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의 언어는 다르다. 하지만 마음 만큼은 같은 언어를 가지게 됐다.

그 마음을 확인하게 된 건 지난 15일 방송된 tvN '촉촉한 오빠들' 4회에서다. 청각장애를 가진 커플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전파를 탔는데, 내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나는 같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더욱이 엄마가 남자친구에게 잘 살라는 메시지를 수화언어로 전달한 장면도 나로서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엄마가 나의 언어를 이해해주신 것으로 나는 사랑을 만났지만 엄마와의 소통이 더욱 기쁘기만 하다.

어렸을 때, 엄마를 통해 사람들의 입모양을 읽는 방법을 배웠다. 입모양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가운데 엄마의 희생과 인내가 있어야만 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었지만 잘 안되었다.

그렇게 아픈 마음을 가지고 지내다가 어느 날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엄마와의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엄마는 내가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을 모두 기억하고 계셨다. 내 목소리로 불러주는 사소한 단어, '엄마'라는 단어 하나를 듣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간절하셨을까.

두 살이 되어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처음 입 밖에 내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무척이나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은 이내 미안함으로 물들었다.

지금은 수화로 '엄마'라고 하고, 또 내 목소리로 불러볼 수 있다. '촉촉한 오빠들' 촬영 당시에 엄마의 눈물을 오랜만에 보았다. 다시 영상을 봐도 엄마는 나의 눈물을 닮았다. 오늘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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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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