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도란 제3자가 제품, 프로세스 또는 서비스가 특정한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는 신뢰를 주는 진술을 발행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제3자란, 공공성을 가지고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당사자의 대표성을 띠어야 한다.

표준은 일종의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현대에서 표준은 경쟁력으로 통한다. 표준을 갖추어야 품질을 인증 받을 수 있고, 표준을 따라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광고가 시장점유에 크게 작용하지만, 이것이 신뢰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브랜드가 신뢰를 어느 정도 제공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되더라도 공정한 시장경쟁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 참신한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인지도가 낮아서 정치에 입문을 할 기회가 없다면 그 나라의 정치는 전혀 발전할 수 없을 것이고, 한번 장악한 권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부패하고 특정인의 소유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제품의 경우에도 자본과 브랜드를 확보한 기존 제품 외에 참신하고 편리한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고 있어도 굴러온 돌이나 이름 없는 천한 물품 취급을 당하며 전혀 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표준을 충족하였는지를 검증하는 인증제도는 새로운 제품의 시장진입을 가능하게 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공정한 경쟁을 하게하고, 시장을 활성화한다. 그래서 인증은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인증은 산업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자유무역시대에서 단순한 상술이나 물량공세에 밀려 억울하게 망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고, 자국의 경쟁력이 약한 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릴 수가 있다.

농산물이 우수한 제품임에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약하거나 생산성이 낮아 무너지고 나면 저렴한 외국 농산물이 국내 산업을 무너뜨린 다음에는 국산품보다 몇 배 비싼 가격으로 돌변하여 무기화가 되어도 전혀 방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식량식민지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FTA에서는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조하거나 지원하는 불공정은 할 수 없도록 하지만, 복지적 측면의 인증이나 규제는 허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여 그 핵심기술을 응용하여 스마트 세상을 맞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했으며, 올해부터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은 수입을 금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표준에 관한 국제조직이 무수히 많으며, 거기에서 주도권을 차지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표준을 만들고자 각국은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표준이 너무나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각 부처에서 관장하고 있는 인증제도 중 법정의무로 되어 있는 것이 73종이며, 법정임의, 즉 권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136종으로 총 209종의 인증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증제도가 기존의 시장을 점유한 기득권을 가진 산업계에서는 무척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규제철폐 차원에서 인증 제도를 전면 폐지해 줄 것을 지속적이고 치밀하게 요구하여 왔으며, 급기야 모든 인증제도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도록 국무조정실에서 주도하여 정비작업에 돌입하였다.

이는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당장 살자고 하면서 미래를 잡아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소비자를 보호하고 사회 복지적 측면이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일이 사라지면서 자본지배적 병폐를 낳을 수 있다.

행정적 규제는 철폐를 해야 하지만, 사회보호적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인증 제도를 규제로 보고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은 자본에 정치와 행정이 백기를 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는 1차 인증제도 정비 사업으로 현재 9개의 인증 제도를 통폐합하였고, 9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리고 현재 23개는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 필요에 의하여 법으로 정해 놓은 것을 정부가 폐기를 주도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가 민생이란 이름으로 국회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어 7개의 인증제도의 통폐합을 건의하여 통합되기도 하고, 폐지가 추진 중인 것도 있다.

2차 정비사업 추진단계로서 48개 인증제도는 KS인증으로 통합하고, 그 외는 전면 폐지를 검토 중인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로베이스에서의 전면 검토 지시가 있은 후 실적을 내기 위한 박차를 극대화한 것이다.

인증제도의 정비에서 정부가 간섭할 이유가 있는가와 외국의 사례, 유사성의 인증제도의 중복성 등이 고려사항이 되겠으나 대자본에서의 인증심사 비용의 절감요구가 배경이 되고 있어 이 급물살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48개 정비 사업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것이 두 종이 들어 있는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와 웹접근성 인증제도가 그것이다.

잘못하면 공공건물은 올해 7월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심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 놓고, 복지를 강화했다고 홍보를 하자마자 시행도 못해보고 아예 제도 자체가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또 하나의 장애인의 권리로서 웹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인증제도 역시 단두대에 올랐다. 심사규정을 강화하여 엄청난 조건을 요구하여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요구한 지 불과 몇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위탁받은 기관만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다가 이제 버림을 당할 판이다.

아니, 심사기관이야 어찌되었든 장애인을 위한 시설물과 사이버 세상에서의 접근권을 이제 보장받을 방법이 없다. 돈에 인권이 팔려가는 꼴이다.

이렇게 자본 앞에 규제라는 말이 취약계층을 다시 나락으로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당시 경제인들이 부담이 된다고 그토록 반대하던 것을 다시 맞서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단 말인가?

장애 관련 인증제도는 누구나 편한 세상을 만들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환경을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인데, 이것이 일몰되면 장애인은 이제 캄캄한 어둠에 갇혀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제약은 마구 늘어날 것이다.

결국 국가는 약자의 보호를 포기하고 자본가와 동침을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경제를 살리고 싶었다면 안전으로부터 국민을 먼저 보호 했어야 한다. 세월호의 안전을 지키기 못해 경제는 후퇴했으며 영세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또한 메르스의 안전으로부터 국민을 보호 하지 못하여 지금 얼마나 경제가 어려워졌는가?

이럼에도 또 하나의 국민보호라는 안전핀을 뽑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려 하고 있다. 여론 관심 돌리기인가? 웹접근성의 품질 인증은 강제적 사항이 아니므로 산업계에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며, 또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런 식이면 곧 장애인의무고용도 규제라고 폐지하지 않을까 싶다.

유엔이 정한 장애인권리협약도,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하고 규제를 푼다며 아예 장애인을 소비자나 국민에서 제외시킬 것인가! 부담을 다 풀어주는 것이 약육강식의 야만경제사회가 아니라 최소한은 지키게 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사회를 국가의 비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장애 관련 인증제도는 오히려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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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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