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창의는 다른 관점의 수용에서 비롯됩니다. Benjamin’s (2002)에 의하면 예술은 선입견이 잠재해 있는 환경의 힘을 약화 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탐구하도록 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프로젝트 A>에 참석한 송주영의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1학년 청각장애 주영이는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림으로 말합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는 그림 그리는 집중력이 더 좋아지기도 하구요.

주영이 어머니 말에 의하면 미술학원을 보내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한번도 보낸 적이 없는데도 창의력 있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합니다.

송주영 학생 그림. ⓒ정희정

주영이 그림의 특징은 캐릭터와 이야기인데요. 많은 그림들이 캐릭터화 되어 있고 그 안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 사물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석 차례상을 그린 그림에서는 그릇이며 음식이 모두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추석 차례상 마을에 배추처녀, 국군, 포크군, 밥그릇 소녀, 젓양(젓가락 한 개), 젓군(젓가락 한 개) 등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 재미있지 않나요? 이 그림을 보고 내 손가락에서 꼬물 꼬물 움직이는 젓가락을 쳐다봤더니 진짜 남자랑 여자랑 연애 하는 것 같습니다.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둘이 함께 음식을 움직였다가 하면서 말이에요.

캐릭터하면 디자인인데요, 주영이는 독특한 디자인에도 소질이 있습니다.

여성구두를 상상해보세요. 구두 굽이 큼지막한 이니셜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구두굽에 스프링이 달리면 어떤가요. 디자인이 독특해 특허청에 신청해 볼까한다고 어머니가 슬몃 말씀해 주십니다. 한글 열매가 달린 한글날 나무도 그렸습니다. 나무에 한글이 주렁 주렁 열렸습니다. 세종대왕께서 열심히 공부하셔서 한글이 열매로 맺힌 것 같습니다.

그림 속 색감이 참 밝습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세상을 반영하는데, 소리가 없는 주영이의 세상은 밝은가 봅니다.

연호석 학생 그림 1. ⓒ정희정

고3인 연호석 학생입니다. 크레파스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열심히 그립니다.

호석이를 따라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연필을 끼워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지 손가락이 연필을 받쳐주니 안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색하지만 색다른 느낌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호석이는 추상화를 그린 것 같습니다. 놀이동산에 가서 보고 느낀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보통 테두리를 그릴때는 도형의 바깥 쪽에 그리는데 흰색으로 안쪽으로 그렸습니다. 흰색이 바탕색깔과 만나는 부분이 살짝 섞이면서 그림이 부드러워 집니다.

보통 테두리를 그리면 도형과 바탕이 구분되어 도형을 도드라지게 하는데, 안쪽 흰색 테두리는 바탕 색깔과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도형, 바탕, 테두리가 조화를 이룹니다. 독특한 표현기법이지요.

연호석 학생 그림 2. ⓒ정희정

프로 미술작가님들도 장애인들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장애인을 생각하면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도움을 주는 기부자이고 장애인은 수혜자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무형의 것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것입니다.

혁신과 창의라는 시대적 요구를 앞에 두고 우리는 늘 다르고 독특한 무언가를 찾습니다.

나와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소리에 귀기울여 본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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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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