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치닫는 휴일인 어제,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를 달리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자조모임 ‘정상회’의 전 회장인 고 오주원(45) 씨의 황망한 죽음에 조문을 하러 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상회는 국립재활원을 중심으로 척수장애인 중의 최중증의 레벨로써 손 하나 마음대로 꿈쩍하지 못하는 육체적인 불리함을 가졌지만 마음은 늘 희망을 꿈꾸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 가슴이 아픈 것은 한 달 전에 정상회 회원들 모두의 어머니였던 오주원 씨의 모친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바로 그 장례식장에서 그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가족들은 물론 문상을 가는 분들에게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안타까움인 것이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잘 버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심정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문상객들에게 일체의 조의금을 사양하는 그 마음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오주원 씨의 사망원인은 방광에서 소변배출이 원활히 되지 않아서 발생한 자율신경 과반사증, 과반사로 인한 혈압 상승, 혈압 상승으로 인한 뇌출혈이 사망원인이다.

모친께서는 20년간 아들의 소변처리를 CIC(하루에 5~6회씩 요도에 도뇨관을 삽입하여 소변 배출)로 하였으나, 모친께서 폐암으로 병세가 심해지자 4개월 전에 소변관리를 위해서 치골상부 유치도뇨(배꼽 밑에 구멍을 뚫어 폴리로 소변처리)를 했는데, 소변 찌꺼기로 인해 자주 막혔다고 한다.

일주일 전 소변줄이 막히고 심한 두통이 있어서 저녁 9시 모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두통에 대해서 진통제를 투여했지만, 소변줄 막힌 것과 혈압상승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는 안 되었던 것 같다고 한다.

당일 밤 12시경 오주원 씨가 잠이 들어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는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을 수도 있고, 이 때 이미 뇌출혈이 있어서 자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다.

집에 도착하여 계속 잠을 잤고 평소에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는데, 깨지 않아서 자세히 보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다시 응급실을 방문하여 CT촬영을 한 결과 뇌출혈이 너무 심하여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지난 토요일인 14일 새벽에 영면을 했다.

오주원 씨의 사례를 보면 경수손상에서 자율신경 과반사증이 얼마나 무서운 응급상황인지 다시 경각심을 갖게 한다. 가장 위험한 상황이 혈압상승에 따른 뇌출혈이고, 이 때 심한 두통이 동반된다.

다음은 국립재활원의 이범석부장께서 특별히 당부하는 사항이다.

첫째, 경수의 척수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알아야할 사항

① 방광에서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고 두통이 생기면, 자율신경 과반사에 의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는 먼저 집에서 소변을 빨리 빼는 것이 중요하다.(CIC를 하거나 막힌 소변줄을 세척)

②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응급실을 찾아간다. 경수손상의 자율신경 과반사증은 응급실 당직의사들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소변을 빨리 배출하고, 혈압을 낮추지 않으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응급실 의료진이 알아야 할 사항

① 경수 손상환자(흉수 6번 손상 이상)에서 자율신경 과반사증은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다. 과반사의 원인은 대부분 방광에서 소변 배출이 안 되어 발생하므로 신속히 소변을 빼주어야 한다.

③ 심한 두통은 혈압이 과도하게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혈압을 낮추는데 우선순위를 두어 치료하지 않으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도 병원에서조차 척수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척수장애의 특성만 알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생명을 잃게 하는 안타까움이 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사고 현장에서 척수손상환자를 다루는 응급처치는 많이 좋아져서 과거보다는 척수완전손상보다 불완전 손상자의 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일상적인 척수장애인의 건강관리를 위한 지침이 부족하여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고인과 같은 중증의 척수장애인들의 안정된 일상생활을 위한 조금 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전문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조금 더 전문적인 활동보조인이 고인을 도울 수 있었더라면 굳이 모친의 병이 위중해도 20년간 해왔던 CIC방식을 버리고 치골상부 유치도뇨시술을 하지 않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 정도의 중중에게는 활동보조시간도 많이 줄만한데 독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은 시간을 받아 방문간호를 활용할 시간도 충분치가 않다.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에게는 독거가 아니어도 의료적인 사용을 고려하여 활동보조시간을 늘여 줄 것을 건의한다.

지난 주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날, 그가 오래토록 원했던 차량용 리프트를 설치하여 그간 불편했던 이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려 했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숙연해 졌다.

고 오주원 씨의 명복을 빌며, 고통없는 하늘에서 이 땅의 척수장애인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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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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