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0대에서 30대 사이의 '농인'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일이 있다. 나 또한 최근에 경험하게 되었다.

그 일은, 청인 부모님과 농인 자녀 사이에서 생기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세히 말하자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생기는데, 농인 자녀가 같은 '농인'과 결혼하겠다고 하였을 때 청인 부모님의 입장은 어떠셨을까?

'걱정'과 '우려'라는 두 가지의 단어가 먼저 생각났을 것이다. 출산하고 나서 보니 자녀가 '청각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부모님의 마음은 다 똑같이 "사회에서 우리 아들, 딸이 어떻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농인'끼리 가정을 이룬다고 하였을 때에도 두 번째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과 같겠지만 '농인'의 입장은 다르다.

물론 운이 맞아 청인과 결혼하는 농인도 있지만, 그것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이해가 있어야만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농인'과 '농인'이 서로 만나 한 가정을 이룰 때에는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한 번쯤은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청인과 다르게 전철이나 버스 밖에서도 힘들게 목소리를 키울 필요 없이 수화로 소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만큼, 이해의 깊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청인 가정에서 혼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룰 때에는 같은 '농인'과 꼭 이루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곧 있으면 이루게 된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절실히 내 마음을 이야기해드렸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변함없이 '농인'이었고, 죽는 날까지 '농인'과 함께 희노애락을 겪어보고 싶다고. '통함'이 있다면 어떠한 세상의 풍파가 오더라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드렸다.

부모님께서도 '통'할 수 있다는 마음 그 자체를 보시고 그제서야 안심하시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게 됐다.

작은 '농'가정은 큰 '소통'의 행복한 세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정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의 기쁨을 느끼고 살아간다면 이 사회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구현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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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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