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휠체어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장애인계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들도, 장애인 활동가도, 장애인 본인도 스스로를 휠체어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이 용어를 들을 때마다 매우 불편하다. 과연 나는 휠체어 장애인인가?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되지만 부적절한 용어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 용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휠체어는 내가 사용하는 보조기구에 불과하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휠체어는 나의 일부분이며 전부가 아니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지만, 한 사람의 남편이며, 음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며, 영화보기가 취미인 사람이다.

나를 표현하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모든 말들을 모두 나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휠체어는 나를 표현하는 수많은 용어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개인이며, 사람이지, 휠체어 장애인이 아니다.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 이전에 나를 가장 많이 따라다녔던 용어는 중증장애인이라는 용어였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알려고 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중증장애인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중증장애인과 함께 휠체어 장애인라는 용어로 나를 정의하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휠체어 장애인으로 나를 부르는 것은 나를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으로만 보는 것이며, 수많은 나의 모습 가운데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용어나 호칭은 단순히 이름이 아니다. 그 사람 혹은 사물의 정체성을 규정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보조기구인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나를 휠체어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나의 장애를 휠체어에 국한 시키고 휠체어로 정의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둘째,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장애인이라는 단어 앞에는 장애의 요인이 되는 손상 부분이 온다. 시각장애인은 시각에 손상이 있는 장애인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청각장애인은 청각에 손상이 있는 장애인임을 의미한다.

그렇게 본다면 휠체어 장애인은 휠체어에 손상이 있는 장애인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장애가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휠체어인 셈이 된다. 따라서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성립할 수 없다.

셋째, 휠체어는 보조기구에 불과하다. 보조기구로 그 사람의 장애를 지칭하는 경우는 휠체어 사용자와 목발 사용자뿐이다. 시각장애인을 가리켜 시각장애인을 케인장애인 또는 흰지팡이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청각장애인을 가리켜 보청기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 웃을 것이다. 그런데 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만 휠체어장애인과 목발장애인으로 부르는가?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보조기구로 나를 지칭함으로써 나의 장애를 휠체어에 가두고 만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의 일부분의 모습으로 나의 전체를 정의함으로써 나의 개인성도, 나의 개성도 휠체어에 가두는 용어이다. 또한 보조기구를 장애명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법에도 맞지 않는 용어이다.

그럼 휠체어장애인을 대신할 용어는 무엇이 있을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지칭하므로 휠체어 사용자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실제로 영어권에서도 휠체어 사용자(wheelchair user)라고 지칭한다. 이제 휠체어 장애인, 목발 장애인과 같은 용어 대신에 휠체어 사용자, 목발 사용자를 사용하자. 그리고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이제 그만 사용하자.

※칼럼니스트 배융호님은 RI KOREA 이동과편의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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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 KOREA(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전문위원회)'는 국내·외 장애 정책과 현안에 대한 공유와 대응을 위해 1999년 결성됐다. 현재 10개 분과와 2개의 특별위원회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전략 이행,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국내외 현안에 관한 내용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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