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초등시절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단출하게 살고 있다. 엄마가 안계신 생활에서 누나는 엄마의 역할을 하며 밝은 경수로 키웠다. 경수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특수학급에 재학하였다.

1학년 입학 때부터 한 학년이 가도록 1년 동안의 긴 시간 동안 경수가 선생님들께 보여준 행동이 있었다.

일반학급의 담임선생님과 아침 인사를 하지 않으면 시작종이 울려도 자리에 오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이 아침 출장이나 개인 사정이 있는 날이면 특수학급의 담임선생님은 경수를 찾아다니느라 학교를 구석구석 돈다. 선생님께서 안 계신 것을 알려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담임선생님을 찾으며 했던 말을 반복한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가는 말과는 전혀 다른 뜻의 답으로 돌아왔고 눈 맞춤을 하자고 하면 눈을 어떻게 떠야할 지 어려워하며 눈과 얼굴의 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제과제빵과 조립훈련을 시켜보면 정교한 작업은 어려웠고, 대근육 운동으로 할 수 있는 상자 운반은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자기관리는 스스로 할 수 있었고 사회생활에서 대중교통 이용하기, 종교활동 하기는 가능하였으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지적 인지능력, 적응행동능력, 작업능력 등이 모두 낮았다. 거기에 한 번 집착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루어야만 다음 행동을 한다.

이런 모든 것으로 인하여 경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로 취업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교육은 이어졌다. ○○고등학교는 2010년 교육부로부터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로 지정 운영되었고, 교내에 여러 가지 직업훈련실을 조성하였다.

그 중에 경수가 관심을 보인 훈련 종목은 조립훈련과 제과제빵이다. 다양한 과제의 조립훈련은 중학교 과정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으로 매우 흥미있어 하며 몰두하였다.

축하카드 조립, 전자레인지 용기 뚜껑 조립, 양말상자 조립, 마스크 팩 조립, 매니큐어 조립 등을 훈련하면서 점점 정교한 기능이 향상되었는 데, 흥미를 가지고 수행했기 때문에 눈에 뜨일 정도로 향상 발전되었다.

공간지각력, 눈과 손의 협응력, 손의 힘 조절력, 손가락 기민성이 향상되어 전국직업기능경진대회 기기조립부문에 참가하여 금상을 받을 정도였고 제과제빵 훈련으로 제1회 전국지적장애인제과기능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고 상금 1백만 원과 케이크디자이너 자격증을 획득했다.

2년간 담임교사, 스페셜코디네이터, 일반교사, 그리고 내가 협력하여 늦은 시각까지 훈련할 수 있기까지는 경수가 흥미를 갖고 있었고 한 번 집착하면 끝까지 해내는 경수의 장애특성이 한 몫을 했다.

한 가지를 성취하더니 기쁨이 배가 되어 두 가지에 도전하고 수없이 반복훈련하고 그 이상을 해냈다.

이제는 취업에 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경수는 고등 1학년 때부터 자신은 SBS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말했고 오로지 방송국이었는데 어떻게 바르고 안전한 동기를 갖게 하고 취업에 도달하도록 교육해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가장 협력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경수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같은 생각을 공감하고 역할 나누기를 하고 협력했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가 인정되지 않는 경수에게 SBS에서 다른 일반 사업체로의 교체를 위하여 학교 내 일자리사업의 실습을 추진했다.

특수교사 보조 업무를 맡아하면서 여러 선생님들과의 대화와 업무수행 능력을 향상시켰고, 거점학교에서 다양한 직업훈련과 인근 학생들과의 만남 등을 통하여 경수는 기능의 향상과 함께 사고의 폭을 넓혀나갔다.

취업을 시키려고 사업체를 개발하고 있던 중에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파리크라상’의 취업 의뢰가 왔다.

경수는 이미 제과제빵 훈련을 하고 있었고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력서를 제출했다.

서류가 접수되고 면접이 이루어지기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리면서 나와 담임교사는 애가 타기 시작했다. 면접은 파리크라상 본부에서 실시되었고, 면접 내용에서 제과제빵관련 질문을 했는데 경수는 대답을 잘 했다고 전해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질문에 대한 적합한 대답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한 번은 MBC에서 내 수업 등을 촬영하였는데, PD가 경수에게 질문을 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의 대답을 했다. 그런데 방송되는 내용에서는 자막으로 경수의 대답에 어울리는 질문으로 바꾼 것을 보았다.

평소 대화에서도 그랬었기에 면접에서 다른 대답을 하면 어쩌나 고심했었다.

경수는 면접에서 합격하여 지원고용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업무가 근로인의 적성에 맞는지의 경수 입장과, 사업체에서의 적합한 대상자를 찾는 과정을 조율하는 프로그램이다.

3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경수는 꿈만 같던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고용 계약서를 쓰는 날 그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근로조건에서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연봉 2,400만 원, 복지포인트 100만원, 57세 정년이 보장된다고 한다. 경수가 정년까지 즐겁게 근무할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의 애씀이 가슴 벅찬 보람으로 돌아왔다. 긴 한숨을 내려놓았다.

어제 경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선생님, 저 오븐에서 일하고요, 재밌어요.”

경수는 작년 교육부장관님과의 토론회에서 돈을 벌어서 10년 후에 장가를 가겠다고 꿈을 말했다. 1년이 지났으니 경수에게 다시 물었다.

“경수야 언제 결혼할 예정이니?”

“9년 후에요.”

기억도 잘한다. 1년이 지났으니 9년이 맞다. 경수는 1년씩 나이를 먹고 어른으로 살아가면서 꿈을 꾸고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꿀 것이다.

토요일에는 누나와 지하철 여행을 한다. 일주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 날을 준비한다. 경수에게는 ‘내 일’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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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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