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발견 1 : 윤지원의 그림

모든 사람들은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모두 다른 고유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프로젝트 A>은 장애학생의 숨은 가능성에 빛을 쬐어 주었습니다.

2013년부터 3년간 진행되어 온 <프로젝트 A>는 장애학생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학생과 현업 예술가를 멘토-멘티로 연결하여 5개월간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 A>에서 만난 꿈나무 예술가 지원이를 만났습니다. 지원이는 중학교 2학년으로 자폐1급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지원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생대회에서 특상을 휩쓸고 다닌 꿈나무 예술가입니다.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그림으로 말합니다. 특히 생동감 있게 뛰어가는 모습, 움직이는 모습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림은 지원이에게 춤이고 움직임이고 언어입니다.

생후 18개월 때 심하게 아픈 후로 무조건 그림을 그리면서 세상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지원이 그림 속 사람들은 모두가 다릅니다. 다른 표정, 다른 움직임, 다른 생각, 다른 생각.

지원이는 매일 매일 그림일기를 씁니다. 1년에 약 20권 정도의 그림일기가 완성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매일 항상 같은 시간에 그림을 그립니다. 또 자유스럽게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 그릴 때 방해 받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패턴이면 꿈나무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 인 듯 합니다.

'나의 꿈은 파티쉐' 윤지원 그림, 제29회 서울지적장애인 사생대회 특상. ⓒ정희정

이 그림은 사생 대회에서 특상을 받은 작품인데요. 제목은 나의 꿈, 파티쉐입니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지원이고, 뒤에 있는 사람이 엄마, 그리고 저 뒤에 자그마한 창문으로 안을 쳐다보는 남자 아이 보이시죠? 그 친구는 자기를 보면서 너무 부러워서 창밖으로 훔쳐보고 있는거 라고 하네요.

'놀이공원' 윤지원 그림. ⓒ정희정

이 그림은 <프로젝트 A> 행사에 참여해서 그린 그림인데요. 주제는 놀이공원이었어요. 놀이기구들의 부품 하나 하나 까지 그림 안에 있어요. 더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모두 다르다는 거에요.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겠죠. 우리는 놀이공원에 가면 놀기에 바쁜데, 지원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 걸까요.

지원이는 반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친구들의 특징을 잘 살린 초상화도 그려주고, 뛰어 노는 모습도 그려준다고 합니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듯 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지원이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 내가 나에게 집중하느라 흘린 것들을 지원이가 소중히 보아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나의 마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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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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