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는 척수손상 후에 운동신경, 감각신경이 없어지는 아주 악몽과 같은 장애이다.

운동신경이 없어진다는 것은 내 몸뚱이인데 나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고, 반대로 강직으로 내 의지와 관계없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소·대변기능, 성기능의 상실로 인한 자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감각신경이 없다는 것은 아프거나 뜨겁거나 차거나 가려운 것을 모른다는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나의 의지가 관계없는 통증이라는 변수가 생겨 시도 때도 없이 아픔을 유발시켜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하루아침에 하지나 사지의 마비가 되는 천형을 맞이한 척수장애인들은 자존감의 하락과 혼란, 두려움 등으로 삶의 의지가 추락하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도 육체적으로는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다행히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재활이고 사회복귀이다.

병원의료진의 가르침 이외에 선배척수장애인의 상담과 지도를 통해서 또는 인터넷, 책자를 통해서 생활의 지혜를 한 조각 한 조각 퍼즐 맞추듯이 완성해 나가고 있다.

병원에서의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실생활의 다양한 곳에서 상황에 따른 실질적인 지혜를 배운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소변처리와 대변처리, 성과 관련된 정보도 지식보다는 지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자신감을 회복한다. 그럼에도 간혹 치명적인 실수(실변, 실금 등)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지언 정 삶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특히 남자척수장애인의 경우, 성적인 문제가 고민의 깊이를 깊게 한다. 발기도 안 되고 사정도 안 되는 이 치명적인 문제가 삶의 질은 물론 살아가는 의미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남자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지혜를 발휘하여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약물과 주사, 수술 등의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하여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척수장애인들이 겪는 공통의 어려움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필자도 가끔 그런 적이 있기는 한데 남자 성기의 일부분인 고환이 사타구니 사이에 끼거나 눌려서 부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바이러스의 침투 등으로 열이 발생하고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단다. 그러나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감각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 빨리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초기대응 실패로 부고환염으로 발전하고 최악의 경우 고환을 적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의에도 이런 변고를 당한 척수장애인이 여럿이 있다.

그러기에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늘 관심과 신경을 쓰고, 외출 후에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관찰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손을 쓰는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은 고환이 눌리지 않도록 수시로 관리를 잘하여야 한다.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도 보호자나 활동보조인에게 이런 상황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문제가 생기는 즉시 병원으로 가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쌍한 우리의 몸을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어려움을 이겨내어야 한다.

척수손상으로 입원을 하는 경우에는 응급과정에서부터 남성의 정자를 추출하여 정자은행에 보존하는 것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정자를 추출하거나 보관하는 이 과정도 건강보험으로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초기에 이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게 되어 정자를 추출할 수가 없거나 운동기능이 약해져서 낙심을 하는 척수장애인들을 많이 보았다.

이렇게 제도적인 준비부족으로 후손을 볼 수 없다면 장애이후에 또 다른 낙담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도 출산율이 감소하여 걱정을 하는데 척수장애인들의 임신과 출산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여성 척수장애인의 경우에도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을 하거나 출산을 하는데 커다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척수손상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가서 검진을 받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도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과 지원을 하는 것도 복지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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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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