산을 결정함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즉, 과도한 서비스 요구, 객관적인 개별 능력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서비스 요구 등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에 기초하여 서비스 제공 목표, 서비스의 양과 범위를 장애인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올바르게 정하는 것은 사례관리의 가장 기본이다.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도 적절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예산을 정하고 제출한 예산 계획서를 지방정부에서 단순히 평가하는 것으로는 장애인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 서비스 구매 목표, 과도한 현금 요구, 의견 불일치 등의 개별적인 문제를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영국식 개별예산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접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에 장애인들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있는 서비스 제공 업체인 벤더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장애인이 복지관과 같은 장애 관련 기관을 통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음과 동시에 일반 서비스 제공 업체를 통해서도 장애인이 재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흔히 '벤더'라고 불리는 이러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지역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학교, 학원, 보조기기 업체, 의료기기 업체, 개인 상담 센터, 직업훈련 기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 업체는 장애인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은 본인의 직업재활 욕구와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주정부는 장애인이 선택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식 서비스 제공 방식은 서비스의 목표가 명확하다. 즉 장애인에게 제공 가능한 모든 복지 서비스는 장애인의 구직활동 및 고용유지와 관련되어 있으며, 장애인이 직업을 찾고 고용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라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직업이라는 명확한 목표 하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취미활동과 같은 여가에 필요한 서비스는 장애인이 취업 이후 본인이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명확한 목표 아래에서 개별고용계획을 작성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이 한시적이다.

한시적인 서비스 제공은 장애인 복지에 투입되는 예산의 극대화와 효율성을 보장하며 직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서비스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시혜적인 서비스라기보다는 생산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입장에서도 사회자립과 재활에 핵심인 직업을 찾는데 모든 서비스와 주정부의 지원이 집중되어 있어 그만큼 절실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장애인 직업재활의 사례관리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사례관리자인 재활상담사가 단순히 장애인이 제시한 예산이나 고용계획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신속한 재활을 위해 재활상담, 서비스 조정과 연계 및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실시한다.

게다가 장애인의 직업재활 목표, 서비스의 종류와 제공 기간, 제공 업체 등을 선정함에 있어서 장애인 혹은 사례관리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이나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고 있다.

즉, 비현실적이며 비논리적인 서비스를 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재활상담사가 재활상담을 통해 장애인이 본인에게 맞는 재활 목표와 서비스를 선정하도록 유도한다.

장애인의 경우 본인의 재활 목표나 서비스 종류를 선정함에 있어 자기결정권에 기초하여 스스로 결정하며, 특히 여러 종류의 서비스 제공 업체를 선택할 때도 자기결정에 의해서 선정한다.

만약 장애인이 스스로 결정한 내용에 대해 재활상담사가 동의하지 않아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 장애인은 보호 및 옹호(Protection & Advocacy, P&A) 기관인 고객지원프로그램(Client Assistance Program, CAP) 상담사의 조력을 요청하여 이견을 중재한다.

직업목표 달성에 집중된 서비스, 직업재활을 위한 한시적 서비스 제공, 사례관리자와 장애인의 합의를 통한 서비스 진행, CAP를 통한 이견의 중재 등은 미국식 재활 서비스가 추구하는 생산적·역동적인 서비스 제공, 공적 서비스 전달 체계, 장애인 권리의 보장 등의 개념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직업목표, 서비스 제공 업체 등을 선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의 여러 서비스 제공 업체를 이용함으로써 서비스의 다양화, 장애인의 개별 욕구 충족, 선택의 폭 확대 등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식 서비스 제공 방식에 기초해 우리나라 역시 서비스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 단체나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 기관의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 기관의 확대는 서비스의 양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장애인 복지 예산의 확대가 요구된다.

끝으로 장애인 각자의 재활 욕구, 환경, 특성 등을 적절하게 고려하여 장애인의 전체적인 재활을 지원할 수 있는 공적인 사례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례관리 체계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할 뿐만 아니라 장애 등급제 폐지에 따른 서비스 적격성 심사, 장애인의 개별적인 서비스 제공, 제공된 서비스의 평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직업재활을 통한 생산적인 복지를 추구하는 미국식 벤더제공제에 기초하여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장애 서비스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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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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