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장명숙 상임위원의 3년 임기가 지난 7일자로 만료됐다. 아직 차기 상임위원의 신원조회와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아직 근무하고 있지만 이달 하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장애인당사자인 최경숙 상임위원에 이어 장향숙, 장명숙 상임위원이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장애인 인권에서는 큰 발전의 하나였다.

2012년 장명숙 위원은 장애인이자 여성의 몫으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추천 몫으로 선출된 것인데, 추천한 것은 장애인단체들이었다. 선출될 당시 민주통합당은 장추련에 추천을 의뢰하였고, 장애인단체는 오히려 인권단체가 추천을 하는 것이 적절 한가?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희망하는 모든 장애인당사자를 추천하기로 했었다.

물론 여성의 몫을 장애인에게 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반발과 경쟁자가 있었지만, 장차법의 이행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주었던 것이다.

장명숙 위원의 임기만료가 다가오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당 홈페이지를 통해 1월 15일자로 모집공고를 내었다. 23일까지 일주일간 공개모집을 한다는 것인데, 필요서류에는 이력서와 경력증명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차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직무계획서나 공모응시 포부도 문서로 받지 않고 너무나 간단한 서류로서 검증을 어떻게 할 것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즉 당에 잘 알려진 인사가 아니면 자신을 알릴 방법은 경력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최규성 의원의 부인이자, 전 국회의원이었던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경력을 가진 이경숙씨를 추천자로 정하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안은 총 투표수 238표, 가 156표, 부72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이력과 재산에 대해 사전 공지되기는 했으나, 사실 그것을 의원들이 얼마나 자세히 검토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특히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증이 없이 단순히 투표만으로 선출된 것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을 하였다. 최규성 의원의 부인이라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 적임자를 찾아 추천하는 것을 국민이 위임한 것인데, 그 자리를 자신들의 몫으로 해 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여성단체의 활동경력이 있고, 현재 공직진출을 위해 당을 탈당한 상태라고는 하나, 그래도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다. 한때 정책위부의장까지 한 사람이 현재 탈당계를 내었다고 팔이 어찌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에서는 밀실 인사라는 말까지 사용하였다. 유엔에서 인권위의 등급심사를 하여 하향시키려는 위기에 이러한 처사는 인권위의 제기능에 심각한 역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마저 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 인선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정치인을 선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몫은 시민단체의 몫과 같은 것이고, 국민이 추천권을 준 것이지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고 배신 운운하며 반발을 하자, 우윤근 원내대표는 “그동안 인권위원 등은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지명했었으나 이번에는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인권위원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공모하고, 면접 등의 심사를 거쳐서 공정하게 선임했다”고 언론에서 해명했다.

최규성 의원에게 자신의 부인을 선출하는 투표에 참가한 것이 양심에 문제가 있다고 기자들이 지적을 하자, 대통령도 선거를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그래서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뺀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 제출해 계류 중인 '윤리실천규칙'에서 "의원 또는 배우자가 안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면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도의적으로 문제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스스로가 문제를 인정하여 법을 만들어 보자고 하면서 법이 만들어지기 전이니 문제가 없다면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의 자리가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계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모집공고를 내었을 때에도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비장애 시민단체에서 국가적 업무를 당 홈페이지에 달랑 내고 마느냐고 항의하여 공문으로 공고를 받고 있을 때에도 장애인단체에는 어떤 연락을 받지 못하여 처음부터 배제가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위해 위상을 높이는 일을 포기한 장애인단체가 아닌가 한다. 정보부족으로 미처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면 본회의에 앞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호소를 할 수도 있고, 차후의 권익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라도 성명서라도 낼 수 있을 것인데 정치의 눈치를 보는지 쉬쉬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당사자주의를 외치던 사람들, 국가인권위원회의 감원에 대항하면서 인력보충을 요구하던 그 패기는 어디에도 없다. 진정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에 들러리를 서고, 야당의 행동대원으로 인권활동가를 자청하고 있었던 것인지 정말 실망스럽다.

실효성에 있어 너무나 부족한 장차법을 이행함에 있어 의지마저 앞으로 약화되면 차별을 누가 막아 줄 것인지, 선언문에 불과한 법으로 공허한 외침으로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가 사회적 부담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거리에 널부러진 장애인의 인권에 신음하는 장애인들이 눈에 자꾸 밟히는 괴로움을 이겨내고, 다시 3년이 지나 그 자리가 회복된다는 보장조차 아무도 할 수 없다.

이미 떠나버린 버스라 포기하지 말고, 8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위원이라도 장애인 몫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고, 새누리당의 추천 몫이라도 장애인당사자에게 배정되도록 우리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중 사임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고, 총선 출마를 꿈꾸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때를 놓치지 말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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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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