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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미래가 안 보인다

진짜 좋은 복지시설 모델…현장은 ‘열악’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3-20 09:28:48
언론은 이따금씩 요란하게 장애인복지시설의 문제를 매우 부정적으로 파 해친다. 그때마다 우리 현장은 심한 멀미를 하게 되고 사회의 시선은 점점 싸늘하게 변해 간다.

운영자들의 실책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과는 다르게 그 내용이 부풀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현장 실천가들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극소수의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숭고한 장애인복지 실천현장이 헐값에 매도되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뼈가 시리고 무척 속이 상한다.

이와 같은 소용돌이가 일고 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복지시설은 소규모화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 속에 있어야 한다.” 고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이 마치 특효약처럼 이 이론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 최선, 최고의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며, 다른 누구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700개소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2,800여명의 장애 이용인들을 950여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자립을 목표로 주거 서비스, 사회적응훈련, 직업지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 한 가정에 4명의 이용인들이 1명의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도심 속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간다.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이용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애인복지시설이며, 복지관 또는 직업훈련 과정에 있는 이용인, 사회적응이나 결혼 준비를 위해 신부 수업을 하는 사람들도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각자의 꿈을 키워 간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 운영 법인이 지역 사회 속에 직접 설치하여 운영되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무연고 이용인들이 다수여서 365일 쉬는 날 없이 그 기능을 작동하고 있다.

스스로 밥을 짓고 세탁이나 청소도 자발적으로 하게 되며, 공동생활을 통해 협동심과 상호 이해심도 배양하며 존중과 배려에 대해서도 새롭게 익히게 된다. 더 나아가서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친밀하게 지내며 선택과 결정의 안목도 넓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속사정을 드려다 보면 이만 저만한 문제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의한 시설이므로 규모는 작지만 중 대형 시설이 구비해야할 비품이나 장부 및 각종 설비들을 엄격하게 갖추어야 한다.

시설장은 비상근이므로 배치된 1명의 사회복지사가 이용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행정과 운영 일체를 도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1차 지도・감독 기관인 기초자치단체는 수시로 행정 사항을 내려 보내며 각종 보고서 등을 요구한다. 그 뿐 아니라 운영 법인이나 단체에도 보고와 결재가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용인의 안전, 위생, 식생활관리, 의료지원, 직업 및 진로지도 등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사회복지사 1명이 감당해야 한다.

그로 말미암아 사회복지사의 휴가나 개인 생활은 거의 보장해 줄 수 없는 실정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원되는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보통 1개소 당 3,500만원 정도를 지급하면서 시설 관리운영비, 프로그램 진행비, 사회복지사 급여 등을 모두 해결하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명의 사회복지사가 1주일 내내 비교대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나, 절대 실현 불가능하며, 사회복지사의 근무 연한이 높아지면 이 금액으로는 사업비와 관리운영비 인건비 모두를 충당하기 어렵게 된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에서는 이와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하고 바람직한 장애인복지시설의 첨단 모델이라 일컫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예산 주체가 재정 자립도가 매우 허약한 지자체에 떠넘겨진 채 10년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도부터 4280억원의 장애인거주시설 예산이 중앙정부로 환원되어 안정된 기반을 형성했는데, 불과 210억 정도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예산은 마치 버려진 돌처럼 지자체에 남겨두고 말았다. 아쉬움과 걱정이 뒤엉켜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정책 입안자들과 전문가들은 지금도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 미래지향적인 장애인복지시설의 모델이라고 앞 다투어 설파하고 있다. 장애인 부모들도 장애인 당사자들도 이 모델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날마다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미 심하게 위반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어떻게 통과하며, 교대 인원 없이 365일 운영되는 이 시스템을 무엇으로 보완하며, 자립의 꿈으로 인해 뜨거워진 이용인들의 가슴은 어떻게 지지해 줄 것인가?

나는 이 세상에서 말로만 "좋다." "사랑한다." 떠드는 사람이 가장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좋거나 사랑한다면 가장 먼저 제일 귀한 것을 연인에게 선물하는 것이 진실 된 마음이라 여겨진다.

정부는 국가 재정을 운운하며 그렇게도 좋다고 설파하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산소호흡기와 같은 예산 공급의 책임을 전문성과 재정자립도가 허약한 지자체에 전가해 놓고도 마냥 입을 다물고 있다.

내가 몇몇의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의 근무를 요청하였더니, 과중한 업무, 열악한 처우, 불안전한 고용 형태 등의 이유로 모두 입사를 꺼리며 기피하였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밤낮을 구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용인의 자립을 위해 수고하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사회복지사들에게 무한 지지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정부는 이들의 열정이 식어 지치기 전에 진실 된 마음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예산도 직접 책임을 지고 그 미래도 든든하게 보장해 주기를 바란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이 진짜 좋은 복지시설의 모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이 시설이 실험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지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지역 사회로부터 강하게 신뢰받는 장애인복지시설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부디 정부의 진실 된 마음이 땀 흘려 일하는 장애인복지현장 사람들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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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유석영 (binson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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